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한해 열심히 들었던 음반 중 BEST를 뽑아봤다.
2008년도 결산은 80선을 뽑는 바람에 애를 좀 먹었는데, 이번엔 분기별로 나름 미리미리 정리도 해놔서 작년보단 수월했던 것 같다.
하지만... 50장의 음반만 고르자니 이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더라.
게다가 20위를 넘어가면 사실 순위의 객관성은 거의 희박해져버린다. 비슷비슷하게 많이 들었던 음반들이 몰려
있기 때문에 20위 이상에서 50위까지는 외부적 요인들(해외에서의 리뷰 평가등등)이 개입하게 되기도 한다.
내가 좋아하는 음반이 해외의 음악 관련 웹사이트들에서 높은 평가를 받으면 은근히 기분도 좋지만, 어차피 귀라는 것은
지극히 주관적인 것이라 이번에도 해외 웹사이트에서 거의 다루지도 않는 음반들이 다수 있긴 하다.
그러니 이건 그저 재미로 보시길. 난 전문 리뷰어도 아니고 그럴 능력도 안되니까.

올 한해는 개인적으로 조금은 더 쉬운 음악들에 마음과 귀가 간 것 같다. 포스트록은 열심히 들었으나 그닥 마음에
드는 경우가 없었고 인디 일렉트로닉은 근 3년 사이에 가장 어정쩡한 결과물들이지 않았나 싶다.
캐나디언 인디록은 여전히 답보 상태지만 그 진중한 파장은 여전한 것 같고,
영국에선 의외의 대박들이 올해 유난히 많이 등장하기도 했다.
이제부터 개인적인 50선을 공개해본다.

먼저 26~50위.

 

 

 

 

 

26. [They Know What Ghost Know] - Yppah
2006년 데뷔 음반인 [You are Beautiful at All Times]라는 음반으로 엄청난 호평을 받은 Yppah의 두번째 음반.
역시 요즘 다 그렇듯 multi-ego. Yppha는 Joe Corrales Jr의 솔로 프로젝트다.-_-;;;;
일렉트로닉 음악이야 다들 비트가 중요하듯, Yppah 역시 브레이크비트를 중심으로 레프트필드, 힙합의 요소를
앰비언트 뮤직의 기운 아래에서 충분히 잘 풀어낼 줄 아는 뮤지션이다.
마치 일본 일렉트로닉 밴드의 음악을 듣는 듯한 감성적인 트랙은 물론 서사적인 스케일의 곡들까지 다양하고 원숙하게 담아내고 있다.
몰아치는 감동의 신스 위로 업비트된 드러밍이 음장감 증폭되는 신스와 함께 퍼져나가는 'Playing with Fireworks'
같은 곡은 왜 이들을 들어야만하는지 그 이유를 명확히 알려주는 곡이 될 듯.

 

 

 

 

 

27. [Here We Go Magic] - Here We Go Magic
뉴욕 브루클린은 수많은 그룹들이 활동하고 있는데 이번 50선에 오른 그룹들 중 뉴욕 브루클린 출신은 아주 흔하게 볼 수 있을 정도다.
Here We Go Magic 역시 뉴욕 브루클린 출신으로 Luke Temple을 중심으로 한 6인조 그룹이다

(6인조로 확장된 것은 사실 데뷔앨범을 발매할 즈음이다)
기본적으로 인디록의 감성에 포크적인 요소와 바로크 팝의 요소를 잘 혼재시켰는데, 생기넘치는 분위기의 음악에
결코 가볍지 않은 감성을 담아내는 느낌도 매우 강하다.

 

 

 

 

 

28. [Jewellery] - Micachu
영국 설리 출신의 87년생 미카 레비(Mica Levi)의 프로젝트.
네살때 작곡을 시작했더니 이건 뭐 모짜르트도 아니고...-_-;;;;;
그의 천재성은 이 어린 나이에 이미 다양한 음악적인 텍스쳐들을 풍성하고 윤기있게 믹싱하고 재창조해낸다는 것.
힙합적인 요소는 물론 로우파이적 감성, 글리치, 아방가르드, 인디 일렉트로닉의 요소를 전자 음악뿐만이 아니라
또다른 다양한 현악 어쿠스틱 악기들을 이용하여 자신이 추구하는 Melting Pot 속에다 슝슝 섞어내는 탁월한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다양한 장르의 음악적 요소들, 다양한 악기를 능수능란하게 다룰 수 있는 것은 그 근간에 그의 탁월한 재능과
클래식 교육의 영향도 있었음을 부정할 순 없을 듯 싶다.
아무튼... 전곡 모두 정신없이 듣다보면 '아... 이 놈 천재구나'라는 감탄사만 쩍쩍 나온다

 

 

 

 

 

 

29. [An Anxious Object] - Mouse On the Keys
이들은 일본의 4인조 그룹이다.
아마 음악 많이 들으시는 분은 잘 알고 계실 'Nine Days Wonder'의 카와사키 아키라와 키요타 아츠시를 중심으로
이케다 케스케, 신류다이스케가 합류한 그룹. 기타 구성이 없는 피아노와 드럼 중심에 키보드가 가세된 구성이다.
이런 구성이라면 흔히 기타가 거세된 70년대의 키보드 그룹들을 연상케할 수 있으나 이들의 음악은 보다 더 정교하게
포지션별로 소통하고 융합되는 느낌이 강하다. 지나치게 재즈스럽지도 않고, 록적인 느낌도 결코 잃지 않으면서도
팽팽한 텐션을 유지하고 대화하는 악기의 느낌이 고스란히 살아 있는 걸 들으며 이들의 막강한 음악적 내공을 충분히
알고도 남음이 있다. 인디 록하면 뻔한 몇가지의 방향성으로 축약되는, 대안적 의미가 아닌 대중으로부터 소외받은
장르의 집합체같은 느낌만 있는 우리나라의 아쉬운 인디록씬(이렇게 된 것엔 뮤지션들의 잘못만이 절대로 아니다)의
처지가 안타까와질 뿐이다.

 

 

 

 

 

 

30. [Bromst] - Dan Deacon
발표하는 음반마다 평단을 뒤흔드는 볼티모어 출신의 Dan Deacon.
2007년작 [Spiderman of the Rings]의 3번째 트랙이자 12분에 이르는 대곡 'Wham City'의 환장하리만치 놀라운
천재적인 송라이팅 능력에 혀를 내두른 이들이라면 그의 09년작인 본작도 엄청 기대하셨을 것이다.
그런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천천히 보이스를 빌딩하는 느낌으로 다가오는 첫곡 'Build Voice'.
건반과 신스의 물결 위로 브라스가 덧입혀지고 감동적인 보이스 라인이 켜켜히 쌓아 올려진다.
피 한방울 날 것 같지 않은 완벽히 'Electronic Itself'로서 무장한 편곡. 질서와 혼돈이 하나의 선율 안에서 공존하는
방식을 선호하는 Dan Deacon의 장기는 이번 음반에도 여실히 드러난다.
다만, 뭔가 마지막 한 방이 부족하다. 전자음악의 한계는 '인간미다'라는 말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 어쿠스틱 악기를 혼재시키려는

여러 뮤지션들과 달리 철저히 전자음악으로 감동을 주는 그의 음악 세계는 여전하지만 그것이 감동을 주는 방식이 과거와 마찬가지로

음악의 점층적인 스케일의 확대와 클라이막스의 존재로만 해결되는 것을 들으면 아주 조금은 아쉬움이 남기도 한다.

그리고 이러한 방식이 반복되다보면 듣는 이도 지치곤 하는 법.
그렇다고 이 음반을 폄하할 마음이 있느냐... 아니, 절대로 그건 아니고.

 

 

 

 

 

31. [Manners] - Passion Pit
올 한해를 뜨겁게 달군 이들이라면 역시 보스톤 출신의 Passion Pit을 빼놓을 수가 없다.
EP만으로도 팬들을 들었다놨다 하더니 정규 음반이 나오자마자 청중과 평론가 모두 달려들어 엄지손가락을 추켜
올리는 대상이 되어버렸다.
우습게도 이 역시 그룹이라고 할 수 없고 Michael Angelakos가 자신의 여자 친구를 위해 발렌타인 데이 선물로
기획한 프로젝트라는게 더... 황당할 뿐이다.-_-;;;; 물론 그 화제의 EP가 발표된 후 놀라운 반응으로 인해 프로젝트가
확장된 것이고 첫 음반인 본작은 모두 5인 구성의 그룹으로 음반을 발표했다.(안타깝게도 그 여자친구와는 헤어졌다고 한다)
아무튼 독특한 창법의 이런 보이스는 우리가 흔히 이곳저곳에서 접할 수 있는데 우리나라에도 종종 얘기되는 바로 그 팔세토 창법이다.
아무튼 인디 일렉트로닉의 장점을 극한으로 끌어올린 위트있고 생기발랄한 이미지에 서사적이고 로맨틱한 가사들을
담은 곡들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은 음반이다.

 

 

 

 

 

 

32. [Seek Magic] - Memory Tapes
미국 뉴저지 출신의 Dayve Hawk의 솔로 프로젝트인 Memory Tapes의 첫번째 음반.
먼저 자꾸 혼동하는 경우가 해외에도 있던데, Memory Tapes뿐이 아니라 Memory Cassette 역시 그의 프로젝트다.
이외에도 Weird Tapes가 또 있고.-_-;;;; 같은 이의 프로젝트임에도 Memory Tapes와 Memory Cassette의 느낌은 상당히 다르다.
아무튼 Memory Tapes의 본작은 인디 일렉트로닉의 전형적인 넘버들로 가득 차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화적인 음악의 표현과 유려한 멜로디 라인, 우아한 편곡으로 인해 Memory Tapes만의 강력한 정체성을 확보한 것 같다.
충분히 댄서블하고, 충분히 감상적이기도 한 이들의 음악은 전술한 바와 같이 대단히 그 느낌이 회화적이다.
일렉트로닉 계열의 음반 중 가장 친화력이 강한 음반으로 누구에게나 추천하는 음반.

 

 

 

 

 

 

33. [Post-Nothing] - Japandroids
올해 각종 음악 사이트에서 최고의 호평을 받고 있는 Japandroids.
캐나다 출신의 Brian King과 David Prowse의 듀오로 구성된 이들의 음반에는 거침없이 질주하는 얼터너티브 록
넘버에서부터 거칠고 불균질한 로우파이적 넘버까지 다양하게 녹아 들어가 있다.
사실 한 번 듣고는 그닥 정이 가질 않았는데 우연찮은 기회에 다시 들었다가 귀에 팍~ 꽂혀버린 음반.
잘 들어보시라. 듣다보면 이들의 음악에서 My Bloody Valentine의 몽환스러움과 동시에 the White Stripes의
록적인 비트와 Sonic Youth의 불온한 텐션을 모두 한꺼번에 맞닥뜨릴 수 있을테니.


 

 

 

 

 

34. [Beast Rest Forth Mouth] - Bear in Heaven
인디록의 메카 중 한 곳인 뉴욕 브루클린 출신의 인디 록/네오 싸이키델릭 록 그룹인 Bear in Heaven의 두번째 음반.
그룹이라고 하지만 이 역시 Jon Philpot이라는 천재 뮤지션의 솔로 프로젝트다.-_-;;;(참 천재들 많다...)
70년대 프로그레시브 록씬의 크라우트 락(Krautrock)에 영향을 받은 싸이키델릭의 여운이 제대로 계승되고 있는
느낌의 음반이다. 특히 첫곡에서 절정 부분에서 난무하는 퍼커션과 터져나오는 심벌의 사운드를 듣노라면 그가
정말 제대로 선배들의 음악적 성취감에 경도되었구나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크라우트 락의 거부감없는, 그리고 과도하지 않은 현대적 재해석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그는 첫곡 만으로도 충분히 들려주고 있다.
곳곳에서 미국 메인스트림 록 특유의 음절을 길게 끌고 샤우팅하는 요소들이 들리긴 하지만 그걸 싫어하는 내가
그마저도 포용할 수 있을 정도의 매력을 충분히 들려준다.

 

 

 

 

 

35. [the Ecstatic] - Mos Def
난 랩을 거의 듣질 않는다. 힙합 음악과는 아주 거리가 멀다고 봐야지.
엄밀히 말하면 흑인 음악과 거리가 멀다. 난 R&B나 소울도 무척... 멀리한다.
음악에 대한 편식을 배제하자는 나름의 룰이 있음에도 흑인 대중 음악쪽은 도통 접하기 힘들다.
하지만 올해엔 Drake같은 멋진 뮤지션도 찾을 수 있었고, Brother Ali의 음반도 나름 나쁘지 않았고 Beyonce의
곡은 듣지도 않는 내가 Elektirc Red의 곡들은 신나게 들었으니.
Mos Def는 흑인 뮤지션들도 존경하는 인물 중 하나다. 실험적인 시도도 많이 하는 편이고.
속사포같은 래핑만이 제대로 된 랩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을 가볍게 밟아주는 그는 읊조리고, 대화한다.
가사는 정확하고 바로 사람을 앞에 앉혀놓고 하고 싶은 말을 가슴에 담아 하는 느낌이 든다.
그리고 이런 말은 있을가 모르겠지만, 다양한 오래된 음악적 그루브들을 인용하여 풀어내는 이 느낌을 받다보면
그의 이번 음반은 'Theatrical Rap/Hip-Hop'이라고 말할 만 하지 않나.
전체적으로 다 듣고나면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본 느낌. 바로 그런 느낌이 Mos Def의 음반에 있다.

 

 

 

 

 

36. [City Limits Vol. 1] - Silkie
영국 런던 출신의 Dubsteb 프로듀서인 Joy Orbison의 프로젝트 음반.
고풍스러운 느낌이 들기까지하는, 그러니까 2000년대 초반까지 세계를 휩쓸고 강타했던 드럼 앤 베이스와
Future Sound of London같은 하드코어 일렉트로닉의 느낌이 그대로 살아있는 이 음반에는 신세사이저의 풍성함과
균일한 비트의 나열, 서사적인 표현보다는 병렬적인 내러티브 구조등을 모두 담아내고 있다.
물론 내가 듣고 즐긴 횟수로만 따지면 이 순위까지는 오르지 못했을지도 모르지만, 시대를 거스르다시피 하면서도
충분히 트랜디한 사운드를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내고 있는 Joy Orbison의 열정은 놀라울 뿐이다.

 

 

 

 

 

37. [Get Young] - Pretty & Nice
보스톤 출신의 인디록 그룹 Pretty & Nice의 3집.
자체적으로 발매한 1~2집과 달리 음반사를 옮겨서 발표한 본작은 이전과 마찬가지로 그들의 위트있고 생기발랄한
리듬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단순하고 투박하지만 톡톡 튀는 그들의 송라이팅 능력은 역시나 발군이다. 듣다보면 Yatsura의 음악을 듣는 듯한
느낌도 들지만 전체적으론 인디 록 넘버다운 패기가 넘친다.

 

 

 

 

 

38. [Tribute to the Sun] - Luciano
2008년작은 나의 fav 80선에 오른바 있는데 2009년작 역시 내 fav 50에 올랐다.
그만큼 나도 모르게 은근 Luciano의 음악을 좋아하나보다. ㅎㅎ
스위스 태생인 마이크로하우스의 명실상부한 대가가 된 루치아노.
비트가 강조되고 트랙 바이 트랙으로 한곡 한곡 다른 완성도를 자랑했던 전작과는 달리 이번 음반은 전체적으로
매우 일관성이 있다. 미니멀한 비트는 여전하지만 보다 더 '밤에 들을 만한' 음악이 되었다는 점.
그리고 라틴-아프리카 리듬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는 사실도 간과할 수 없다.
그가 태양에 바치는 음악인 것처럼, 이 음반은 듣다보면 황금들녘에 피어오르는 대지의 기운을 그대로 담아 놓은 듯한,
정말 그런 느낌을 고스란히 받게 되는데 그 덕분일까? 내러티브의 구조는 전작보다 훨씬 덜 드라마틱하지만
눈을 감고 하늘을 유영하는 듯한 느낌은 훨씬 더 강해졌다.

 

 

 

 

39. [Catacombs] - Cass McCombs
결론부터 말하자면 난 이런 지독하게 '미국스러운' 인디 팝 넘버는 아주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올해 최고의 음반이라고 다들 난리인 Girls의 음반이나 Bill Callahan의 음반등은 내 순위엔 그 자취도 찾아볼 수가 없다.
그들의 음반을 들어보지 못한 것이 아니라 도무지 내 귀엔 맞지 않는 그 넘버들을 억지로 내 리스트에
올려놓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Cass McCombs의 음악도 사실 매우 미국적인 느낌이 강하다. 인디 록 넘버들이지만 그 기저엔 어메리칸 포크,
컨트리의 영향이 분명히 드러나 있으니 브리티쉬 포크 환영 but 어메리칸 포크 오! 노!, 특별히 컨트리 뮤직?
왓 더 FXXK!의 심정을 지닌 내겐 이 음반도 완전 열외의 대상이어야 하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음반을 39위에 올려 놓은 이유는 이 음반이 내겐 완전히 이해할 수 없는 이질감과 낯설음으로
경도되어진 측면이 강하기 때문이다.
읊조리고 길게 끌고, 나즈막하게 노래하며 악기는 엿가락처럼 늘어지지만 세번째 트랙 'You Saved My Life'에 이르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가사와 함께 절절하게 다가오는 그의 음성을 도대체 거부할 수 없고,
나도 모르게 점점 볼륨을 높이게 되고 눈을 감게 된다.
그런 이유로 Cass McCombs의 이 음반은 나의 fav 50 중 한장으로 뽑힌 것 같다.



 

 

 

 

40. [Wall of Arms] - the Maccabees
Maccabees란 시리아 왕의 학정으로부터 유대를 구한 Maccabaeus의 일족이라고 한다.
이건 성경의 내용이 아니라 외경의 내용이라고 적혀 있는데 자세한 사실은 확인을 해봐야겠다.
아무튼 영국 브리튼 출신의 5인조 인디 록 그룹 'the Maccabees'의 2009년 두번째 음반은 거칠고 다듬어지지 않고
이리저리 튕겨 다니는 느낌이었던 데뷔작과 달리 곡 전체적으로 안정적이면서도 동시에 에너지가 넘치는 시도로
전작을 넘어서는 소포모어 릴리즈가 아닐까 생각된다.
이렇게 드라마틱한 록 넘버는 캐나다의 인디록 그룹들 이후로 사실상 어느 정도 정점을 찍고 내려온 듯 하지만
여기에 뉴웨이브적인 느낌을 살짝 가미하면서 감성적인 멜로디를 들려주는 이들의 음악은 거부하기 무척 힘들다.
내심 순위를 더 올려보고 싶었던 그룹 중 하나다.

 

 

 

 

 

 

41. [Artifacts] - Aether
아마도 이번 개인적으로 꼽은 50선의 음반 중 가장 엉망인 음반 커버를 보여주지 않을까 싶은, 아쉬운 앨범 커버를
보여주는 Aether의 2009년작.
Diego Chavez라는 뮤지션겸 그래픽 디자이너의 솔로 프로젝트로 항간의 평가는 '양호하다'이지만 이런 느낌의
일렉트로닉에 혹~하는 나로선 50선 안에 넣지 않을 수가 없었다.
Aether의 음악은 멜로딕 일렉트로닉의 진수를 들려주고 있는 동시에 매우 독특한 강점을 가지고 있는데, 이 음악엔
형식적인 실험의 묘미가 넘치는 다른 인디 일렉트로닉 넘버와는 달리 풍성한 바로크 멜로디의 건반과 락적인
곡구조로 친근하면서도 매력적인 넘버들로 일관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세번째 트랙인 'To Her'의 바로크 음악을 연상케하는 건반 도입부와 곧이어 등장하는 둔중한 드럼비트,
영화를 보는 듯 점층적으로 확대되는 스케일의 편곡을 매우 사랑한다. 들어도 들어도 질리지 않는 트랙.

 

 

 

 

 

 

42. [Hospice] - the Antlers
뉴욕 브루클린 출신의 4인조 그룹.
독특하게도 로우 파이와 챔버 팝을 넘나드는 곡들을 들려준다.
Silberman의 보이스는 Antony & Johnsons의 안토니보다는 덜 극적이고 드라마틱하지만 그와 동시에 안토니보다
덜 부담스럽고 정통적인 락 넘버에도 어색함이 없을 정도의 친화력을 보여준다.
the Antlers의 음악은 복잡한 편곡이 여러 층을 이루고 있는 복합성 위에 축조되어진 느낌이 아주 강한데, 이 정도의
구조를 요소요소 훌륭히 로우파이적인 느낌과 챔버팝의 결과물로 조합시키고 있다는 건 대단한 성과가 아닐까 싶다.
덕분에 음반을 다 듣고나면 질좋은 종합선물세트를 받아들고 잠자리에 자는 느낌.
두번째 트랙 'Kettering'의 중후반부는 가히 압도적.

 

 

 

 

 

43. [VEckatimest] - Grizzly Bear
역시 뉴욕 브루클린 출신의 4인조 그룹.
이제 뭐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싶을 정도로 유명해진 그룹.
사실 이 음반은 거의 모든 매체에서 top 10 안에 랭크시킬 정도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고, 나 자신도 이들의 음반이
나왔을 때 바로 'Two Weeks'의 영상을 올릴 정도로 열광했던 것이 사실이다.
누구에게나 부담스럽지 않고 자신들의 오리지낼러티를 분명하게 전달할 수 있는 이들의 능력은 확실히 보통은 아니다.
그리고 그런 능력 자체를 폄하할 마음도 없으나 이상하게 열광했던 초반과는 달리 생각보다 빨리 질리더라.
아마도 후반부 트랙으로 갈수록 힘이 떨어지는 느낌이 있어서인지도 모르겠고...

 

 

 

 

 

44. [JJ n° 2] - JJ
올해 가장 주목받았던 신인 그룹 중 하나인 JJ.
스웨덴의 일렉트로-팝 밴드인 그들의 데뷔작이다.
한 번 들으면 북유럽 음악이라고 짐작할 정도로 무덤덤하면서도 아이러니할 정도로 분명한 멜로디 라인이 인상적인데
기저에 깔린 최소화된 편곡과 차가운 한기에 따뜻함을 불어넣어주는 느낌이 무척 인상적이다.
차가운 야외에서 입김을 호호 불어가면서 아름다운 멜로디를 불러대는 것 같은 이들의 음악은 단순한 일렉트로닉
넘버들이 아니며, 곳곳에 어쿠스틱 악기를 배치하여 지나친 건조함을 피하고 있다.
아름다운 팝 넘버와 쉬 지나칠 수 없는 일렉트로 비트를 잘 조화시킨 수작 음반.

 

 

 

 

 

45. [Rose City] - Viva Voce
어느덧 중견밴드가 된 미국의 혼성 듀오 Viva Voce의 2009년작. 둘은 부부이기도 하다.
1999년 그 유명한 Sunny Day Real Estate의 투어 그룹으로 시작한 이들은 기타-팝 성향의 인디 넘버들을 발표해왔다.
2009년에 발표한 본 음반은 보다 강렬한 기타 사운드와 둔중한 비트를 앞세워 정통적인 팝-락의 느낌을 강화했으며
그와 동시에 그들의 트레이드 마크인 분명한 멜로디와 물흐르는 듯한 기타팝의 느낌을 강조하고 있다.
덕분에 'Devotion'같은 곡에선 진지한 강렬한 인상을, 'Red Letter Day'같은 곡에선 공간의 음장감을 한껏 느낄 수 있는
기타팝을 전해준다. 들으면 들을수록 감칠맛이 살아나는 수작.
안타깝게도 해외에서의 반응은 나만큼은 아닌 것 같다.-_-;;;

 

 

 

 

 

46. [A Brief History of Love] - the Big Pink
영국 런던 출신의 슈게이징 밴드이자 올해의 신인 중 하나로 꼽히고 있는 the Big Pink의 데뷔앨범.
디스토트된 음악과 에코가 기본적으로 베어있으며 그 위로 시퀀셜 프로그래밍된 비트와 노이즈로 적당히 버무려진
매력적인 트랙들을 선보인다. 특히 'Velvet'같은 넘버는 도도하고 감성적인 매력적인 도입부에 이어 싸이키델릭과
슈게이징의 장점을 끌어안은 아련함이 느껴지는 2009년의 명곡 중 하나다.
이들의 다음 음반이 기대가 된다.

 

 

 

 

 

47. [See Mystery Lights] - Yacht
얼마전 홍대의 한 클럽에 내한했던 Yacht.
이 공연을 벼르고 별렀건만 정말 짜증나게 도진 인후염으로 결국 가보지 못했던 것이 지금까지 한이 된다.-_-;;;
게다가 이 날 공연이 싸가지 없는 외국인들의 청중매너만 빼면 대단했다는 야그들을 들으면서 씁쓸한 마음이...
미니멀 타입의 비트 라인과 점층적으로 고조되어가는 시나리오 구조를 통해 청중의 감정을 서서히 끌어올리는
매력을 가진 음반. 그와 동시에 프로그레시브한 전자 음악에 이골이 난 이들을 위하여 그와는 완전 별개로 즐겁고
유쾌한 건반을 배치할 줄 아는 센스를 지닌 이들.
다시 한국에 한 번 와주시요... pls, pls.


 

 

 

48. [Why There Are Mountains] - Cymbals Eat Guitars
뉴욕 출신의 인디록 그룹인 이들의 인상적인 데뷔 앨범. 초기엔 Weezer의 곡들을 커버링했던 그들이지만
Modest Mouse와 the Hives의 음반을 엔지니어링했던 Kyle Johnson에 의해 발탁되어 정식 데뷔를 하게 되었다.
전형적인 그룹의 포메이션이 의미없어지고 불분명해진 요즘 이들은 전형적인 밴드 구성으로 출사표를 던졌는데
적어도 데뷔 앨범에서 볼 수 있는 음악적 성취는 매우 긍정적이란 생각이 든다.
적재적소에 잘 녹아들어간 올갠, 정통적이지만 제법 후킹이 강한 기타 프레이즈, 왕성한 혈기가 느껴지지만 상당히
잘 절제하고 다듬은 멜로디 라인. 그 덕분에 이들의 음반은 들으면 들을수록 맘에 와닿는 장점을 획득하고 있다.

 

 

 

 

 

49. [Get Color] - HEALTH
07년 셀프 타이틀 음반으로 주목받았던 LA 출신의 4인조 노이즈 록 그룹 HEALTH의 두번째 음반.
전작을 능가하는 구성력을 갖추고 탄탄해진 연주 알고리듬을 통해 청자를 단박에 사로잡는 매력이 있는 음반이다.
사실 이 음반은 지금 이 순위를 매기기 얼마 전에서야 듣게 되어 순위를 이렇게 뒤로 미뤄놨는데, 만약 10일 정도만
더 들을 시간이 있었다면 한참 위에 랭크되었을 지도 모른다.(물론 그 반대일 수도 있지만)
대단히 원초적인 느낌의 드러밍과 정체를 알 수 없을 정도로 불균질한 베이스와 신경질적인 기타 소리, 여기에 지극히
사무적인 전자 음악이 시종일관 불온한 질주를 하는 이 음반은 '온건한 실험주의'가 보편적이 되어가는 포스트 록씬에
환영받을 만한 보석이란 생각이 든다.

 

 

 

 

50. [Begone Dull Care] - Junior Boys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캐나다의 일렉트로닉 듀오 Junior Boys의 2009년작.
비록 전작과 같은 진한 페이소스는 좀 덜한 면이 분명히 있지만, 이 음반의 'Sneak a Picture' 한 곡만으로도
이 음반은 평가받을 가치가 충분하다. 최소한의 편곡으로 청자의 가슴을 흔들 줄 아는 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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