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8.5 요즘 화제가 되는 세 편의 영화를 극장에서 봤습니다.
[Up/업]은 일산 CGV 디지털 자막으로,
[국가대표]와 [G.I. Joe : the Rise of Cobra/지아이죠(이하 지아이죠)]는 연속으로 인천 관교동 유로클래스에서 봤습니다.
간단하게 감상문 올립니다. 가급적 스포일러없도록 합니다.

 

 

 

[Up/업]
감독 : Pete Docter, Bob Peterson
목소리 더빙 : Edward Asner, Jordan Nagai, Bob Peterson(Dug/Alpha), Christopher Plummer
상영시간 : 96분
상영등급 : 전체관람가
상영관 : 디지털 자막 - 일산 CGV

한때 지브리 스튜디오가 애니메이션의 궁극이고 종착점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습니다.
아이부터 어른까지 누가 봐도 가슴을 때리는 이야기와 넋을 빼는 2D 애니메이션의 세심함에 놀라고 또 놀라던
시절이 있었죠. [토이 스토리], [벅스 라이프]등을 픽사에서 내놨을 때까지만 해도 그런 생각에는 변함이 없었습니다.
감정없는 폴리곤 덩어리들이 이리 뛰고 저리 뛰는게 아닌가...하는 비아냥을 내뱉곤 했었으니까.
그런데 이런 비아냥이 [몬스터 주식회사]에 들어와선 감탄으로 변하다가 [인크레더블]에선 환희와 경탄으로, [월-E]와 [라따뚜이]에선

주체하지 못할 진중한 감동으로 변하여 결국 픽사는 제 가슴 속 최고의 애니메이션 집단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월-E]에서 가슴을 뒤흔드는 격한 감정을, [라따뚜이]에서 마지막에 울리는 진솔한 감동은 어느 영화에서도 느끼기 힘든 놀라운 순간들이었거든요.
그런 그들이 [Up/업]이라는 신작을 내놨습니다.
이 영화는 기존의 사회라는 시스템에 얽메이고 피폐해진 더이상 꿈을 꿀 수 없는 인간들에 대한 판타지입니다.
영화는 어드벤쳐의 탈을 쓰고 있지만, 이 영화는 서글픈 현실에 대한 우렁찬 저항같은 느낌이에요.
이 영화 초반 10분. 이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그것도 클라이맥스도 아닌 초반 10분에 가슴이 울컥하는,

지금 다시 글을 쓰는 이 순간에도 울컥하는 그 진하디 진한 여운은 이 영화를 내내 지배합니다.
그리고 그 초반 10분이 후반의 모든 이야기들을 심지어 논리적으로도 포용하게 되죠.
이 아래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이 영화를 예고편에서처럼 풍선으로 집을 띄워 날아가는 '에어무비(로드무비...ㅎㅎ)'의 성격이라고 생각하시면 큰 오산입니다.
엘리와 약속했던 그곳은 의외로 너무 일찍 도착하고, 정작 도착해선 그 집을 사실상 머리 위에 이고 다닙니다.
우리가 생각해왔던 낭만적 환타지와는 완전히 거리가 멀어지죠.
그런데 차마 얘기할 수 없는 이런 설정은 이영화가 단순히 '꿈을 잃지 말고 도전하라'라는 어찌보면 무책임하다고
할 수 도 있는 계몽을 한걸음 뒤로 물러나서 바라보게 합니다.
마지막 결정을 해야할 순간 칼의 모든 행동은 추억과 모험을 더욱 가치있게 도전하는 방법을 알려주기까지 하죠.
아무튼 이 영화는 어찌보면 자살 여행일 수 밖에 없는 칼의 모험을 애니메이션다운 발상으로 기발하게 전개시켜
버립니다. 픽사의 애니메이션답게 이야기는 탄탄하고 그래픽은 정말 놀라울 지경이죠.
이런 애니메이션을 만들어내는 그들이 한없이 감사하고 놀라울 뿐입니다.

*
그렇더라도 전 픽사의 최고작은 [월-E]라는데 변함이 없습니다.

**
초반에 칼과 엘리가 모험을 꿈을 키우게 되는 인물 모험가 '찰스 문츠'와 말하는 개들의 설정은 대단히 의미하는
바가 있습니다. 이걸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것도 결코 무리가 아닐 거라 생각되더군요.


***
극장에 있는 리프렛 가급적 챙기세요.
그게 그냥 리프렛이 아니라 다 펼치면 오리지널 포스터가 됩니다.
그것도 쓸데없는 글없는 진짜 포스터에요.


****
러셀은 동양인입니다. 누가봐도 일본인같은 캐릭터죠.(실제로 목소리는 일본계 미국인인 듯 합니다)
픽사 스탭들이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을 보고 꿈을 키워온 이들이라는 사실을 알면 무리도 아니죠.
([Car/카] 였던가... 어느 DVD의 서플먼트를 보면 미야자키 하야오가 [이웃집 토토로]에 나온 고양이버스의
거대한 고양이 머리를 들고 픽사 스튜디오를 방문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이때 앤드류 스탠튼같은 이들이 엄청나게
반색을 하고 뛰어나오죠. 그냥... 그럴 필요는 없는데 좀 많이 부러웠었어요.
아... 그리고 이 영화 [Up/업]에서 말하는 개 Dug(더그)와 개들의 목소리는 공동 감독인 밥 페터슨의 목소리입니다.

 

 

 

 

 

 

[국가대표]
감독 : 김용화
출연진 : 하정우, 성동일, 김동욱, 김지석, 최재환, 이재응, 이은성, 김용건, 이한위, 이혜숙
상영시간 : 134분
상영등급 : 12세이상가
상영관 : 디지털 - 관교 CGV 유로클래스

[국가대표]를 보기로 한 건 [해리포터 혼혈왕자]편을 볼 때 본 예고편때문이었습니다.
활강하여 점프하는 장면을 보니 가슴에 훅~하고 와닿더군요.
그런데 막상 영화가 뚜껑을 여니 감독이 [미녀는 괴로워]의 김용화 감독이라고 해도 초반엔 고전을 하는 것 같더군요.
예매순위도 [킹콩을 들다]에도 밀렸구요. 그러다 입소문이 퍼졌는지 지금은 [해운대]에 이은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해운대]를 보고 오신 어머님의 말씀으로는 [해운대]보다 [국가대표]가 더 재밌다고 하시네요.
일단 이 영화를 보고 난 후 느낀 점을 몇가지 짧게 정리해보겠습니다.
이 영화가 그럭저럭의 예산영화일 거라 생각했던 건 완전 틀렸습니다. 이 영화는 상당히 화면의 떼깔과 CG,
그리고 전체적인 만듦새가 상당합니다.
후반부에 너무 지나치게 과도하게 사용되는 음악도 그 점만 제외하면 상당히 잘 썼다는 생각이 들구요.
편집과 촬영은 상당히 할 말이 많아지는데, 이런 병렬적인 교차 편집은 우리나라 영화에서, 특히 스릴러들에게서 종종 보이지만

한 번도 매끄럽다고 느낀 적이 없거든요. 그런데 이 영화에선 아슬아슬한 느낌은 있지만 상당히 안정적인 편입니다.
그리고 시퀀스가 작위적인 부분이 한두군데가 아니지만 그래도 이를 화면에 담아내는 촬영은 인상적인 장면이 상당히 많이 등장해요.
무엇보다도 가장 놀라운 건 활강과 점프씬입니다. 마치... 건담 씨리즈에서 '데스티니 이끼마스!'를 외치며
레일을 미끄러져 나가는 일본 애니메이션의 느낌, [Speed GoGo/스피드 레이서]에서 롤러코스터와도 같은
트랙을 미칠듯한 속도로 빠져나가는 속도감을 생각하시면 될 것 같네요.
그것도 매번 다양하고도 가슴이 덜컹거리고 털이 설 것 같은 극단적인 앵글을 사용해서 말이죠.
이 장면만으로도 이 영화는 볼 가치가 있습니다.
다만... 이 영화를 온전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 없는 부분이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많았습니다.
자식을 이해하지 못하고 폭력을 사용하는 아버지를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는' 대상으로 언급하고, 상식을 넘어선 말도 안되는 후보선수의 설정과 참여, 그리고 감동을 쥐어짜려고 극한까지 몰아대고 초고속 촬영을 돌려주는
난감한 신파는 개인적으로는 김이 새더군요.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주관적인 시선입니다.
이 영화를 보면서 우리 민성이는 정말 너무나 자주 눈물을 흘리더군요. aipharos님 옆자리에 앉은 혼자 오신
여성관객은 팝콘을 먹으면서 거의 소리를 내서 우시기까지 하셨으니 이건 정말 저의 주관적인 시선일 뿐입니다.
이런 신파만 좀 덜했어도 전 이 영화에 두 엄지손가락을 다 추켜 올렸을 지도 모릅니다.
영화의 만듦새는 전술했듯이 상당한 수준이거든요.
특히 대회 장면은 나무랄데가 없이 완벽해요.


*
사실 여부에 대한 언급은 조금 있었으면 했습니다.
이건 '사실'에 기초해서 만들었다지만 '재구성했다'라고 말하기엔 너무 사실과 다르거든요.


**
이 영화의 유머는 상당한 수준입니다.


***
하정우의 연기는 생각보다 더 좋습니다. 아버지도 나오죠. 김용건씨까지.
그리고 성동일의 연기도 힘이 있고 제대로 다가옵니다.

 

 

 

 

 

[G.I. Joe : the Rise of Cobra/지아이죠 전쟁의 서막]
감독 : Stephen Sommers
출연진 : Channing Tatum, Sienna Miller, Marlon Wayans, 이병헌, Joseph Gordon-Levitt
상영시간 : 118분
상영등급 : 15세 이상가
상영관 : 디지털 - 관교 CGV 유로클래스

[국가대표]가 끝나고 바로 같은 관에서 20분이 채 지나지 않아 시작된 이 영화. 공식상영으론 첫 회에 본 건데요.
감독이 스티븐 소머즈라서 그닥 기대는 안했지만 그래도 보고 싶었던 영화니 봤습니다. 결론적으론 대실망이구요.
이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쉬지 않습니다. 미친듯이 몰아대요. 진중하게 대화하는 장면이 그닥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관객들의 혼을 빼놓겠노라 다짐이라도 한 듯 미친듯 CG를 남발하고 액션난장을 까댑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재미가 없어요.
스티븐소머즈와 제작사는 착각을 해도 단단히 한 듯 합니다.
관객들이 [트랜스포머]에 만족한 것은 그게 CG 덩어리여서, 죽어라 액션을 뿜어대서도가 아니죠.
액션도 액션의 스타일이라는게 있는 것이고 CG는 그걸 잘 받쳐주는 역할이면 됩니다.
그런데 [지아이죠]는 그냥 텐션없이 치고받는 액션을 열거하는 것에 그치지 않습니다.
정신없이 싸워대긴 하는데 이게 정말 '저들만의 싸움'처럼 다가오는 거죠. 덕분에 그렇게 치고받고 쉴새없이
CG떡칠을 해대는데 그 과시하려는 CG에 조금도 감탄할 수가 없습니다.
액션도 나름의 스타일이 존재해야하는건데 이 영화에선 그게 완벽하게 부재해요. 그저 흔히 보일 법한 액션씬을 갖다 붙인 것에 불과합니다.
이야기 구조는 더이상 말하지 않겠습니다. 얘기할 가치가 없어요. 애나(씨에나 밀러)가 그렇게 돌변한 것도,
그 돌변한 행동의 이유도, 후반부도 도무지 납득이 가질 않습니다.
뭣보다 안스러운건 제가 그토록 좋아하는 조셉 고든 레빗(Joseph Gordon-Levitt)이 이따위 역을 맡아서라기보다 그가 연기하는 렉스의

말도 안되는 설정이라는거죠. 렉스는 얼굴에 화상을 입은 채 이를 가리고 사는데, 영화에서 보면 렉스의 기술력으로 안면을

나노마이트 주사 몇방으로 완벽하게 성형/재건하는 걸 보여주는데 도대체 그깟 화상하나 제대로 고치지도 못하는 걸 도대체 누가 납득할까요?
아무튼... 이 영화는 이토록 이야기가 허술합니다. 그래픽 노블이 원작이라지만 그냥 설정만 가져온거죠.
캐릭터도 난감합니다.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듀크(채닝 테이텀)는 주인공으로서의 존재감이 전혀 없습니다.
뻔한 캐릭터라고해도 조금은 두드러질 법도 한데 듀크는 전혀 존재감이 없어요.
덕분에 이 영화는 애나(씨에나 밀러)와 스톰 쉐도우(이병헌)의 모습이 상대적으로 매우 두드러집니다.
애나가 주연이라고 보느게 맞을 듯 하고, 이병헌은 의외로 상당히 많이 나옵니다.
게다가 복면을 쓰는 씬은 검을 휘두를 때 뿐이에요. 나머지는 다 얼굴까지 나오고 인상도 강렬한 편이에요.
1억 7천만불이 들어간 초대작이 고작 이런 결과물이라는게 아쉽지만... 이병헌은 확실한 인상을 어느 정도는 심어준 것 같습니다.
너무 기대는 하지 마세요.

*
황당한 캐릭터임에도 불구하고 시에나 밀러는 참으로 예쁩니다.ㅎㅎ
론칭 파티에서 보니... 이병헌과 친한게 선전용이 아닌 듯 하더군요.
좋겠다. 이병헌.ㅎㅎㅎㅎ


**
우리나라 왔을 때와 이 영화에서의 채팅 테이텀은 완전히 다른 사람 같습니다.
이 영화에선 그래도 날카로운 선이 살아있어서 '석호필'과 혼동되기까지 했는데 한국에 왔을 땐 이게 완전 다른
사람같이 살이 쪘더군요.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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