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쓰 홍당무] directed by 이경미
2008 / 한국

주말에 외출없었고, 친구도 안만났으므로 당근 방콕.
일요일에서나 영화를 두 편 봤는데,
정말정말 보고 싶었던 두 편의 영화.
하나는 [미쓰 홍당무], 그리고 또 하나는 미타니 코우키의 [매직 아워].
결론부터 말하자면 두 편 다 아주 가슴이 말랑해질 정도로 재밌었다는 겁니다.
[미쓰 홍당무]의 경우 사실 은근 처절하고 서글픈 드라마이지만, 어차피 '맨 정신'으로 소통하는 것 따위가 힘들어지는
세상인지라 마지막엔 사람이 변해야만 감동을 얻는다는 기본적인 휴먼드라마 스탈의 영화를 조롱하다시피하며
엔딩을 맺습니다. 그리고 이게 아주 묵직하게 와닿는다는 말이죠.

개인적인 견해지만, 이 영화를 아마 얼마전 올린 올해의 영화 50선을 쓰기 전에 봤다면 한 손 안에 반드시 랭크시켰을
것이고, 올 한해 한국 영화가 속된 말로 죽을 쒔다고 하지만 [은하해방전선]과 이 [미쓰 홍당무]라는 진짜를 건진
해이므로 아주 망했다고 볼 순 없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런 대박 영화를 부가판권도 아작난 한국에서 영화관에 가지 않고 집에서 봤다는게 무척 후회가 됩니다.
미안하기도 하고...


이 영화의 유머는 Judd Apatow의 유머처럼(유머의 방식은 완전 다르지만) 극한으로 치달아버립니다.
이쯤에서 그만둬야지하는 관객들의 내재된 윤리기준을 위태롭게 넘나드는거죠.
보는 나는 희열과 민망함, 그리고 조마조마함, 이거 도대체 끝을 어떻게 내려고 하는거야!라는 온갖 감정이 마구
지들끼리 머릿 속에서 난잡교배를 하게 되지만 정작 이 영화의 미덕은 거기에 있다고 봅니다.
괜히 우월적 위치에서 캐릭터를 내리 깔아 보는게 아니라, '저 사람들은 원래 저런거다'라고 내버려두고 그들의
내면을 이해하려고 하는거죠.
따지고 보면 공효진이 연기한 '양미숙'이나 서우가 연기한 '서종희' 모두 서슬퍼런 독설과 삐딱함, 과대망상, 피해망상
등의 정신병적 요소들을 두루두루 갖추었지만, 그리고 그들의 행위는 실제로 처벌을 받을 법한 범죄이지만, 자의든
타의든 상황을 바로 잡으려는 힘에 맞서고 거부하려 하지 않는 '인간다움'은 잃지 않았습니다.
전 그게 인간이 인간일 수 있는 '인간다움'의 척도 중 하나라고 믿어요.
그리고 그 시점에서 나와 다른 사상과 대상을 이해할 수 있는 '똘레랑스'가 시작되는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구요.


*
공효진은 정말 사랑스러운 배우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아주 진부한 찬사지만, 어느 여배우가 저런 심각한 안면홍조증+왕찌질한 캐릭터를 연기하겠나 싶었어요.
그나마 팜므 파탈도 아니고.. 옷도, 머리도... 그나마 좀 빌려 입은 옷이 동료 교사의 원피스이니.
스탭들이 기술시사회 이후 공효진씨에게 너무 미안해했다는데(너무 안예쁘게 나와서), 그 스탭들의 마음을
이해하고도 남음이... 있습니다.

 

**
공효진씨가 연기한 '양미숙'이란 캐릭터를 한 단어로 압축하면... 영화 초반부에 나옵니다.
죽어라 삽질을 하는 장면.

 

***
공효진씨의 연기만 좋은게 아닙니다. 서종희 역을 맡은 서우라는 배우. 그야말로 발견 중의 발견 아닌가 싶어요.
오락가락... 정신분열적 레벨은 절대 양미숙에게 뒤쳐지지 않는, 하지만 그래서인지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서종희 역의 서우. 너무나도 인상깊었습니다.
그리고 공주 이유리 선생역을 맡은 황우슬혜씨도 겁나 인상적이었는데 특히... 체육비품실에서의 그... 음음...
자신의 필모도 아주 착실하게 쌓아가고 있더군요. 좋은 평가를 받은 [과속스캔들], 그리고 박찬욱 감독의 신작
[박쥐]에서도 그 모습을 볼 수 있다고 합니다.

 

****
봉준호 감독은 대놓고 까메오.
그런데 보다보니 박찬욱 감독도 나오더군요.ㅎㅎ
거의 스쳐가는 장면이어서 어지간하면 모르고 넘어갔겠지만, 피부과 의사가 이 영화의 제작자인 '박찬욱'감독의
이름을 그대로 달고 나와서 뇌리에 남은 탓인지 자연스레 그 촬영하는데 서성이던 이가 박찬욱 감독이라는 걸
알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사실 연속 캡쳐를 해서 이렇게 잡은거지 영화에선 순식간입니다.

 

 

 

 

 

 

 

 

그리고... [은하해방전선]의 은하양도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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