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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직원들과 같이 퇴근 후 식사한 걸 제외하면, 화~금 모두 밤 10시 이후 퇴근.
원래 야근 자체를 안하는 회사라(사장님이 야근을 몹시 싫어하시고, 야근이라도 할 기세면 빨리 집에 가자고
분위기 몰아가는 스타일이라) 다른 직원들이 야근을 하는 건 아니고, 워낙 체크할 일들이 많아 어쩔 수 없이 야근을 했다.
덩달아... 그 야근 싫어하는 사장님까지 같이 야근. ㅎㅎㅎ
회사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여지껏 일해본 큰 회사, 작은 회사 다 합쳐서 가장 활기있다.
작은 업체로는 보기 드물게 직원들 근속이 3년, 5년... 이래서 서로가 서로를 잘 알고 대처하는 것도 장점이고
늘 인원에 비해 업무가 많다보니 업무에 있어서는 정말 다들 철두철미하게 열심히 하더라.
문제는, 그렇게 몇 년을 지내다보니 '넘어갔던 부분'은 거의 다들 짚고 넘어가지 않는다는 점.
어쩌면 그런 부분이 결정적인 한방(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이 될 수도 있는데 그런 부분들이 종종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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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는 가산 디지털 단지 내에 있다.
빌딩은 엄청 크고 정말 의외로 주차장이 매우 넉넉하고(지하1,2층, 지상1,2,3층) 내부 환경도 괜찮은데 이게...
교통체증이 장난이 아니고, 인근에 가산 디지털 단지역을 제외하면 정말 먹을 곳도 없다.
물론 점심식사는 빌딩 지하의 구내 식당에서 괜찮게 나와서 걱정은 안하지만, 인근 빌딩과 사업체의 직원들까지
이 구내식당으로 몰려 들어서 좀 정신이 없다.-_-;;;
아침마다 외곽순환고속도로 중동IC를 타려면 전쟁을 해야하고 탄 이후에도 광명을 거쳐 삼천교를 건너려면
참으로 답답함을 지울 길이 없다. 고작 18.5km 거리를 50분 걸려서 가고(이건 대박으로 빠른거고) 금요일 오전엔
무려 1시간 40분이 걸렸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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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 10개월만의 회사 생활이고 매일 야근을 하다보니 금요일 저녁엔 상당히 몸이 지치더라.
토요일은 다 휴무지만 오늘도 이 글을 쓰고 씻고 출근을 한다.
사장님과 둘이서 촬영세트 공사를 좀 다시 하기로 했기 때문.
사실 어제 저녁에 박작가가 회사로 와서 같이 저녁도 먹고 보다 효과적인 제품 촬영법에 대해서도 충분히, 정말
너무 고마운 조언을 열심히 줘서 그 조언대로 오늘 작업을 해보기로 했다.
사실 아직까지 투자한다고 사업 계속하라고 엄청난 압박(30분 통화 기본)하는 분이 계시는데, 지금은 이곳에서
올인해서 제대로 해보고 싶은 마음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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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뚫고 하이킥(이하 '하이킥')이 19일 금요일로 종영됐다.
김병욱 PD의 전작들처럼 이 역시 사실상 '새드 엔딩'으로.
결국엔 처음 크레딧에서 이순재, 김자옥, 오현경, 정보석만 컬러고 나머지가 흑백 처리된 것은 그들 외엔 모두
헤어지게 되거나 죽는다는 인터넷 상의 루머가 기가막히게 맞아 떨어진 격이다.
황정음은 취직을 하고, 세준은 대학에 입학하지만 가슴 한구석에 커다란 슬픔을 안고 3년 뒤를 살고 있고,
아이돌 그룹으로 일본 활동을 떠난 인나와 광수의 미래에 대해선 아무런 언질도 없다.
빵꾸똥꾸 해리가 3년 뒤 어떤 모습인지도 역시 나와있지 않고, 정말 정보석이 사장 자리를 물려받았는지도 전혀 언급조차 없다.
이렇게 불친절하게 하이킥은 종영됐다.
마지막회를 보고는 그동안 지나치게 캐릭터에 감정이입이 된 터라 이들을 죽음으로 몰아버린 엔딩에 좀 화가
나기도 하고 '너무 자뻑스러운 결말아냐?'라고 말도 했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면 억지란 생각도 들지 않는다.
언제나처럼 이들의 현실은 코믹스럽지만 현실의 팍팍함을 한 번도 배반하지 않았다.
이 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는 세경의 바램처럼 둘이 미묘하게 감정을 소통하는 순간 벌어진 일이니

또 세경의 입장에서 보면 아주 이기적인 해피엔딩일 수도 있고.
해리와 신애의 마지막 헤어짐도 정말 해리스럽게 잘 끝냈고. 거기서 개과천선하는 해리의 모습이라도 보여줬다면
정말 황당했을 것 같은데 역시 해리답게 마지막을 그렸다.
자기밖에 모르고 식구들의 무관심(오현경과 정보석의 해리에 대한 태도는 사실 '무관심'이다)에 괴물이 되어버린
해리가 정말 억지스러운 자기만의 방식으로 신애를 대하다가 관계와 소통의 중요함을 역으로 깨닫는 이 설정은 전혀... 억지스럽지 않고 현실적이다.

결국, 이런 시트콤은 김병욱 PD나 할 수 있는 것 같다.
다만... 다음 시트콤은 보는 이에게 현실에 주저 앉고 좌절하기보다는 다른 방법으로 세상과 부딪히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랄 뿐이다.
그동안 정말 즐겁게 본, 정말 유일한 시트콤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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