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매우 많습니다.
차경, 운경고택을 즐기다
借景
Borrowed Landscape
미리 예약해놓은 '차경, 운경고택을 즐기다' 전시를 보러 운경고택에 다녀왔다.
운이 좋았다.
올해 가장 좋은 날씨였다고 말해도 좋을 만큼 청명하고 시원한 날씨.
기분 나쁘게 후텁지근하지도 않았고,
살랑살랑 이는 바람보다는 강했지만 따뜻한 햇살이 전혀 부담스럽지 않을 정도로 선선하게 불어주던 바람.
인근 주차장에 주차한 후,
운경고택으로 향했다.
운경고택.
태극기는 왜 걸려 있을까...
솔직히 말하면,
난 이 운경고택의 역사에 대해 궁금하지 않았다.
비록 운경이 토지개혁에 찬성했다고는 하나 이 가옥은 70~80년대 독재시절 정치가들의 사랑방같은 곳이었고,
이 집의 역사를 따지게 되면 선조, 민정당까지 들먹이게 되는데 그걸 들먹이기 싫다.
그저,
우리나라의 정원 양식인 '차경 借景'을 잘 보여주는 운경고택'만'을 보고 싶었을 뿐이다.
그러니 이 글에는 이 고택에 대한 역사적 이야기같은건 1도 없다.
궁금하신 분은 검색해보시면 됨.
사랑채부터.
현액에는 긍구당...
조상의 업적을 길이 이어받으라는 의미인데,
그냥 공간만 보련다.
운경고택은 한옥의 형식이지만,
일식 가옥의 흔적도 느껴진다.
정말... 관리가 잘된 고택.
이곳에선 장응복, 하지훈 작가의 작품이 전시되어있다.
소반을 뒤집어 엎어놓은 모양의 형태를 이룬 의자들은 인상적이더라.
다른건 모르겠고, 창에 걸어놓은 프린트 쉐이드들은 하나같이 다 예뻤다.
구입하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분위기 있었어.
流水不爭先 유수부쟁선...
노자.
흐르는 물은 앞을 다투지 않는다.
이 말 다음에는 美花春爭先 미화춘쟁선.
아름다운 꽃들은 봄을 앞다투는구나.
ㅎ 저 한문들을 다 읽을 줄 아는 걸 보니 나도 한문을 아주 모르진 않나보다
작가들의 콜라보 작품으로 공간을 꾸몄다.
가구도 가구인데,
난 창마다 걸려있던,
이 날 유난히 마음을 건드린 바람에 흔들리던 프린트된 쉐이드들이 맘에 들었다.
구입하고 싶을 정도로 아름다운 프린트들이 많았어.
아... 아름답다.
차경은 말 그대로 경치를 빌어온다는 의미다.
단순히 정원의 조경만이 아니라,
주택의 내부와 외부가 유기적으로 엇나가지 않고 어울리는 것도 중요하다.
그 고택은 사랑채는 'ㄴ', 안채는 'ㄱ'으로 정원을 끌어안고 있는 구조.
그러면서 정문에서 들어와 ㄱ, ㄴ 사이로 빠져나가는 시선이 탁 트인 서울을 조망하도록 되어있다.
날씨가 열일 했다.
사랑채를 나와 안채로.
와이프가 정말 좋아했다.
와이프 얼굴에 이 곳을 관람하는 내내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
개인적으론,
한국가구박물관보다 고택의 규모는 훨씬 작지만 그 느낌만큼은 훨씬 강렬했다.
이번 개방 기간을 끝으로 당분간은 개방되지 않겠지만,
분명 다른 이벤트를 통해 개방될테니 그 기회에 한 번 가보시길.
후회없으실 거란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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