이번에 일본을 간 건 여행이 아니라 출장이었다.
그래서 설레임을 안고 들떠 '일본 갑니다~'라고 글을 쓰지 않았고... 솔직히 말하자면 가고 싶지 않은 마음이 더 컸었다.
내가 얼마나 더위에 약한지 알고 있고, 도쿄의 여름이 잔인하다는 것도 알고 있었으니까.
덕분에 사진도 그닥 찍지 못했다.

간략하게 느낌을 정리하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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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는 출장이고 나발이고 간에 마냥 걸어야한다면 여름엔 다시는 가지 않겠다는 것.
안그래도 더위에 약한데 도쿄의 여름은 잔인하다.
2006년 6월 초에 갔을 때는 아직 완연한 여름이 아니어서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이번 방문은 내겐 정말 정말 힘겨웠다.
사람이 다 사람마다 더위와 추위를 느끼는 정도가 다르다면, 추위는 그닥 타지 않지만 더위엔 현기증을 지나치게
느끼는 내겐 정말 힘들었다.
동행자가 그걸 이해할리도 만무하고.
워낙 땀이 많이 나는 체질이라 조금만 걸어도 온 몸에 땀이 베고, 땀이 그렇게 나니 지칠 수 밖에 없다.
아무튼 출장이고 나발이고 절대로 여름엔 도쿄에 가지 않을거다.


**
더워서 죽을 지경이어도 도쿄의 거리는 여전히 아름답다.
세심하게 손을 본 디테일들이 한국과는 비교가 되어도 너무 비교가 된다.
골목 하나하나 가드레일, 보도블럭, 상자처럼 작지만 흐트러짐없이 마무리된 주택들, 도로...
항상 도쿄에 올 때마다 느끼지만 이 세심함은 무척 부럽다.
한국의 고옥들이 가진 풍성한 여유로움의 느낌이 현대의 주거 문화에 조금도 반영이 되지 않고 맥이 끊겨버린
현실을 생각하면 답답하고 안타깝다.



***
예전에도 쓴 바 있지만, 도쿄의 여자들은 정말 예쁘다.-_-;;;
눈이 휘둥그래해지는 개성있고 아름답고 섹시한 여자들이 넘쳐난다.
남자들도 자신만의 스타일들이 있다.
잘나고 못나고의 문제가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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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의 천국.
게다가 7월 초부터는 거의 대부분 매장에서 한국처럼 시즌 오프가 들어가는데 세일 대상 제외 품목도 많지만,
워낙 매장 종류도 다양해서 조금만 노력하면 얼마든지 멋진 옷이나 제품들을 구입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물론 난 쇼핑하러 간 게 아니다.
그리고 성격상 딱 눈에 들지 않으면 사지도 않고. 그렇게 구입해서 후회해본 경험은 이미 옛날에 졸업했다.
신주쿠 이세탄 백화점 2층의 '꼼 데 갸르송 (Comme des Garcons)'에 정말 맘에 드는 옷들이 있었고 가격도
한국에 비해 아주 좋았는데 이세탄 백화점을 들렀을 때가 그 날 출장의 끝자락이었고 또 그만큼 너무 지쳐 있었던
상태라 옷을 입어보거나 할 자신이 없어 그냥 돌아만 보고 나왔다.
코트 한 벌, 셔츠 한 벌이 정말 맘에 들었는데 조금 아쉽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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