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
2016 / 94min / korea
최수인, 설혜인, 이서연, 강민준, 김희준, 김채연, 장혜진, 손석배
이 영화를 이제서야 봤다.
영화관에선 도저히 볼 수가 없었고 뒤늦게 네이버 다운로드(4,500원...)로 FHD 해상도를 받아서 좀전에 집에서 봤다.
우린 잘 알고 있다.
아이들의 우정이 더이상 예전처럼 단순하게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을.
지금 아이들의 우정에는 '너'와 '나'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보다 더욱 중요한 것들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다.
친구와 친구 부모들의 경제력도 중요하며, 누군가가 결손가정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우는 환경에 있는지, 누가 더 공부를 잘 하는지가 뒤섞인 , 복잡한 서열의 힘이 작용하는 정글같은 것이 되어버렸음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독립영화계에서 대단한 기대를 모았던 윤가은 감독의 좀 늦은 장편 데뷔작 <우리들>은,
우리 어른들이 말안해도 다 알고 있다고, 이미 사회문제화되었으니 다 알고 있다고 아는 척할 법한 아이들의 왕따 문제를 단순한 상황 나열에 그치지 않고 왕따가 순환되는 그 작동원리를 꿰뚫어 보여주듯 유려하면서도 상세하고 꼼꼼하게 스크린에 풀어 놓는다.
그 덕분에 우리는 당연하게도, 왕따의 문제가 아이들의 선함과 악함의 문제가 아니라 어른들이 일상을 살아가는 평범함 속에 달라붙어버린 부조리한 일상성 때문이라는 것을 눈치챌 수 있게 된다.
부조리한 일상성을 아무렇지도 않게 살아가는 우리 어른들이 만든 가치가 개입되지 않았을 때의 그 밝고 건강한 우정은 서로가 서로에게 열등하다고 느끼는 균열을 점차 파고들어 기생하며 점점 자라나게 되고 결국 돌이킬 수 없을 만큼 상대방에게 아픈 상처를 주게된다.
그리고 이 과정을 따라간다는 것은 무척... 가슴아프고 안타까울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영화는 선이를 통해 희망을 얘기한다.
어른이라면 잠시도 버티지 못했을 답답한 무게를 선이가 버텨낼 수 있는 건 비록 녹록찮은 경제형편이지만 따뜻한 마음을 잃지않는 선이 엄마의 존재를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선이는 끝까지 무너지지 않고 상대에게 다가가면서 용기를 낼 수 있었던게 아닐까.
선이의 묵묵한 자세를 끝까지, 정말 끝까지 응원하게 되는 영화.
이 영화를 뒤늦게라도 볼 수 있어서 정말정말 다행이다.
+
이 영화를 보고 나 역시 아이들의 상대적 빈곤에 대해 생각하고 반성도 하게 된다.
++
왕따의 꼬리표는 단순히 전학을 간다고, 학년이 달라진다고 해결되는게 아니다.
요즘은 sns를 통해 왕따당하여 전학간 학생까지 쫓아가 마침내 왕따의 꼬리표를 붙인다.
초등학교에서 중학교,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로 올라간다고 왕따의 주홍글씨를 떼어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한번 왕따를 당했던 아이들은 다시는 왕따를 당하지 않기 위해 또다른 왕따에게 가장 가혹하게 구는 경우가 많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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