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松ヶ根乱射事件/마츠가네 난사사건](2006) directed by 야마시타 노부히로

오늘 DVD가 도착했습니다. 야마시타 노부히로의 또다른 영화 [天然コケッコ/마을에 부는 산들바람] DVD와 함께.
어지간하면 오랜만에 DVD 오픈케이스를 해보려 했으나... [마츠가네 난사사건]은 그나마 킵케이스라도 있으나
속은 역시 훵~, [마을에 부는...]은 킵케이스도 없이 그냥 DVD 딸랑...
출시해준 것만 해도 감지덕지라는 마음으로 군말 안했지만 역시나 씁쓸합니다.
그리고 DVD란 매체가 그렇듯 HDTV에선 완전 쥐약의 화질입니다.
게다가 TV가 크거나 프로젝터를 이용해서 보면 좌절이죠... 그 프로젝터가 720p이상의 HD지원하면 절망이 됩니다.
하지만 제가 1년을 보고 싶어 끙끙대던 영화였던 터라 퇴근해서 집에 오자마자 식사만 하고 바로 aipharos님과함께 봤습니다.

마츠가네라는 마을에서 하얗게 눈이 내린 날 아침, 한 여성이 눈밭에 쓰러져 있습니다.
이를 발견한 초등학생 아이는 물끄러미 그녀를 바라보다가 그녀의 가슴으로 손을 넣어 만지고, 그후엔 그녀의
음부로 손을 넣어 만집니다.
그렇게 둔부로 머리를 친 듯한, 유쾌하지 못한 불쾌한 기억으로 영화가 시작됩니다.
전작 [린다 린다 린다]의 사랑스러운 정중동의 에너지를 기억하는 분들껜 충격일거에요.
저도 그랬으니까.
마을 파출소(코방의 성격이 짙죠)에서 일하는 코타루는 성실한 경관이지만, 그의 집안은 그닥 평온하지 못합니다.
쌍둥이 형인 히카리(이 이름의 뜻은 빛나다...란 뜻이죠? 반어적이면서도 짖궃은 작명이에요)는 매사에 자신없고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집안의 축사일을 대충 돕고 삽니다. 축사일은 사실상 누나가 다 이어받아 애를 쓰고 있어요.
코타루의 아버지는 미용실 여자와 바람이 난 뻔뻔남입니다.
게다가 기가막힌 어이없는 소식까지 가져오죠.
히카리 역시 영화 초반에 아예 대놓고 나오지만, 뺑소니한 사실이 피해당사자에게 발각되면서 겉잡을 수 없는
협박에 질질 끌려 다니게 됩니다.
모든 일들이 부조리하게 널부러진 채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코타루의 주변을 조롱하고 다니기 시작합니다.
이 모든 일들을 바로잡으려고 해도, 파출소 천정 위의 쥐새끼들처럼 하나도 잡히지는 않고 오히려 그 부조리한
상황은 번식하기만 합니다.
코타루는 인내의 끝에 다다르게 되지요.

영화는 블랙 코미디의 성격이 아주 강합니다.
씁쓸하지만 뒤를 탁... 치는 듯한 코미디.
그리고 영화의 시작부터 끝까지 언제 폭발할 지 모르는 에너지가 너무나 팽팽하게 이어져서 프레임 안으로
평범한 일상의 모습이 계속 의미없는 듯 꼬리를 끌고 있으면, 뭔 일이라도 갑자기 터질까봐 노심초사하며 영화를
보게 됩니다. 정말이지... 이 감독, 아주 악취미를 가졌어요.ㅎㅎ
이런 영화를 이렇게 지루하지 않게, 처음부터 끝까지 눈 한번 못돌리게 만들다니 놀라울 뿐입니다.
그리고 전 파출소를 마주보는 샷에선 자꾸만 구로사와 기요시의 [큐어]가 떠올라 아주 극도로 긴장했답니다.-_-;;
영화가 버블경제 붕괴 이후의 일본을 그리고 있지만, 그러한 시대적 상실감과는 별개로 이 영화는 인간의 어두운
본연의 내면과 사회적 윤리가 강압하는 개인의 불가항력적인 정신분열적 상황을 별 것 아니라는 듯 휘둘러대고
있습니다. 게다가 이 모두가 아무 것도 달라지지 않은 채 엔딩을 향해 묵묵히 치달아버리죠.
그리고 그러한 사회적 강박과 잃어버린 허무, 이기적 본능을 도덕적 해이를 가장한 묘한 에로티시즘으로 얄궃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기다린 만큼의 보람이 있는, 아주 인상적인 영화였습니다.
너무나 치밀하게 짜인 느낌이어서 약간의 답답함(?)도 있었지만, 두 엄지 손가락을 추켜 올릴 만한 영화임에는 분명하다는 생각입니다. 

게다가 Pascals의 음악...
마츠가네의 스산하고 차디찬 공기의 대기를 쓸쓸하게 부유하는 듯한 Pascals의 음악은 너무나 잘 어울립니다.
[복수는 나의 것]에서 어어부(백현진)가 들려줬던 단 한곡의 느낌만큼 강렬했어요.
그리고 쌍둥이 형제를 맡은 新井浩文(아라이 히로부미/코타루역)와 야마나카 다카시(히카리역)의 연기는
근래 본 일본 영화 중 카세 료의 연기 이후로 가장 기억에 남네요.
아라이 히로부미는 부조리한 상황에서 점점 패닉이 되는,

하지만 그러한 패닉조차 겉으로 드러낼 줄 모르는 사회적 윤리에 강압된 순응형의 연기를, 야마나카 다카시는 모든 것에 대한 의욕도,

자신감도 없는 것을 그저 어색한 웃음으로 본능적으로 무마하려고 하는 무기력한 인물을... 너무나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께는 꼭 보시라고 권해드리고 싶네요.


*
이 영화는 [마츠가네 난사사건]으로 제목을 달기 전까지 무려 제목이 10여차례 수정되었다고 합니다.
실제로 이 영화는 1917년 야쿠가다와 류노스케의 [도둑질]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했지요.

 

**
이 영화의 제목이 왜 [~난사사건]인지는 보시면 알게 됩니다.
그러다보니... 제가 너무 드라마적인 서사에 매달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 이런 관성적 태도는 작년 11월 모리 뮤지움의 한 영상 작업을 보면서 많이 반성한 바 있는데...

 


***
주연배우인 아라이 히로부미는 [ジョゼと虎と魚たち/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로 스타덤에 오른 배우
池脇千鶴(이케와키 치즈루)와 연인사이라지요.
전 되려 그녀가 [스트로베리 쇼트케익]에서 더 인상적이었다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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