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rbara Kruger : Forever 바바라 크루거 : 포에버]

@아모레퍼시픽미술관 APMA

6월 13일부터 아모레퍼시픽미술관 APMA에서 시작된 바바라 크루거 Barbara Kruger의 첫 개인전.

 

 

 

 

 

 

 

아트숍

 

 

 

 

 

 

 

 

 

 

 

 

 

 

 

전시장에 들어서자마자 압도적인 공간을 마주한다.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 속 문구인 '지난 수세기 동안 여성은 남성의 원래 모습보다 두 배로 확대해 비춰주는 마법을 가진 거울 역할을 해왔다는 것을 당신은 알고 있다'와 바닥에 커다랗게 수놓인 조지 오웰 <1984>에서 인용한 문구가 눈에 강렬하게 각인된다.

바야흐로 한국은 페미와 반페미가 제대로 된 담론 한 번 없이 그 개념이 곤죽이 되어 난도질 당한 탓에 여전히 불합리한 여성들의 현실에 대해 이야기하기는 커녕,

몰이해로 인한 폭력적 시선과 언사가 아무렇지도 않은 듯 오고가는 이 난처하고 참담한 현실에 처해있다.

일부 남성들에겐 '페미니즘'이 또다른 역차별의 다른 언어인양 오도되어 모욕받는 경우가 흔하고,

난감한 댓글 분쟁을 피하기 위해선 '페미니즘'이란 말 자체를 언급하지 않아야하는게 비겁한 불문율인양 되어버렸다.

물론 여기에 종종 래디컬 페미니즘이 균형잡힌 시선을 방해하기도 하지.

단순히 페미니즘의 관점뿐 아니라 바바라 크루거는 끝없이 부조리한 사회구조와 집중된 권력으로서의 미디어에 대한 통찰을 통한 전복적인 메시지를 나열한다.

그것도 가장 상업적인, 가장 익숙한 방식으로 미디어의 속물적 태도를 신랄하게 풍자한다.

 

 

 

 

 

 

 

 

 

 

 

 

 

 

 

 

 

 

 

 

 

 

 

 

 

 

 

 

 

한글 작업.

 

 

 

 

 

 

 

 

슈프림 관련 이야기는 다들 아실테니 패스.

 

 

 

 

 

 

 

 

 

 

 

 

 

 

 

 

 

 

 

 

 

 

 

 

 

 

 

 

 

 

 

 

 

 

 

 

바바라 크루거는 사진을 찍기보다는 기성 사진을 차용하여 재구성하는 것을 즐겼다.

재구성된 사진에 헬베티카 HELVETICA 또는 푸투라 FUTURA 폰트를 이용하여 텍스트를 입히면,

완전히 다른 시점의 메시지가 생명을 얻곤 했다.

 

 

 

 

 

 

 

 

 

 

 

 

 

 

 

 

 

 

 

 

 

 

 

 

 

 

 

 

 

 

 

 

 

 

 

 

 

 

 

 

 

 

 

 

 

 

 

 

 

 

 

Good Buy란 글자가 명료하게 적힌 작품의 건너에 실소가 터져나오는 문구들을 적어넣은 'Face It' 4연작을 보면 이러한 크루거의 시니컬한 비판적 태도를 명확하게 알 수 있다.

 

 

 

 

 

 

 

 

 

 

 

 

 

 

 

 

 

 

 

 

 

 

 

소비가 너를 자유케하노라...가 아니라,

소비는 너를 결코 자유롭게 하지도,

너를 결코 아름답거나 부유하게 보이도록 만들어주진 않는다.

 

 

 

 

 

 

 

 

 

 

 

 

 

 

 

 

 

 

 

 

 

 

 

 

 

 

 

 

 

 

 

 

 

 

 

 

4채널 영상 작업은 대단히 흥미로웠다.

아이작 줄리언 Isaac Julien등의 작가들과 마찬가지로 바바라 크루거 역시 관객을 이입시키거나 스크린에 묶어두지 않는다.

정방형 4면의 방에 번갈아 투사되는 영상들은 화면을 쫓느라 이리저리 몸을 움직여야하는 관객들을 당황스럽게 만든다.

마치 짧은 개그 코너를 엮어놓은 듯한 이 영상은 가장 익숙한 듯, 익숙하지 않은 화법으로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분절적 에피소드들을 늘어놓는다.

 

 

 

 

 

 

 

이 영상의 반대편엔,

 

 

 

 

 

 

 

 

이 영상이.

 

 

 

 

 

 

 

 

 

 

 

 

 

 

 

 

 

 

 

 

 

 

전화 통화를 하며 왕복 2차선 도로를 서행하는 한 여성 운전자.

 

 

 

 

 

 

 

 

뒤에서 답답해 미치기 일보 직전의 남성 운전자.

결국 추월하면서 중지를 올린다. 'Fuck You!'라고.

이 영상을 보면서 이런 상황을 우린 일상에서 흔히 맞닥뜨리기 때문에 익숙한 이야기로 받아들여지는데,

궁금하다.

이 짧은 영상의 엔딩 워딩인 'Fuck You'에 이르는 이 과정이 당위적일까?

남성과 여성은 어떻게 각기 받아들일까?

더 궁금한건 정말로 여성 운전자의 운전은 서행이었을까?

 

 

 

 

 

 

 

 

 

 

 

 

 

 

 

 

 

 

 

 

 

 

 

 

 

 

 

 

 

 

 

 

 

 

 

 

I Shop therefore I Am 이라는,

우리가 sns를 통해 개인의 소비 생활을 늘어놓는 세태에 딱 어울릴 법한 이 유명한 문구 등,

바바라 크루거는 전시 내내 우리에게 익숙하지만 애써 고개를 돌렸던 문제의식을 끊임없이 다시 한번 제기한다.

 

 

 

 

 

 

 

 

 

 

 

 

 

 

 

 

 

 

 

 

 

 

 

 

 

 

 

 

 

 

 

 

흥미있는 전시.

물론 좀 볼륨이 아쉽단 생각을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내 욕심이겠지.

이 정도 공간에 이 정도 전시 볼륨을 어디서 흔하게 만날 수 있는게 아닐테니.

아마도 전시가 좋아서 더 보고 싶었나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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