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vil Wears Prada,the]
Directed by David Frankel
2006 / Meryl Streep, Anne Hathaway, Emily Blunt, Stanley Tucci, Simon Ba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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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에서야 봤습니다. 이 영화.
패션 잡지의 활동 사진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영화는 잘 아시다시피 실존 인물과 실화를 바탕으로 꾸며진 이야기...랍니다.
워낙 유명한 사람에 대한 얘기고, 그리고 현실에서는 저 실존 인물들간의 결과가 어떤지에 대해서도
다들 아시리라 생각이 되네요.
언제나 그렇듯 현실은 결코 헐리웃 엔딩답지 못한 법입니다.
우습게도 헐리웃 엔딩은 너무 진부하고 뻔해보이지만 정작

이 뻔한 논리가 현실에 투영되는 경우가 거의 없는 걸 보면... 아이러니한 일이에요.

가만 이 영화를 보고 있자면 그냥 [Sex and the City]의 확장 버전인 듯한 느낌도 받을 수 있을 겁니다.
뭐... 감독이 실제로 [Sex and the City]의 몇몇 에피소드를 감독하기도 했지요.
마크 제이콥스, 지미추, 마놀로 블라닉, 샤넬, 돌체 앤 가바나(D&G말구!), 갈리아노,

발렌티노, 프라다, 미우미우, 레베카 테일러등등의 소위 말하는 명품들이 정말 '미친듯이' 지나갑니다.
앤 해더웨이가 급진적으로 변모하는 과정을 셀레브러티 채널 보듯이 화려하게 보여주는 장면에 이르면
대략 패션에 대한 감독의 센스도 읽어 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스타일리스트들이 하라는 대로만 했을까)
점프컷으로 보여지는 앤 해더웨이의 패션 진화는 뭐... 여성분들은 물론이고 저같은 남자들도 아주 환장을 하게 하는 거죠.

사람들이 걸치고 살면서, 없이 못 살면서도 그 가치에 대해 바라보는 시각이 다른 것이 바로

패션인 것 같습니다. 역시 아이러니하지요, 어떤

이에겐 생활의 최소한의 도구가, 어떤 이에겐 존재 그 자체가 되는 것이니까.
전 이런 패션 산업에 대해 왈가왈부할 마음은 없습니다. 어차피 끝이 나지 않을 소모적인 논쟁 그 자체일테니.

하지만,
메릴 스트립이 분한 미란다는 앤 해더웨이가 분한 안드레아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모두가 다 이렇게 되길 원한다'고.
사실 보는 순간 잠깐 뜨끔했지요. ㅎㅎ 저 역시도 그런 삶을 경멸하면서 동시에 동경하고 있는 지도 모르니까.
그리고 저 역시도 프라다 가방과 돌체 앤 가바나, 버버리 니트들과 폴스미스 가방, 발리 구두를 신고

정말로 좋아라...하는 부류 중 하나니까.

정말 이 영화에서 중요한 건 사실 교휸적인 결말, 암묵적인 화해 따위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 그런 생각이 들었다면 이 글은 무척 짜증나게 더더욱 고루해졌을 지 모릅니다.
그냥 전 이 영화에서 중요한 건 앤 해더웨이가 조금만 더 허리가 잘록했으면 더 맵시가 살았을거다...
메릴 스트립이 원래 보그지의 편집장처럼 쉬크하진 않지만 대단히, 너무 완벽하게 개성을 잘 소화해냈다...
우앙... 저 옷은 정말 죽여주게 예쁘다... 라는 비주얼 뿐이었다고 생각해요.
이 영화의, 추악하다시피한 현실과 동떨어진 엔딩은 제겐 뜬구름같은 이야기에 지나지 않습니다.
전혀 공감이 안되는거죠.

재밌었어요.
앤 헤더웨이는 [Havoc]에서 [Princess Diaries,the]같은 하이틴물에서의 상상을 부셔버리듯

적나라한 가슴 노출과 섹스씬으로 절 충격먹게 하더니, 이 영화에선 살아있는 옷걸이로 분해서 갖가지 모습을 보여주더군요.
(충격먹었다는게 나쁜 뜻이 절대 아닙니다)
하지만, 재밌었다는 것 그 이상으로 한 발자욱도 나아가진 못합니다.
어차피 패션계, 연예계 이면의 추악한 실상을 다룬 영화들 따위는 전 전혀 흥미 없어요.
우리가 잘 알고 있고, 익숙히 들어온 이야기에서 조금도 더 나아가지 못하니까요.
왜냐하면 그 이상 까발려 버릴 용기까진 없을 테니까.
적당히 터지다가 허겁지겁 이야기를 수습합니다.
전 로버트 알트만의 [Pret-a-Porter/패션쇼]도, 거장께 죄송하지만 정말 유치하게 봤거든요.
특히 마지막 누드 워킹에선 그 의도는 너무 잘 알겠는데, 웃음이 나와 죽는 줄 알았습니다.
지금으로부터 뭐 12년 전 영화군요. 이걸 명보극장에서 봤는데... 저 혼자 넘 웃어서 정말 창피했다는...
차라리... 아이작 미즈라히를 다룬 [Unzipped]가 100번 나았던 것 같네요.

재밌었다면서 자꾸 이렇게 말이 엇나가는 것은,
이런 영화에 굳이 인생의 한수를 집어 넣으려는 작태가 꼴보기 싫어서에요.
어차피 관객들을 향해 수많은 스타일리쉬한 패션을 마구 던져 놓고 즐기게 해놓고는, 결론에 가선
사실 그건 인생의 목적이 되긴 곤란하다며 한 발 빼는 폼이란... 우습다는 거죠.
그냥 그런 작위적인 도덕관 다 때려부시고 그냥 매끈하게 갈 때까지 가면 곤란한가요?
왜 굳이 이런 영화에서도 우린 인생의 한수를 곱씹으면서 엔딩 크레딧을 봐야 하는 거냐구요.

이건 피로 화면을 떡칠하는 잔혹 고어나 노골적인 포르노보다 더 위험한 거 같아요.
그냥 잼나게 더 잼나게 해주세요.
인생의 한 수는 다른 영화들에게서 찾으면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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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에서 저널리스트로 등장하는 남자는

얼마전 aipharos님과 함께 감상한 [Something New]에서도 볼 수 있었던 Simon Baker입니다.
짜식... 거기서 피부색을 넘어선 사랑을 하고, 정원을 가꾸며 소탈한 인간으로 나오더니...
여기선 뭐... 완전히...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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