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정동 로쿠찬에서 맛있는 식사를 한 후 쇼룸 근처에 새로 오픈한 카페 로우머 roamer에 들렀다.
솔직하게 얘기하자면 이렇게 예쁜 외관과 인테리어의 카페에 약간씩 피로감을 느꼈던 터라 이 집의 커피와 케이크에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창가쪽 룸마저 다른 손님들이 확보한 터라 들어가서 앉자마자 그냥 나갈까말까 약간 고민했으니.
외관만 봐도 곧 웨이팅이 생길법한 예쁜 공간임을 알 수 있다.
사실... 난 요즘 이렇게 예쁜 공간에 대한 약간의 피로감이 있다.
실내 공간도 꽤 좋은데,
입구 우측의 4인용 원탁이 있는 공간이 핵심인 듯.
그 자리는 경쟁이 엄청나게 치열할 것 같아.
요즘 정말 공간 멋지게 잘 뽑는구나.
천편일률적인 모던스타일은 이제 그 종말을 고한 듯.
간결한 텍스처에 더티 오브젝트, 구조를 다 드러낸 누드 천정.
로마 건축을 연상케하는 아치 타입의 스터드들.
공간이 상당히 로맨틱하다.
경쟁이 치열할 것이 분명한 방.
이때까지만 해도...
혹시 이곳, 공간만 그럴 듯한 곳 아닐까?
하는 선입견아닌 선입견이 있었어.
그냥 예쁜 공간인가보다...하면서 셔터를 누르다가 자리에 다시 앉았는데 와이프가 주문한 커피를 내오는 순간 전해진 커피향이 무척 좋았다.
아니나다를까 와이프가 커피를 마시자마자 '좋은데!'라고 바로 말하더라.
냄새만 맡아도 커피의 향긋한 산미와 단맛이 다 느껴지던데 나도 한모금 마셔보니 커피가 우리 입맛에 무척 잘 맞아서 큰 기대하지 않았던 마음이 무척 무안해지더라.
내가 주문한 말차플롯도 맛있게 마셨고,
당근케이크.
업장 내에 쇼케이스도 없고 직접 만드는 것 같지 않아 큰 기대없었던 당근케이크를 맛보는 순간 꼰대같은 선입견이 얼마나 쓸데없는 생각인지 다시 한번 확인했다.
마스카포네 치즈를 올려 터프하게 만든 꽤 큼직한 크기의 당근케이크는 완전히 우리 입맛에 딱 맞았다.
그리 기대하지 않았다가 커피와 케이크 모두 맛있게 먹은 우린 계산하면서 커피와 케이크에 대해 조심스럽게 여쭤봤는데,
두 쥔장분의 응대 또한 정말... 인상적이었다.
얼마나 친절하게 얘기해주시던지.
아니, 친절하게 얘기해주셨다라고 표현하기엔 뭔가 부족하다.
즐겁게 설명해주셨다고 해야할까?
심지어 케이크를 어느 업장에서 받아오는지까지 말씀해주셨고,
그곳에서 바로 먹으면 더 맛있을 거라는 얘기까지하셨다.
자신들도 그 집의 케이크를 정말 좋아해서 받게 된 거라면서.
이 집 다음에도 또 들를 것 같아.
+
커피의 맛이 상당히 좋아 쥔장분과 얘기하다가 알게 된 사실인데,
원래 쥔장분들께서 디자인한 커피는 더 산미가 풍성한 맛이었단다.
그런데 손님들께서 초기에 내던 커피의 산미가 너무 강하다고 거부감을 드러내는 분들이 계셔서 산미를 조절하신 거라고.
난 이 정도의 로스팅에 충분한 단맛이면 쥔장의 처음 의도대로 산미가 더 풍성한 맛도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던데.
궁금하다. 이 집 초기의 커피가.
선선한 여름.
가을의 길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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