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한해 열심히 들었던 음반 중 BEST를 뽑아봤다.
2008년도 결산은 80선을 뽑는 바람에 애를 좀 먹었는데, 이번엔 분기별로 나름 미리미리 정리도 해놔서 작년보단
수월했던 것 같다. 하지만... 50장의 음반만 고르자니 이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더라.
게다가 20위를 넘어가면 사실 순위의 객관성은 거의 희박해져버린다. 비슷비슷하게 많이 들었던 음반들이 몰려
있기 때문에 20위 이상에서 50위까지는 외부적 요인들(해외에서의 리뷰 평가등등)이 개입하게 되기도 한다.
내가 좋아하는 음반이 해외의 음악 관련 웹사이트들에서 높은 평가를 받으면 은근히 기분도 좋지만, 어차피 귀라는
것은 지극히 주관적인 것이라 이번에도 해외 웹사이트에서 거의 다루지도 않는 음반들이 다수 있긴 하다.
그러니 이건 그저 재미로 보시길. 난 전문 리뷰어도 아니고 그럴 능력도 안되니까.
올 한해는 개인적으로 조금은 더 쉬운 음악들에 마음과 귀가 간 것 같다. 포스트록은 열심히 들었으나 그닥 마음에
드는 경우가 없었고 인디 일렉트로닉은 근 3년 사이에 가장 어정쩡한 결과물들이지 않았나 싶다.
캐나디언 인디록은 여전히 답보 상태지만 그 진중한 파장은 여전한 것 같고, 영국에선 의외의 대박들이 올해 유난히
많이 등장하기도 했다.
이제부터 개인적인 50선을 공개해본다.
1. [the XX] - the XX
사실상 올해 최고의 신인이라고 할만한 영국 런던 출신의 혼성 4인조 그룹.
엘리엇 스쿨 출신(Hot Chip, Burial등이 배출된)으로 장래가 가장 촉망되는 그룹 중 하나라고 본다.
네 명 모두 20세의 나이로 이런 인생 다 달관한 듯한 멜로디와 사운드를 창조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다.
염세적이고, 시적이기까지한 가사가 남녀 보컬의 환상적인 앙상블에 얹혀져 진정한 설득력을 확보한다.
전곡 모두 빼놓을 곡이 없으며, 특히 첫곡인 'Intro'는 아마도 록 역사상 가장 멋진 인트로가 아닐까 생각되기도.
나뿐만 아니라 aipharos님 역시 의심의 여지없는 올해 최고의 음반으로 주저함없이 꼽는 음반이며, 한껏 멋들어간
인위적 비장미와는 거리가 먼, 최소한의 악기 편성으로 이끌어내는 우울한 정서가 지독하리만치 매혹적이다.
모두에게 추천하는 음반.
2. [Logos] - Atlas Sound
Deerhunter의 키맨 Bradford Cox의 솔로 프로젝트인 Atlas Sound의 2집.
이번 음반에는 본인이 역시 좋아해마지 않는 Panda Bear, Animal Collective의 Noah Lennox와 함께 했다.
그 덕분에 곡의 텍스쳐는 Bradford Cox의 풍성한 멜로디와 Noah Lennox의 몽환적인 이미지가 모두 포함되어 있다.
레티샤 사디에가 함께 한 곡은 Stereolab의 코즈믹한 스페이스 팝의 향기도 짙게 드리워져있다.
Bradford Cox 특유의 허전하게 빈 듯한 공간감 가득한 분위기에 한 번 들으면 결코 잊혀지지 않는 말랑말랑하기까지
한 멜로디와 쉬운 비트가 묘하게 혼재하면서 복잡미묘한 화학반응을 일으키는 트랙들로 가득한 음반.
뭐라 극찬을 늘어놔도 부족함이 없는 가장 매혹적인 올해의 음반 중 하나다.
3. [Bitte Orga] - Dirty Projectors
이제 더이상 미국의 대표적인 익스페리먼털 그룹으로 자리한 Dirty Projectors에 대한 히스토리를 운운하는 것은
우스운 일일 것이다.
로우파이적인 감수성으로 포스트 포크의 위상을 재정립시키다시피 하고 클래식의 시선에서의 실험주의와는 사뭇
다른 기존 록 음악의 대중적 형식미를 과감하게 타파하고 있는 그룹이기도 하다.
특히 이번 음반은 그간 그들의 어떤 음악적 성취보다도 더욱 가치있는 음반이라는 생각을 한다.
이번 음반에는 가슴떨리는 어쿠스틱 넘버가 포키한 기운을 타고 가슴으로 넘어들어오는가하면 메카니즘의 적극적
수용을 통해 포스트 포크의 방향성을 제시하기까지 한 트랙 역시 존재하고 있다.
한곡 한곡 따로 듣기보다는 전곡을 모두 듣는 것이 이들의 진가를 더욱 확실히 알 수 있다.
반드시 들어야만 하는 음반 중 하나.
4. [Primary Colours] - the Horrors
Punk Revival에 가까왔던 데뷔 음반과는 음악적인 방향성을 분명히 달리하는, 그래서 더더욱 성공적이었던 음반.
1집과는 비교도 되지 않게 절제되고 정적인 텐션을 가득 담은 불온한 기운이 감도는 명곡 'Sea Within A Sea'나
'Scarlet Fields'는 올해의 곡 중 하나로 분명히 기록될만한 곡.
영국 출신의 그룹들이 올해 참 많은 수작을 내놓는데 보탬이 된 하나의 그룹이기도 하다.
슈게이징과 미니멀리즘의 적극적인 차용으로 놀라우리만치 효과적인 성과를 거둔 음반으로 'Sea Within A Sea'는
음악 뿐 아니라 뮤직 비디오 역시 반드시 찾아 봐야할 곡 중 하나다.
5. [BiRd-BrAiNs] - tUnE-YaRdS
이 놀라운 데뷔앨범은 Merrill Garbus라는 여성 뮤지션의 솔로 프로젝트이다.
올해 최고의 싱글 중 하나라고 꼽는 'Sunlight'과 'Little Tiger'등은 물론 전곡 모두 어느 한 곡 뺄 곡이 없는 이 놀라운 데뷔 앨범.
디지털 보이스 레코더와 공짜로 구해쓸 수 있는 믹싱 소프트웨어, 우쿨레레등를 통해 포키(folky)하면서도 전위적이고
또한 아름답기까지한 놀라운 트랙들을 만들어냈다.
개인적으로 올해 최고의 발견 중 하나라고 단연코 꼽을 수 있는데, 격정적으로 소울풀하가까지한 그녀의 보이스와
단아하고 절제되었지만 점차 노이즈가 곡의 구성을 파괴해가며 절정으로 치닫는 드론 노이즈의 강렬함까지 보여주는
막강한 트랙 'Little Tiger'나 전형적인 어쿠스틱 스네어와 퍼커션에 이어 내적으로 폐쇄적인 곡구조와 보이스가
어우러지다가 격렬한 스트로킹, 점차 주술적이고 씨니컬해지는 프레이즈의 향연으로 가득 찬 두번째 트랙
'Sunlight'등은 트랙은 결코 넘어가선 안되는 2009년의 발견 중 하나다.
앞으로의 행보가 엄청나게 기대가 된다.
6. [Dragonslayer] - Sunset Rubdown
캐나다 몬트리올 출신의 4인조 그룹이자, 음반을 냈다하면 대박인 Sunset Rubdown의 2009년작.
현재까지 네 장의 음반 보조리 다 극찬을 받아왔던 캐나다의 대표적인 인디록 그룹이기도 하다.
사실 시작은 Wolf Parade의 멤버인 Spencer Krug이 솔로 프로젝트로 기획한 그룹인데
지금은 오히려 Wolf Parade보다 더 많은 호평을 받고, 매니어들을 잔뜩 기다리게 하는 그룹으로 확실한 자리매김을 했다.
전형적인 캐너디언 인디록의 느낌이 푹푹 베어있지만, 그 정점에 오른 송라이팅 능력을 감상하다보면 도저히 그 매력을 거부할 길이 없다.
종교 음악의 뿌리에서 발달한 것이 아닐까 싶은 사람의 감정을 수없이 건드리는 독특한 창법과 다채로운 편곡,
결코 단순하지 않은 곡구성. 점차 점진적으로 치달아가는 확실한 서사구조를 갖춘 캐너디언 인디록의 정점에 선
Sunset Rubdown의 본작을 반드시 경험해보시길.
7. [Matador] - Arms & Sleepers
보스톤 출신의 Max Lewis와 Mirza Ramic의 듀오 구성으로 이뤄진 인디 일렉트로닉 그룹.
2006년 데뷔작 이후 3년만의 2집이다.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회화적인 느낌이 가득한 서정성 풍부한 인디 일렉트로닉 넘버들로 가득 찬 이 음반은
클래식 소품을 연상케하는 건조하면서도 단아한 건반, 그 위로 서서히 축조되는 균일한 비트, 아련한 Synth의 물결이
만만찮은 감성의 후폭풍을 전해주는 트랙들로 가득하다.
특히 물결처럼 아련함을 전해주는 앨범 타이틀인 'Matador'와 클래식한 건반의 인트로에 얹히는 서정성 넘치는
보이스, 그리고 이윽고 더해지는 일렉트로닉 비트가 압권인 'the Architekt'의 2중 간지는 압권이다.
해외에서 그닥 많이 회자되지 않고 있는, 철저히 순위에선 배제된 터라 더더욱 많은 분들이 들어봤으면 하는 음반.
8. [Embryonic] - the Flaming Lips
이번 플래밍 립스의 신보를 듣고 적잖이 놀랐다.
투철한 실험 정신 속에서도 빛나던 블링블링 발랑함이 온데간데 없어지고 음반의 제목처럼 태아의 불완전함과
존재와 비존재의 영역에서 불확실한 상태를 그대로 반영한 듯한 난폭하기까지 한 곡의 구성들이 상당히 놀라웠다.
뭐, 사실 언제든 이렇게 돌변할 수 있는 그룹이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이토록 성공적으로 우울하고 씨니컬한 정서를 한껏 끌어올릴 수 있을 줄은 몰랐다.
해외에 이미 잘 알려졌듯이 이 음반엔 Karen O와 함께 한 곡도 몇 곡있다.
(Karen O는 Spize Jonze의 화제작인 [Where the Wild Things Are/괴물들이 사는 나라]의 OST를 부르기도 했다)
워낙 이번 음반의 트랙들은 텍스쳐가 불균질하고 다층적이어서 이를 하나씩 까발리는 재미도 솔솔한 것 같은데,
앞으로도 도대체 얼마나 더 끝까지 이 그룹이 진화할 지를 생각하면 참으로 행복함이 더해질 뿐이다.
우주적이기도 하고, 싸이키델릭의 감성과 노이즈, 드림팝, 실험주의 만땅의 요소들을 이토록 잘 조합할 수 있는 그룹이 도대체 얼마나 될까?
9. [the Foodlight Collective] - Lotus Plaza
올해의 발견이 될만한 데뷔 음반.
Deerhunter의 기타리스트이자 보컬리스트인 Lockett Pundt의 솔로 프로젝트.
Bradford Cox의 천재적 행보에 이어 Lockett Pundt까지. 정말이지 난 그룹이다.
이 음반은 My Bloody Valentine의 2009년판 재강림이라고 할 정도로 뿌연 안개 속을 정처없이 하지만 활기차게
거닐고 다니는 듯한 몽롱한 이미지가 가득한 사운드.
듣다보면 취한다는 표현이 딱 맞을 정도로 아름다운 심연의 이미지까지 가득하다.
에코와 오버더빙을 적절히 구사한 정말이지 멋진 음반
10. [Angst Is Not A Weltanschauung!] - B. Fleischmann
오스트리아 뮤지션인 Bernard Fleischmann의 이번 음반은 데뷔음반에서 보여줬던 지나친 감상적인 곡조에서
조금씩 벗어나더니 관조적인 음악으로 변모하면서 삶의 원숙함이 묻어나는 내공이 그대로 곡에 투영되기 시작했다.
이 음반은 Pitchfork등의 미디어에선 평범한 평가를 받았으나
개인적으론 '24.12'같은 곡들의 진중한 아름다움때문에 두고두고 듣게 되었던 음반이다.
곡편성을 최소화하면서도 인디 일렉트로닉의 방법론에 어쿠스틱의 가치를 살려내는 몇 안되는 뮤지션.
11. [Moondagger] - Deastro
미시간 출신인 Randolph Chabot의 상큼한 솔로 프로젝트.
일렉트로닉 프로듀서답게 적극적으로 전자음악을 차용하면서 여기여 인디 펑크의 느낌도 적절히 안배했다.
종종 Casiotone for the Painfully Alone의 멜랑콜리한 공간적 건반 소리가 다가오기도 하는데
도회적인 보이스와 비트가 잘 어우러지면서 매혹적인 트랙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한곡 한곡 모두 공들여 만들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는데, 그 덕에 어떤 트랙을 재생하던지 충분히 만족하며 감상할 수 있다.
12. [Ayrton Senna](EP) - Delorean
EP임에도 불구하고 50선 안에 넣은 건 그만큼 이 다섯곡짜리 음반이 매력적이었기 때문이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출신 네명으로 구성된 이들의 이 놀라울 정도로 매력적인 EP는 그전의 그들의 음악과는 상당히 많이 다르다고 하는데,
그게 어떻든간에 아마 올 한해 가장 중독성강한 훅으로 내 귀를 사로 잡은 곡 중 하나라면 바로 이 음반의 1,2번 트랙인 'Deli'와 'Moonsoon'이다.
나는 물론 aipharos님과 민성군까지 무진장 좋아하는 트랙들인 이 두 곡은 가만히 들을 수 없을 정도로 흥겨운 비트와 편곡을 들려준다.
귀에 쏙쏙 들어와 꽂혀버리고 절대로 질리지 않는 사랑스러운 멜로디를 간직한 일렉트로닉 넘버들.
이 두 곡만으로도 이 음반은 최고의 음반 중 하나로 마땅히 등극할 만하다.
13. [Psychic Chasms] - Neon Indian
익명의 비디오 아티스트와 작곡가로 이뤄진 일렉티로닉 팝 프로젝트로 시작한 Neon Indian.
물론 후에 구성원들이 밝혀졌지만, 어쨌든 이들은 2009년 가장 뜨거운 한해를 보낸 신인 중 하나로 인정받았다.
에코와 디코더를 효과적으로 이용해 창조하는 익살스러운 편곡과 스쳐들어도 귀에 달라붙는 멜로디 라인은
이들이 왜 올해 가장 뜨거운 신인들인지 확실히 어필한다.
일렉트로닉에 Soul과 Funky를 잡탕으로 잘 비벼넣고 마무리는 달콤한 토이 머쉰등으로 맛을 살린 인상적인 음반이자 2009년의 발견 중 하나.
14. [Tarot Sport] - Fuck Buttons
영국 브리스톨 출신의 Andrew Hung과 Benjamin John Power로 구성된 2인조 일렉트로닉 그룹인 이들의 세번째 음반.
2008년에도 [Street Horrsing]으로 강렬한 인상을 주더니 올해 역시 서사적이고 찬란하기까지한 비트로 팬들을 열광시켰다.
전자음악의 강점인 프로그래밍에 의한 미니멀한 구조형식은 당연하고, 이에 선배들인 Kraftwerk나 Klaus Schultze등이
이룩한 서사적이고 드라마틱한 구조를 인용하여 거대한 Electronic-Epic을 선사하고 있다. 앞으로 이들의 행보를 반드시 주시해야할 것.
14. [Tarot Sport] - Fuck Buttons
영국 브리스톨 출신의 Andrew Hung과 Benjamin John Power로 구성된 2인조 일렉트로닉 그룹인 이들의 세번째 음반.
2008년에도 [Street Horrsing]으로 강렬한 인상을 주더니 올해 역시 서사적이고 찬란하기까지한 비트로 팬들을 열광시켰다.
전자음악의 강점인 프로그래밍에 의한 미니멀한 구조형식은 당연하고, 이에 선배들인 Kraftwerk나 Klaus Schultze등이
이룩한 서사적이고 드라마틱한 구조를 인용하여 거대한 Electronic-Epic을 선사하고 있다. 앞으로 이들의 행보를 반드시 주시해야할 것.
16. [Hometowns] - Rural Alberta Advantage
캐나다 온타리오 출신의 3인조 그룹으로 인터넷을 통해 데뷔앨범이 센세이션을 일으키자
Saddle-Creek 레코드에 픽업되어 데뷔 앨범을 재발매하게 된 그룹이다.
전형적인 감수성 만땅의 인디록을 들려주고 있지만 이들만의 중독성 강한 훅과 최대한 복잡함을 거세시켜버리고
자연스러운 보이스를 내세운 곡들의 매력이 워낙 막강해서 많은 이들의 전폭적인 찬사를 받은 것 같다.
부드러운 스트링 위로 남녀 보이스의 열창이 이뤄지는 가운데 생뚱맞을 정도로 로파이적이고 지나칠 정도로 빠른 비트로
쉴새없이 작렬하는 드러밍의 묘한 부조화가 인상적인 'Don't Haunt This Place'란 곡은 물론,
영국이나 미국의 탑 클라스의 록밴드들(the Boxer같은)의 진지한 감동이 전혀 부럽잖은 'the Dethbridge in...', 차분한 기타 인트로와 함께
마치 미국의 로컬 밴드였던 Violent Femmes의 초기 시절을 연상케하는 'the Deadroads'같은 곡들을 듣노라면 이들의 곡들이 인디록씬에서 그렇게 인기를 얻은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미/영 그리고 일부 북유럽에서나 종종 나오던 걸출한 뮤지션들이 2005년 이후로 캐나다에서도 줄창 나오는 걸 보면
앞으로도 캐나다의 록씬이나 록씬 내에서 소통하는 커뮤니티의 방법론은 잘 지켜봐야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17. [Ay Ay Ay] - Matias Aguayo
Zimt와 Closer Musik의 멤버였던 Left-Field 뮤직 프로듀서인 칠레 출신 Matias Aguayo의 두번째 음반.
Closer Musik에서부터 이어져온 그의 미니멀리즘은 이 음반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다.
그가 라틴 아메리카 출신임을 증명하듯, 반복적으로 계속되는 동일한 비트 위에 덧입혀진 라틴-아프리칸 리듬이
주술적인 일렉트릭 퍼커션에 담긴 채 시종일관 진행된다.
전자음악과 라틴-아프리칸 리듬을 전혀 이질적인 느낌없이 안정적이며 조화롭고 생기있게 엮었으며
Luciano와는 또다른 의미로 대기의 에너지를 흡수한 듯한 생기발랄함을 들려주고 있다.
이 음반은 절대로 작게 들어선 그 진가를 알 수 없다(사실 모든 음악이 다 그렇지만).
볼륨을 올릴 수 있는 최대까지 올리고 음악을 들어보시길.
18. [Beating Back the Claws of the Cold] - the Pica Beats
2005년 시애틀에서 결성된, Ryan Barrett이란 걸출한 멀티-인스트루먼털리스트가 중심이 된 듀오.
R.E.M은 물론 70년대를 풍미한 영국의 포크록 그룹 Incredible Sting Band, 90~현재까지 그 영향력을 떨치고 있는
인디록 그룹 Neutral Milk Hotel등 기라성같은 선배들의 음악적 자양분을 바탕으로 생동감넘치는 음악들로 진중한
기쁨을 전해주는 그룹이다.
19. [Two Dancers] - Wild Beasts
영국 리즈 출신의 4인조 그룹.
Havden Thorpe의 팔세토 창법의 보이스가 인상적이지만
그보다 더 인상적인 것은 이들의 단단한 소통을 지지하는 물흐르듯 자연스러운 연주다.
초창기 그룹명은 Fauve 였으나, 드러머인 Chris Talbot을 영입하면서 지금의 Wild Beasts로 그룹명을 확정했다.
팔세토 창법을 구사하는 보컬의 경우 보컬의 보이스가 전면에 나서거나 드라마틱 에픽을 이끄는 경우들이 종종 있는데
이들의 음악은 보컬의 보이스 역시 단순한 악기의 하나로, 곡의 드라마틱 서사를 이끄는 건 전적으로 단단한 음악의 형식미라는 생각이 들고
그 덕분에 Thorpe의 창법은 미성의 느낌보다는 우아하고 고결한 느낌마저 획득한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곡이라면 Thorpe의 비장한 인트로에 이어 비트와 어우러지는 간결한 건반 소리,
그리고 후반부의 압도적인 절정부가 단연코 인상적인 다섯번 째 트랙 'We Still Got the Taste Dancing on Our Toungues'다.
20. [Dear John] - Loney, Dear
첫곡 'Airport Surroundings'를 듣고 어찌나 가슴이 설레이던지.
스웨덴은 훌륭한 싱어/송라이터들이 많이 있다. 또다른 미국인 싱어/송라이터(아래 순위에 포함) Andrew Bird와
절친한 친구 사이인 loney dear는 천재 멀티인스트루먼털리스트인 에밀 스바넨겐의 원맨 밴드이다.
이번 음반이 정규 3집(사실은 5집)인데, 이 음반을 잘 들어보면 대단히 클래식한 편곡과 스케일을 느낄 수 있다.
그러면서도 스웨디쉬 싱어/송라이터들 특유의 감성이 너무나 잘 묻어나는, 그야말로 한 번 들으면 잊기 힘든 그런 음반.
여섯번째 트랙인 'I Got Lost'에서의 바이올린 선율은 바로 Andrew Bird의 바이올린 선율.
그렇다면 Andrew Bird의 [Noble Beast] 음반에선? 12번째 트랙 'the Privateers'에 흘러나오는 목소리가 바로 에밀 스바넨겐의 목소리.
21. [Moderat] - Moderat
Apparat 그 자체인 Sascha Ring, 그리고 Modeselektor의 듀오 Gernot Broncert와 Sebastian Szary가 의기투합한
프로젝트 그룹 Moderat (Modeselektor + Apparat)의 2009년작.
Apparat의 경우 초기엔 글리치를 자유자재로 이용하는 드라이브가 일품이었지만
일렉트로닉의 방법론 속에 충분히 어쿠스틱의 서정미를 강조하는 멜로디가 인상적이었는데
실험성강한 Modeselektor와의 만남으로 보다 더 진일보한 음악적 완결성을 지닌 형식미를 갖추고 있는 것 같다.
Apparat를 연상케하는 미디움 템포의 감성적 넘버 'A New Error'를 넘어가면 글리치의 도도함 속에 물밀 듯 퍼져나오는
보이스와 세련된 편곡이 귀를 잡아 끄는 'Rusty Nails'를 만날 수 있다.
올해 가장 열심히 들었던 일렉트로닉 음반 중 하나.
22. [Merriweather Post Pavilion] - Animal Collective
올해 최고의 평가를 받은 Animal Collective의 [Merriweather Post Pavilion].
거의 모든 매체에서 최고의 음반으로 선정된 것은 물론 이번 음반을 Animal Collective의 최고작이라고 말하는 경우도 자주 볼 수 있다.
Animal Collective의 멤버인 동시에 Panda Bear 그 자체이기도 한 Noah Lennox는 올해 Deerhunter의
Bradford Cox와 함께 Atlas Sound의 [Logos]를 발표하기도 했다.
매직아이에 가까운 착시 현상을 일으키는 앨범 커버가 이들의 이번 음반을 대변하고 있다고도 봐야할 것 같다.
앨범 커버는 정지된 상태이지만 착시 현상에 의해 정지된 상태에서 운동성을 갖게 된다.
즉, 정중동. 우리가 정적인 상태에서 충분히 느낄 수 있는 stoned의 상태. 싸이키델릭의 상태를 이들의 음악은 그대로 선사해준다.
이들의 음악엔 우주를 유영하는 듯한 건반과 청자를 몽환의 세계로 인도하는 애매한 샤우팅이 존재한다.
사실 음악적으론 완벽하다고 봐야할 정도로 완성도를 지닌 음반임이 분명하지만 생각보단 금새 질렸다고나 할까?
그 덕분에 이 정도 순위에 머무른 듯 하다. 하지만, 이들이 거둔 음악적 성취는 결코 간과되서는 안될 것.
23. [Checkmate Savage] - the Phantom Band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우 출신의 6인조 그룹 the Phantom Band의 데뷔 음반.
데뷔 음반이라고는 생각하기 힘들 정도로 놀라운 원숙미와 완성도를 보여주는 음반으로 전형적인 인디록 넘버부터
전위적인 록 넘버까지 폭넓은 음악적 스펙트럼을 잘 표현해주고 있다.
때론 블루지하고 때론 folky한 기본 위에 정통적인 록의 틀을 갖춘 트랙들로 듣다보면 천천히 빠져들게 되는 마력을 갖춘 그룹이기도 하다.
전혀 이질적인 분위기의 프레이즈가 서로 얽히며 주고받는 느낌의 'Folk Song Oblivion'같은 곡은 압권.
24. [You Can Have What You Want] - Papercuts
샌프랜시스코 출신의 Jason Quever의 솔로 프로젝트.
역시 요즘은 이런 얼터 에고나 moniker가 대세 중 대세. 얼터 에고를 몇 개씩 갖고 있는 이들도 있으니 말이다.
Cass McCombs와 절친이기도 하며 Casiotone for the Painfully Alone, Vetiver, the Skygreen Leopards등과의
collab으로도 유명한 Queber의 본작은 드림팝의 느낌까지 고스란히 간직한 서정미 넘치는 멜로딕 넘버들로 가득하다.
첫곡의 경우 Grandaddy의 곡을 듣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유사한 감성을 드러내지만 이내 두번째 곡부턴
Papercuts만의 꿈꾸는 듯한 멜로디를 유감없이 발휘한다.
올갠만의 아련한 느낌, 올갠이란 악기가 주는 클리쉐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감성이 잘 맞아떨어지는 트랙들로 넘치는
이 음반은 2009년의 발견 중 하나임이 분명하다.
25. [Dark Rift] - Pictureplane
미국의 일렉트로닉 프로듀서 Travis Egedy의 프로젝트.
가볍게 듣자면 한없이 가볍고 신나게만 들을 수도 있는 트랙들.
하지만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센서블 만땅의 송라이팅 능력.
비트를 자제하지 않고 거침없이 밀어부쳐버리는 동시에 업비트와 브레이크 비트를 아낌없이 쏴대는 통에 어디서는
이 음반과 술만 있으면 그냥 플로어가 될 것 같은 느낌마저 든다.
요즘 이렇게 비트에 충실한 일렉트로닉 넘버도 그닥 많지 않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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