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뭐 사실... 스포일러라고 할 것은 없는 영화지만 **

 

 

[Shooter]

directed by Antoine Fuqua
2007 / approx 124 min / 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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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월버그 주연, 안톤 후쿠아 감독의 [Shooter/더블타겟]을 어제 밤늦게 봤습니다.
극장에서 보려다가 극장이 안땡겨서 패스했던 바로 그 영화. ㅎㅎ

Antoine Fuqua감독을 처음 알게 된 건 와이프와 아주 오래전... 아마 결혼도 하기 전에 터미널 근처의
극장에서 [the Replacement Killers]를 본 것이었을 겁니다. 그 당시 잘 나가던 미라 소비노와 주윤발
횽아가 나오는 영화였죠.
얼마나... 재미가 없던지 나오면서 '내가 이 감독 영화 다시 보나봐라...'라면서 극장을 나왔어요.
그런데 Jamie Foxx가 주연한 음모론을 다룬 [Bait](2000)가 해외 평가야 어쨌건간에 그럭저럭 재미
있더군요. 그리고 2004년, 에단 호크와 댄젤 워싱턴이라는 기묘한 조합의 [Training Day]는 영화의
완성도는 차치하고 상당한 폭발력을 보여주며 재미도 주었습니다.
슬슬... 이 감독에 대한 인식이 바뀌기 시작했죠.
[Tears of Heaven](2003)은 브루스 윌리스와 모니카 벨루치를 끌어들여 만들었는데 미국의 대이라크
정책을 옹호하는 듯한 인상을 줘서 개인적으론 별로 유쾌하지 않았던 영화입니다.
2004년엔 블루스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찍은 [Lightning in a Bottle]을 공개, 그의 영화 중 가장 호평
받는 영화가 되지요. 이 다큐에 그 자신으로 참여하는 인물들의 면면도 보통이 아니었구요.(그렉 올먼,
마틴 스콜시즈, 나탈리 콜, 빌 코스비, 메시 그레이등등)
그러다... 2004년에 역시 대단히 의외의 선택을 하게 되는데, 백인들의 전설이라고 못박은 [King Arthur]
를 연출했다는겁니다. 전 무척 의외라고 생각했어요. 클라이브 오웬과 키이라 나이틀리를 끌어 들여서
말이죠. 이 영화는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그리고...2007년에 내놓은 영화가 바로 [Shooter]입니다.

연출자 개인의 필모를 한번 참조해보는 것은 중요한 것 같습니다.
[Shooter]라는 영화가 어떤 의도로 만들어졌는지에 대해서도 대강 짐작을 할 수 있기도 하구요.
전술했듯이 안톤 후쿠아는 미국의 매파 정책을 옹호한다기보다는, 상투적인 감상주의로 그려냈다고
보는 것이 더 옳은 [Tears of Heaven]을 연출한 바 있어요.
이 영화때문에 안톤 후쿠아는 '공화당에 빌어붙은 니그로'란 악담도 받았던 걸로 기억해요.
사실 대부분의 흑인 감독들이 인종차별을 기저에 둔(그것이 로맨틱 코메디라도) 선동적인 영화 또는 코메디에
집중하고 있을 때 안톤 후쿠아는 비흑인 배우들을 주연으로 써가면서 영화를 만든(그의 영화 중 주연이 된
흑인은 Jamie Foxx뿐입니다) 흔치 않은 감독이에요.
어차피 모두가 다 '길거리로 뛰쳐나가 백인을 죽여라'라고 영화를 만들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에 안톤 후쿠아
의 이러한 작품들을 비난할 일은 없습니다만, 그는 분명히 [Tears of Heaven] 한 편으로 정치적으로 보수적
이라는 비난을 면할 길이 없었어요.

[Shooter]의 도입부에서 존슨대령(대니 글로버)이 스웨거(마크 월버그)에게 제안하며 하는 말들은 황당할
수준이죠. '애국심'과 '사명감'을 강조하며 스웨거를 끌어 들이니까요. 이 부분까지만 보면 '아... 저 안톤
후쿠아, 결국 여기서 일을 치는구나'할 정도로 심할 수준의 애국심을 강조합니다.
그런데...
영화를 보다보면 저 황당할 정도로 오버한 설정은 바로 안톤 후쿠아 자기 자신에게 한 말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이러한 애국심과 사명감이 근본적으로 인간에 대한 존엄과 박애를 무시한 토대에 기인할 때 그것이 어떻게
악용되고 소모되는 지에 대해 이 영화는 가차없이 보여주거든요. 그리고 그건 안톤 후쿠아가 [Tears in Hea-
ven]에서 보여 준 '모병 홍보 광고 영화' 수준의 내러티브를 스스로 가열차게 자아비판하는 듯한 느낌도 지울
수 없습니다.

말이 정말 '가열차게' 길어지는군요. ㅎㅎ

영화적으로 이 영화는 일단 '대단히' '재미있습니다.
[Enemy at the Gate]에서 매복과 기다림을 밥먹듯이 하는 스나이퍼들의 긴장감을 조금이라도 느껴 보셨다면
이 영화의 즉흥적인 응사 사격 위주의 액션은 의아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영화 초반부의 스나이핑은 몸을 들고 뛰어다니는 코만도식 액션만이 능사가 아님을 여실히 보여 줍니다.
밀리터리 게임에서 스나이프 건을 선택하고 표적을 확대했을 때, 숨을 참고 쏘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아마 경험
하신 분들이 계실 겁니다.('고스트리콘 AWF 2'에서도 몸의 떨림으로 표적이 흔들리고 숨을 참는 트리거를 눌러도
흔들리는 걸 알 수 있죠) 2km 밖에서 표적을 명중시키는 그들의 가공할 능력은 미세한 대기의 움직임, 습도
심지어 지구의 자전까지 측정하여 정확도를 최대로 하지요. 900~1.5km 에서의 사격 오차가 3.75cm 내외라면...
끔찍할 수준의 저격 능력입니다.

하여튼...
애국심과 사명감으로 똘똘 뭉친 최강의 스나이퍼 스웨거는 이디오피아에서 임무를 수행 중 가장 친한 친구를 잃고
국가에 대한 배신감에 산에 은둔하여 지내고 있습니다. 그렇게 3년 후, 존슨 대령이 15일 후 대통령이 연설 도중
암살될 지도 모른다는 첩보를 입수했다며 스웨거에게 수퍼바이저 노릇을 해달라고 하지요. TV에서 대통령이 죽는
걸 지켜보지 않길 바란다는 존슨 대령의 말에 애국심 발동! 스웨거는 충실히 저격이 가능한 장소와 저격수가 있을
만한 곳을 명확히 지적합니다.
하지만... 정작 대통령의 연설 당일 저격이 벌어지고 스웨거는 저격범으로 몰려 구사일생으로 현장에서 탈출하게
되지요.
애국심과 사명감으로 살아왔던 스웨거는 이디오피아에서의 자신의 임무가 누구를 지키기 위한 것인지, 그리고
미국이 저지른 추악한 행위와 그 배후를 알게 된 후 복수를 시작합니다.

이와 같은 스토리라면 기존의 헐리웃 액션물과 다를 것이 하나도 없을 수 있습니다만...
안톤 후쿠아 최고의 영화라고 할 정도로 완성도도 매끈하며, 미국이 미친 짓을 할 수록 점점 정의로워지는'듯'한 미국
헐리웃 영화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마치 '우린 자유로운 나라니 이런 메시지의 영화가 나와도 상관없다'라는 거죠.
음모론을 위한 음모론, 음모론을 정치적으로 포용하여 오히려 이러한 담론이 결과적으로 음모론 내에서 벗어나지
않게 하는, 그러한 교묘한 느낌을 지우기도 힘들어요.
하지만 [Shooter]가 그러한 영화들에게서 갑자기 벗어나는 것은 물리적 해결을 포기하고 미국의 헌법에 의지해
그들을 처단하려던 계획이 어긋나면서 벌이는 마지막 씬에 있습니다.
그토록 신성하다는 미국의 헌법이 결국은 전범과도 같은 존슨 대령 일파를 조금도 구속할 힘이 없다는 사실을
관객에게 까발리고, 이를 물리적으로 해결해버리는 것입니다. [Syriana]등의 미국 음모론을 다룬 영화들이 결국엔
양심적 캐릭터들이 몰락하고 죽음으로 내몰리며 배후 세력의 건재를 드러낸 것과 달리, 이 영화는 그냥 스웨거가
모든 이를 처단해버리고 유유히 떠나는 것으로 끝나 버립니다.
게다가 그것으로 정의가 실현되었다고 떠들지도 않아요. 저들을 제거해도 또다른 자가 저들의 자리를 대체할 것
이라는 말이 반복되곤 하니까요. 그러니까 자칫 오버하면 '이런 이들은 법으론 해결 방법이 없으니 이렇게 죽여
버리는게 상책이다' 란 뜻으로 들릴 수도 있지요.
그런데... 그 정 반대의 경우가 더 설득력있지 않을까 싶어요.
그러니까...

'어차피 개인의 힘으론 이들을 도무지 어떻게 처단할 수도 없고, 생명의 위협을 받을 뿐이며, 무엇보다도
법으로도 안되니 포기하던지, 아니면 스웨거 정도의 실력은 갖추고 직접 처단하던지'

라는 식의 메시지 말이죠.
전 이 메시지가 더 설득력있을 거라 생각해요.
사람들은 이 영화에서 민간인 학살을 해놓고도 껄껄 거리는 저 세력들을 보며 살의를 느낄텐데 저들이 그대로
존재하고 이 세상에서 온갖 만행을 저지를 것이라는 여운보다는 영화 내에서 저들을 완전히 싹 소탕해버리는 걸
보니... 무의식적으로 완결된 영화적 내러티브로만 인식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진정성을 요구하는 선동의
힘이 내부적으로 더 강하게 나가다보니 소멸되어 버리는 거죠.

제가 상업영화 한 편 보면서...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던 것인지 모르지만...
하여간 이런저런 잡생각이 드는 영화네요.
영화적 재미요? 최근에 본 영화 중 가장 재미있었던 것은 확실합니다.

**
마크 월버그는 정말 딱... 제 역이더군요.
정말 최정예 요원의 눈빛을 갖췄어요. 움직임과 총기 조작도 정말 자연스럽구요.
몇개월 동안 특수부대 훈련을 받았다더니... 괜한 소리가 아니더군요.

***
종종...
난 영화를 모른다. 그래서 그냥 인상깊고 재미있으면 좋은 영화다...라고 하시는 분들을 자주 봐요.
맞는 말입니다. 자신이 재미있으면 그게 정말 자신의 베스트가 되는거죠. 저도 전적으로 동감해요.
다만, 그 분들이 '난 영화를 몰라서 이것저것 재지 않는다'라고 얘기하시는 부분은 할 말이 좀 있더군요.
누군들 영화를 보면서 저건 이런 의도일거야... 저건 이런 의도일거야...라고 일일이 짱구 굴려가면서 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겁니다. 영화평론가들도 그렇게 보진 않을 거에요.
대신, 영화와 관련된 많은 공부를 했거나(예를들면 영화사나 영화 테크놀로지), 해당 영화를 연출한 감독의
환경에 대해 조금 더 잘 알거나 아니면 미학 원리를 조금더 많이 섭렵했거나... 이런 분들은 그냥 영화를 보는
분들과 다른 시각에서 자연스럽게 보게 되긴 하겠죠.
많은 분들이 오해하시는 것 같아요. 영화를 가슴으로 봐야지 머리를 보면 되냐...고 하시면서.
(뭐 음악도 마찬가지죠)
전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을 믿습니다. 그리고 그게 사실이구요.
제가 그렇게 알고 본다는 말이 절대 아니지요. Film 2.0의 김영진 위원의 글은 그런 점에서 많은 귀감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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