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1일 토요일.
LG 아트센터에서 아크람 칸과 줄리엣 비노쉬의 [in-i] 공연이 있는 날.
aipharos님과 둘이 함께 나와 강남으로 향했다.
곤궁한 3월. 몫돈이 나가버린 3월.
돈도 없으니 강남역의 완소 라멘집 '하카타야'에서 라멘을 먹자고 얘기하고 강남역에 도착했으나 날도 덥고,
이렇게 더우니 또 라멘은 안땡기고.
그렇다고 대충 아무데나 들어가서 먹긴 싫고 해서 지난 번 최악의 레스토랑이었던 'ㄲㄸㄷㄹ'를 가다가 보고
무시하며 지나쳤던 이탈리언 레스토랑 '푸치니'를 찾아갔다.

외양이 영 아니올시다여서 그닥 믿음이 가지않았던 '푸치니'.
그런데 뒤늦게 이곳이 상당히 내공이 만만찮은 음식을 한다는 것을 알았고, 평일에는 무척 저렴한 런치메뉴들로
또 유명하다고 한다. 블루리본을 두 개나 받은 집이기도 하다.
아무튼 강남역은 그닥 갈 곳이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터라 예약도 없이 그냥 푸치니로 들어갔다.

 

 

 

ㄲㄸㄷㄹ 가는 길에 있는 '푸치니'
지난 번에 푸치니를 지나치면서 '여긴 뭐야~'라며 무시하고 기껏 들어간 곳이 'ㄲㄸㄷㄹ'였다.-_-;;;;
발레 파킹이 가능.
하지만 외양은 사진에서 보시다시피... 참으로 세월을 간직하신 듯 하다.

 

 

 

 

예약하지 않은 사람들이 앉는 홀의 테이블.
예약 손님들은 aipharos님 뒷편의 제법 괜찮은 홀인데(햇볕도 들어오고 말이지) 테이블보도 하얀색.
예약 안한 사람은 요런... 빨간색.
사실 여기 앉았을 때 무지하게 불길했다.
aipharos님 오른쪽 벽 구석에 보이는 건 바로 '거미줄'이다.
원 세상에.. 높은 곳도 아니고 저리 잘 보이는 곳에 거미줄이 있는데 그걸 내버려두고 있는 음식점이라니...
이게 말이나 되나???
물론 나가면서 한 소리했다.

 

 

 

 

 

기본 세팅. 세월을 안고 사는 나이프와 포크들이여...
물론 파스타를 시켰더니 다시 세팅해주더라.
우리 주문 음식은
aipharos님은 Spaghetti piccante di Gamberetti (스파게티 감베리띠)
새우와 매콤한 고추, 토마토 소스의 스파게티 (22,000원 / 10% VAT 별도)
나는 Linguine alle vongole e vino bianco (봉골레 비안코)
조개에 백포도주를 곁들인 링귀네 (18,000원 / 10% VAT 별도)

 

 

 

 

식전 빵과 할레페뇨, 피클, 올리브 오일과 발사믹.
어설픈 스탭 한 명(정말 어설프더라...)과 이 홀의 어색함과 불청결로 심하게 걱정되던 마음을 확 날려버린
식전빵. 포카치아부터 그리씨니까지 모두 대단히 맛있더라.
오죽했으면 나중에 빵을 한 번 더 추가로 부탁했을까.
aipharos님은 오븐에 살짝 돌리고 나왔음 더 좋았겠다라고 하던데 난 별 상관없이 좋았다.

 

 

 

 

이게 내가 주문한 봉골레 비안코.
나오자마자 코를 자극하는 아주 향긋한 마늘과 올리브 오일, 조개향이 '잘 골랐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원 세상에, 강남역에도 이런 집이 있었다니.
정말 무척 만족스러운 봉골레.
기교 거의 부리지 않고 정석대로. 너무나 잘 삶은, 정말 잘 삶은 링귀니가 입에 착착 감기고 적당한 스톡도
딱 알맞다. 간도 심심하지 않고 엔초비가 곁들여지지 않은 봉골레 스파게티로는 정말 손에 꼽힐 만큼 맛있더라.

 

 

 

 

이건 aipharos님의 토마토 베이스의 감베리띠.
역시 보기에도 먹음직스러운 큼지막한 새우들과 향긋한 토마토와 올리브 오일, 그리고 잘 어우러진 불내음이 확 올라온다.

 

 

 

 

나도 먹어봤는데 아... 토마토 소스의 느낌이 너무나 좋더라. 그리고 새우도 정말 많이 들었다.
이런이런 이거 홀이 엉망이지만 음식은 제대로구나하는 생각.
강남역 오면 드뎌 갈 곳이 생겼다.ㅎㅎㅎ


*
http://www.puccini.co.kr
사이트에서 메뉴를 참조하시면 될 듯 하다.
코스는 1개 뿐인데 코스의 구성이나 가격 모두 애매...하다.
단품을 즐기는 것이 훨씬 나을 듯.


**
이렇게 괜찮은 맛을 제공하는 음식점이지만 홀의 청결도와 일부 어설픈 스탭의 서비스는 아쉬운 점이다.
그런 점만 개선된다면 정말 자주 갈 만한 음식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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