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briel Rico 'the Stone, the Branch and the Golden Geometry'
가브리엘 리코 '돌, 나뭇가지, 그리고 황금기하학'
@gallerie Perrotin Seoul 갤러리 페로탕 서울
소격동은 참 아름답다.
소격동, 팔판동이야말로 가장 우리나라다운 정취가 단아한 세련미와 함께 잘 정돈된 곳이란 생각을 한다.
삼청동은 너무 지나칠 정도로 관광객을 위한 공간이 된 것 같아 아쉽고.
소격동의 정취가 이토록 인상깊은 이유 중 하나는 도심속의 현대미술관인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이 자리하기 때문이기도.
이렇게 말은 하고 있지만,
난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초기 오픈했을 때 대단히 불만이 많았다.
지나칠 정도로 관념적인 전시들도 불만이었고,
미술관의 정리되지 못한 동선도 어색했다.
특히 초기 전시는 정말 납득하기 힘들었어.
원로작가들 우대해주는 듯한 느낌의 황당한 전시도 있었다.
정말 다행스럽게 몇 년 전부터 전시의 질 자체가 바뀌었지.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제발 정치로 예술의 영역까지 옭아매지마라.
갤러리 페로탕 서울.
오며가며 참 많이 본 건물인데 들어가보긴 처음이다.
이 건물, 예전 팔판동 있을 적의 그릴데미그라스 앞쪽 건물이다.
1층과 지하가 전시공간,
2층은 Christie's
전시는 9월 7일까지.
들어가면 인포데스크와 함께 북스토어가 마련되어있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헤르난 바스 Hernan Bas의 아트북이 있고.
그외에도 아주 탐나는 작가들의 아트북들이 준비되어있다.
물론 구입 가능.
그 중 가장 구입하고 싶었던 것은 바로 이 작품집.
소피 칼 Sophie Calle의 Rachel, Monique...
단순한 아트북이 아니라 작품집 수준으로 한정 수량 판매.
가격은 55만원.
그런데 엄청 구입하고 싶었다.
인쇄의 질이 그냥 작품 같았어.
아마존 보면 동일한 책임에도 가격이 저렴한 경우가 있는데 그 책들은 표지에 양각 자체가 없다.
일반 버전인 듯.
들어가자마자... 박제된 코요테가 눈에 들어온다.
이 작품이 생각보다 상당히 강렬해서 나도 모르게 사진을 여러장 찍은 것 같다.
박제...라는 결과물은 대단히 복잡한 심경을 불러 일으키는 것 같다.
생명은 이미 꺼졌지만 바로 앞에서 살아 움직일 것 같은 느낌.
어느날 갑자기 아프리카 원주민에게 떨어진 콜라 한 병.
이 콜라 한 병때문에 그동안 평화롭게 자신들의 룰을 지키며 잘 살아가던 원주민들이 탐욕과 질투에 휩싸이게되자,
결국 그들의 리더는 콜라를 원래 자리로 돌려놓기 위해 떠난다.
지금 아주 희미하게 기억하는 영화 <부시맨>의 내용.
요즘 젊은 분들은 이 영화를 알 리가 없을텐데 이 코미디 영화는 은근 시사하는 바가 있었다.
가브리엘 리코의 이 작품이 그와 비슷한 메시지를 전한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어.
전시 리프렛에 의하면 작가의 전시 의도가 대단히 난해한 말로 해설되어있는데,
난 그 전시 의도와 무관하게 이 작품이 매순간 자본에 현혹되어 동물적 본성마저 길들여지는,
겉만 번지르한 지배자라는 인간을 빗대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작품 자체가 대단히 인상깊어서 사진을 엄청 찍었나봐.
코요테 작품 뿐 아니라 벽면에 설치된 작업들도 대단히 인상 깊었다.
원래 네온사인을 이용한 작품들을 보면 매우 피로함을 느꼈는데,
가브리엘 리코의 작품에는 거북하지 않은 위트가 느껴져 좋더라.
아아...
기가막히더라.
저... 날아갈 듯 얇은 금박이 실내의 미세한 공기 흐름에 살짝살짝 흔들리는 모습이.
마치 그 흔들어대는 금박으로 대칭적 균형을 만들고 있다는 착각이 들었어.
응?ㅎㅎㅎ 루트잖아.
가브리엘 리코의 작품을 더 보고 싶어질 정도로 난 이 전시가 좋았다.
벽에 전시된 작품들은 브론즈, 나무등을 이용하여 설치된 작품들은 기묘할 정도로 균형을 이루고 있다.
루트등의 수학 공식 또는 대칭적 균형등을 드러낸 이 작품들은 절묘한 균형을 이루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되는거지.
9월 7일까지 전시가 계속되니 한 번 들러보시길.
갤러리 페로탕 서울이란 공간도 넓지 않지만 무척 아름답다는 생각이 드니 들러보셔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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