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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전은 아쉬움이 크다.
지는 건 문제가 아닌데 게임의 내용이 무척 아쉽다는 것.
이근호가 엔트리 제외될 때도 그래도 나같은 문외한보다는 대표팀의 감독이 훨씬 선수를 잘 파악할 것이라는 순진한 생각에
가급적 그럴만한 이유가 있지 않겠냐며 넘어갔고, 오범석을 아르헨티나전에 기용하는 걸 보면서
의아했지만 나름의 이유가 있을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경기를 보면서 이는 곧 짜증과 답답함으로 변했고,
경기 후 감독과 오범석의 인터뷰는 대체로 난감하기 짝이 없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궁금한 건 공격 가담능력이 좋고 테크니션이라는 이유로 오범석을 선발 출장시켰는데 그 정도 기술로
정말 기술 축구를 구사하는 아르헨티나의 공격수들을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다고 판단한건가?
차두리의 피지컬을 통한 압박과 2선에서 전방으로 넘어가는 오버래핑이 훨씬 효과적이지 않았을까?
수비도 아니고 공격도 아닌 어정쩡한 포메이션에서 당연히 중원의 활동 범위가 지나치게 넓어지고,
박지성은 이것도 저것도 제대로 할 수 없을 정도로 뛰어다녀야 했고, 상대적으로 공간을 확보하게 된 메시에게
위축된 한국 대표팀은 효과적인 압박도 못하고 몰려 다니기만 하면서 다른 선수들에게 길을 터줬다.

그리고 뼈저리게 느낀 것인데,
어제 경기에서 난 그동안 평가전과 그리스전에서 자취를 감췄던 특유의 공을 잡았을 때의 그 우물쭈물거림을 다시 보게 되어 속이 상했다.
해외파와 비해외파의 극명한 기량 차이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으니...
아무튼 분위기는 엉망이겠지만 나이지리아 전에서 최선을 다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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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 국기를 밟고 지나간 옷을 입은 여성이 화제다.
그래봐야... 일반인은 아니지만.
국가대항전이라고 하지만 스포츠다. 총성없는 전쟁이라고 축구를 얘기하지만 상대방 국기에 대한 결례가
버젓히 기사화되고 이를 좋아라하는 꼴사나운 문화는 도대체 어떻게 받아들여야하지?
입장 바꿔서 다른 나라에서 태극기를 밟고 지나간 발자욱을 프린팅한 옷을 입고 있으면,
정말 우리 네티즌들 가만 있을까? ㅎㅎㅎ 국가간 대항의 경쟁의식이 아니라 이건 적대국에 대한 경멸같다.
물론... 그게 경멸의 표현이란 것 자체를 모르고 신나서 입고 돌아다니는 것 같지만.
예전보다 나아졌다곤 해도 여전히 '죽어도 이겨야하는' 문화가 월드컵을 지배하고 있는 상황에서 얼굴 좀 되고 연예인 또는
지망생쯤 되는 여자들이 시선가는 옷을 입으면 쿵짝쿵짝 박자 맞춰서 척척 이런 기사 올라오는 꼬락서니를 난 보기가 싫다.
게다가... 걸핏하면 나오는 '~~녀'...
흥미진진하게 보고 있는 월드컵에 아주 제대로 X칠을 한다.
여기저기 양아치같은 장사치들만 득실대고 이에 언론은 짝짝 아주 박수도 잘 맞춘다. 웃겨서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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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006181817015&code=910203

난 이런 인간이 한 나라의 수장이라는 사실이 다시 한번 극도로 창피하다.
그리고 이런 발언에 지혜에 놀랐다며 ㅈㄹ떠는 수하들에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분노를 느낀다.
물고기들이 놀랄 걸 걱정하는 인간이 물고기들의 생태적 환경을 싹 다 날려 버리는 짓을 태연작약하게 벌이고
있다는 사실 그 자체가 완전 넌센스다.

지금 이 정부가 하는 막장짓의 목적은 뻔하다.
어차피 이해관계가 지들끼리 얽혀 절대로 중단할 수 없는 사업들.
변화를 기대하고 투표를 통해 자신들의 의사를 밝힌 국민들을 상대로 '선거 따위론 아무 것도 바꿀 수 없다'는
인식을 확실하게 심어줘서 정치에 대한 관심을 절망과 자괴감으로 바꾸려는 의도라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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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패드를 살까... 고민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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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팔불출 자랑일 수도 있지만.
얼마전 aipharos님이 담임 선생님께 전화를 받았다.
5학년인 민성이가 학교 대표로 인천시 학교 대표들이 가는 천문대 연수를 가게 되었는데 승락하시겠냐고.
학교에 단 한명만 추천하는 것인데, 담당선생님은 6학년 과학주임 선생님이시란다.
그 분이 자주 민성이 얘기를 했다는데(담임도 아니시면서) 민성이가 뭔가 하고자하는 의욕도 강하고, 두려움도 없으면서
실패하더라도 속상해하긴 하지만 낙담하지 않는 아이라서 자신이 있는 동안 좋은 기회는 다 줘보고 싶다고 하셨다는거다.
도대체 집 안에서 보면 마냥... 어리숙한 민성이인데 어찌 이런 칭찬을 받는지 의아하긴 하지만,
항상 선생님들이 주시해주시는 걸 보면 기분이 절대로 나쁘진 않다.
다만, 이러한 칭찬으로부터 멀어지는 시점에서 민성이가 절대로 낙담하지 않도록
(그런 날은 금방 온다. 지금의 교육 시스템에서 학원이라곤 다니지도 않는 민성이의 현재를 고려하면) 충분히 격려해줘야지.

아무튼 덕분에 민성이는 곧 평일에 2일 동안 천문대에 다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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