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 난 여름 장마철을 좋아했다.
세차게 퍼부어 대는 장대비를 기다리곤 했다.
신발이 몽땅 다 젖고, 우산을 쓴들 소용없는 날 걷고 싶어 했다.
비오는날 괜히 우울한척 분위기 잡는걸 은근히 즐겼다.
시간이 눈깜짝 할 사이에 지나가고 서른잔치가 끝난 지금
난 한사람의 아내로 한아이의 엄마로 하늘을 본다.

 

하루 걸러 비가 오는 요즘.
눅눅한 이불과 비에 젖을 남편의 신발과 마르지 않는 빨래를 걱정한다.
그리고 내일은 제발 맑아 이 공기처럼 처진 기분을 만회하고 싶어 한다.
그렇다고 이런식으로 글을 쓴다고...
이런내가 한심하다는 유치한 감상에 빠져
지난 시절을 그리워하는 오류를 범하지는 않을 만큼 난! 지금의 날, 사랑한다.
그것은 내게 온맘으로 사랑하는 남편과 세상을 보는 거울, 아이가 있기 때문이다.

 

비온뒤 잠시 보인 맑은 하늘을 찍었다. 비록 카메라를 끄고 돌아서니 벌써 구름이 가려 버렸지만 
오늘 난 파란 하늘이 그립다. 맑은 날을 만나고 싶다. 오늘엔 이유가 없다
빨래 때문도 아니고 남편과 아이 때문도 아닌 그져 파란 하늘이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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