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울에서 차를 돌려 향한 동물원.


주차하려고 돌고 돌고 돌고, 좁은길 양옆으로 늘어선 차들로 막혀 꼼짤달싹 못하다가 겨우겨우 빠져나와
넘들처럼 얌체주차 해놓고 국립현대미술관에서 하는 "일상의 연금술"전을
눈물을 머금고 뒤로하며 동물원으로 들어서는데.... 빗방울이 떨어졌다.
매표소앞에 계신는 아주머니왈 "에이 그칠 비네 들어가세요 지나간는 비야"
식구수대로 준비한 우산을 고히 차에 모셔두고 안으로 들어갔다.

생각해보니 애버랜드만 갔지 여기는 생전 첨이다.
민성이는 어릴때 관심밖의 동물들을 할아버지,할머니와 함께 지나간적이 있긴 하지만.

산림욕하는 것처럼 걸었다.
탁트인 넓은 길에 숲처럼 우거진 커다란 나무들.... 신선한 공기와 만나기 힘든 커다란 동물들...
여기서 만난 동물들을 일일이 다 열거 할 수 없지만... 얘기하자면...
홍학 무리들을 제일 처음 만났는데...
다리를 절고 깃털이 많이 빠진 홍학들이 있어 그냥 지나쳤다. 냄새도 무지나고

기린과 코뿔소.
언젠가 TV에서(이휘재와 이혁재가 진행하는 뭐더라) 기린이 혀도 얼룩무늬라는 걸 본 뒤라서 그런지

민성이도 기린을 오래 지켜 보았다. 기린은 종류에 따라 얼룩 무늬가 틀리다. 하긴 같아 보여도 다 다르겠지...
코뿔소는 생각했던것 보다 무지 컸다.
저 녀석이 뿔나서 콧방귀 쓩쓩 뀌며 달려오면 옴짝달싹 못하겠지 싶었다.
그러나 한가로이 서있는 녀석은 무진장 순해 보이기만 했다.

조금 올라가니 조류관들이 있었는데.. 그냥 지나치고 통감자 먹으며 걷고 어린이 놀이터에서

코끼리, 공룡 미끄럼틀에 빠져 있는데 빗방울이 굵어져 한참을 피해 있었다.
빗방울이 가늘어지고 우거진 나무가 우산을 대신해줘 천천히 다시 올라갔다.
남미관의 라마는 특히하게 응가하면서 우릴 반겼고, 그림책으로만 보던 비버는 그림처럼 귀여웠다.
개미핧기 우리에선 민성이가 과격하게 우리를 흔들어 개미핧기를 멀리 보내버렸고.
무시무시한 악어에 유난히 흥분하면서 관심을 많이 보였다. 아무튼 민성이는 맹수들을 좋아한다
남미관의 건물안에 있던 원숭이과 동물들을 볼땐 자꾸만 앤서니 브라운의 그림책"고릴라"가 떠올랐다.
오랑우탄과 침팬치가 철창에 얼굴을 기대고 있는 슬픈그림
하지만 한편으론 이런 동물원이 없다면 저 먼곳에서 자유로이 사는 동물들을 우리가 어떻게 만날수 있나!
감사할 일이지만 동물들한테 참 못할짓 한다.

좁은 공간에 여러마리가 옹기종기 나쁘게 말하면 다닥다닥 붙어서리...
드넓은 자연에서 살아야 마땅한데 인간의 이기심으로.....
아!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결론을 내릴수 없는 문제다.

민성이가 좋아하는 맹수들을 한낮의 더위에 지쳐 대부분 잠에 빠져 있었다.
그나마 곰이나마 머리를 긁적이고 이러저리 왔다갔다하고 한번 우렁찬 소리로 싸움도 잠시했을 뿐이다.

한참을 걷고 또 걸었다.
다리가 뻐근하고 끈적끈적한 날씨에 더이상 기력이 없을때까지 걸었을때 끝이 보였다.
많은 동물들이 곤히 자고 있어 아쉬움이 많았지만... 우리민성이는 에너자이저다
계속 뛰어다녀 거리로 따지자면 우리보다 두배는 더 많은 거릴 걸었을텐데..
차를 기다리면 솔방울을 이리저리 굴리며 노는 눈이 아래로 축 쳐져 있으면서도
시종일관 종알종알 수다스럽고 뛰기에 바빴다.

선선한 날에 다시 한번 와야겠다.
그리고 한군데로 코스를 정해야지 좀 많이 피곤했다.
아이의 환한 미소를 보고 있으면 다 풀린 피곤이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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