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담이다...뭐다 이런 말도 안되는 오해 받기 싫어 이 글을 올릴까 말까 무척 고민했는데,
이 경험은 공유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올려본다.
블랭크 커피에서 맛있는 크로플과 커피를 먹고 마신 뒤,
즐거운 마음으로 산책을 다시 시작했다.
카페 암튼을 지날 즈음,
좁은 골목을 막고 앞이 전혀 보이지 않을 정도로 폐지가 쌓인 리어카를 끌고 가시는, 허리를 제대로 펴지 못하는 할머니가 보였다.
그 뒤로 차들이 줄줄이 서행하고 있었고.
사실 우린 그냥 할머니의 리어카가 길가로 비켜날 수 있을 정도로만 도와드릴 생각이었다.
절대로 그 리어카를 끌고 그 고생을 하려고 한 건 아니었어.
그런데, 그때 우리 앞을 가던 젊은 여성분께서 할머니의 리어카를 잡고 따뜻한 말을 건네며 도와주시더라.
그 젋은 여성분께서 '할머니 어디까지 가세요?'라고 여쭈니 할머니께서 우리도 잘 아는,
메종키티버니포니 가는 골목 코너에 있는 고물상까지 간다고 말씀하시더군.
그래서 어색하게 근처에 서있던 내가 그 젊은 여성분께 말했다.
우리가 그 근처까지 갈 수 있으니 우리에게 맡기라고.
사실... 그럴 마음까진 없었는데 순전히 그 분 때문에(ㅎㅎㅎ) 내가 하는게 나을 것 같다고 생각한거지.
그때부터 내가 리어카를 밀었다.
호빗족이지만 그래도 허리를 펴지 못하는 할머니, 너무너무 왜소한 할머니보다 머리 하나 이상 큰 나도 시야가 전혀... 확보되지 않았다.
그래서 와이프가 리어카 앞에서 길을 가이드해줬지.
나도 이렇게 시야가 확보되지 않는데 할머니는 이걸 거의 매일 하신다고?
게다가... 카페 암튼을 지나 놀이터를 지나 횡단보도를 지날 때 쯤 되니 걸을 땐 전혀 느끼지 못했던 약간의 오르막과 내리막이 대단히 격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완만한 과속방지턱을 만나면 정말 이렇게 왜소한 할머니가 이 리어카를 끌고 가실 수 있을까?하는 생각만 들더라.
좁은 골목길에 차가 계속 지나가니 그때마다 리어카를 길가 한쪽으로 대놓고 다시 끌고 가야했다.
길을 건너 새롭게 오픈 준비 중인 베이커리 앞에 도착하니 할머니께서 리어카 한 대를 더 끌고 나오셨다.
이것도 가져가셔야한다고.
다행히 그 리어카는 폐지가 훨씬 적어서 할머니가 끌고 오셔도 될 정도였다.
아무튼... 그렇게 고물상 앞에까지 리어카를 몰고 갔다.
드디어 할머니와 헤어질 때 할머니께서 나와 와이프를 정말... 몇 번이고 껴안아주셨다.
그리고 돌아가는 우릴 향해 '하는 일 모두 잘 되라. 꼭 잘 되라!'라고 온힘을 다해 말씀하시며 한참을 서계셨다.
지금도 할 수 있는 힘을 다해 크게 우리에게 덕담을 해주시던 어젯 밤 모습이 잊혀지지 않는다.
방역 선진국이라고, 그 잘난 선진국이라던 유럽이 저 모양이고 일본도 저 모양이라며 우리가 사실 선진국이었다...이런 얘기 요즘 참 많이 본다.
틀린 말 없다. 우리 시민들이 마스크 착용등을 정말 잘 지켜주는 편이지만 선진시민 이런건 모르겠고 정부와 질본, 의료진이 지나칠 정도로 일을 잘 해내고 있을 뿐이란 생각을 늘... 하고 있다.
하지만 난 그런 '선진국'이란 말이 나오면 심하게 창피하고 부끄럽다.
우린 여전히 구도심에서 이렇게 폐지를 몰고 거리를 힘들게 걸어가는 노인들을 자주 마주한다.
난 힘들어도 극우당을 선택하는 노인세대를 무척 싫어하는 1인이지만 삶의 자존감까지 나락으로 몰리는 인간 존엄의 문제만큼은 누구나 예외가 되선 안된다고 생각해.
이뿐이 아니지.
장애인구비율이 7가구 당 1가구... 6%가 넘는다는데 우린 며칠을 지내도 장애인을 보기 힘들다.
왜일까? 전에도 이 문제에 대해 얘기한 적 있는데 우리나라는 장애인들이 맘 편히 다닐 수 있는 사회적 인프라도 인식도 엉망진창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로 훌륭한 방역 정책을 집행 중인 이 정부도, 공공의료의 확대에 대해서 얘기하기보단 원격의료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한다.
비대면 진료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비롯한 여러 사정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공공의료인프라가 OECD 최악 중 하나인 우리 현실에선 공공의료 인프라의 확충이 우선 아닐까.
그냥 이런저런 생각이 대단히 깊어진 망원동의 어느 저녁이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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