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1210 서촌 누하동 소바집 '노부 (NOBU)' - 따뜻한 소바 한그릇 → 통의동 '보안여관' 갤러리 - 라 프렌치 터치 (La French Touch)
서촌 누하동 '노부 (Nobu)'에서 식사하고 나온 뒤 걷다가 통의동 '보안여관'에 들어갔다.
와이프와 둘이 서로 '왜 우리가 여길 이제서야 왔지?'하고 의아해했다.
통의동을 한두번 온 것도 아니고.-_-;;;
이곳을 몰랐던 것도 아니고.
이런 공간을 그토록 좋아라하면서도 왜... 한번도 안온 것일까?ㅎ
아무튼 이렇게라도 왔으니 다행이다.
통의동 보안여관.
서정주, 김동리 선생들이 기거하면서 한국 최초의 문학동인지 '시인부락'을 만든 80년된 여관이라고 한다.
로라 에노 (Laura Henno)의 작품으로 행인들의 시선을 붙잡는다.
현재 <라 프렌치 터치 (La French Touch)>라는 교류전이 열리고 있다.
통인동에 있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고, 대림미술관 근처에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는데 도대체 왜 이제서야 들렀을까.
사실... 이 날도 이곳을 오려고 한게 아니라 걷다보니 들르게 된 거였다.
들어가자마자... 깜짝 놀랐다.-_-;;;
정말 사람인 줄 알았던... 여성의 뒷모습.
하지만... 완벽한 몸매를 지닌 여성의 뒷모습은 묘한 뉘앙스가 느껴지는 다니엘 피르망 (Daniel Firman)의 작품.
남성들은 물론 여성들의 시선마저 훔쳐가는 완벽한 여성의 뒷모습.
하지만 실재가 아닌 가짜임을 알게 되었을 때 느껴지는 찰나의 아쉬움(?ㅎㅎㅎ), 무안함.
본 전시는 한불수교 130주년을 기념하는 전시로 1월 8일까지 개최되는데지난 6월 프랑스 '메이막 아트센터'에서 열린 통의동 '보안여관' 기획전 <Made in Seoul (메이드 인 서울)>에 대한 일종의 화답전이라고 한다.
그런 이유로 한국전의 기획은 메이막 아트센터 관장인 카롤린 비시에르가 맡았다고.
프랑스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 31명이 참여.
그럼에도 입장료는 고작 1,000원/1인.
참여 작가.
성곡미술관에서도 개인전을 열었던 필립 라메트, 마티유 메르시유, 기욤 피나르 등등...
발레리 므레쟌 (Valerie Mrejen)의 영상 작품.
들어가자마자 만난 정말로 가장 인상깊었던 작품.
두 남녀는 다정한 연인인 듯 나란히 함께 앉아 이야기를 나눈다.
이 둘은 서로 눈도 마주치고 가끔 대단히 로맨틱한 표정을 지으며 얘기하지만 대화를 들어보면 둘의 대화는 전혀 이어지지 않는다.
일상적인 대화를 중심으로 자신의 이야기만을 늘어놓는 서로의 이야기는 두 사람의 표정, 행동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이 묘한 상황은 보는 이로 하여금 무척 쓸쓸한 느낌을 불러온다.
소통하고 있는 듯 보이지만 실은 전혀 소통하고 있지 못하며,
이야기를 통해 드러나는 감정의 중심에는 노마드적 쓸쓸함이 가득하다는 느낌을 받게 되는데 이는 스마트폰에 잠식되어버린 우리의 소통 방식을 떠올리게 하더라.
당장 식당이든 카페든 어디라도 가보면 연인들이 서로를 앞에 두거나 옆에 두고도 스마트폰에 열중하는 경우를 아주 쉽게 볼 수 있다.
스마트폰을 통해 보게 되는 글, 사진, 관계등의 내용은 타블로이드의 그것보다 훨씬 무한한 주제와 소재들을 끊임없이 늘어놓고 스캐닝하게 한다.
비극적인 이야기로 비분강개하게 되는 글 바로 아래 고양이이 애교, 누군가의 웃음터지는 행위등이 동등한 비중으로 연속적으로 등장하지.
이렇듯 백화점의 잡다한 쇼윈도우에 전시되는 듯한 다양한 감정들은 지속성을 통해 획득할 수 있는 공감의식과 실질적인 소통을 저해하거나 희석화시킨다.
내가 잘못 이해했을 수도 있지만 적어도 내겐 이 영상작품이 그런 주제의식을 가진 것이 아닐까 생각되었다.
대단히 인상적이었던 작품.
이 발레리 므레쟌의 영상 작품은 두 편 모두 다 합해봐야 고작 7분 정도의 러닝타임이니 꼭... 한번 감상해보시길.
나타샤 르슈어 (Natacha Lesueur)의 'Sans Titre, Karine Arabian' 연작.
이성의 보루로 일컬어지던 유럽마저 극우의 광풍에 휩쓸려 간다.
참... 아이러니하지.
유럽 시민들을 실업과 빈곤으로 몰아넣은 것은 세계화 현상 탓이고, 이 세계화는 기득권 정치 세력이 주도한 것인데,
이를 유입된 난민과 이민자들의 탓으로 돌리기까지 하니 말이다.
보안 여관의 오래된 골격과 내벽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나본데,
뭔가 좀 아슬아슬해보이기도 한다.ㅎ
아...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사진 작가 로라 에노 (Laura Henno)의 작품.
쓸데없는 군더더기가 거세된 포트레이트의 힘.
이번 주 토요일도 어김없이.
삐걱거리는,
뛰어다니지 말아달라는 주의문구가 적힌 나무 계단을 밟고 2층으로 올라가면,
니콜라 기예 (Nicolas Guiet)의 작품.
PVC 튜브.
롤랑 코뉴 (Roland Cognet)의 작품.
대단히 인상적인 작품인데 뭔가 생각이 정리가 되질 않는다.
나무의 형상을 한 저 작품은 정말 나무로 만든 작품일까?
지나칠 뻔한 전시였는데 와이프 덕분에.
줄리야 스칼베 (Julia Scalbert)의 작품.
마치 아슬아슬하게 버티고 있는 듯.
공간을 경험하기 위해서라도 가볼 만한 곳.
그래서... 사진이 매우 많은 점 이해 부탁.
마티유 메르시에 (Mathieu Mercier)의 작품.
재밌지 않나? 몬드리안의 회화 이미지를 설치 작품으로 재생산한다.
로랑 르 던프 (Laurent Le Deunff)의 작품.
또아리를 튼 의식의 흐름.
아멜리 베르트랑 (Amelie Bertrand)의 작품.
실제 존재할 법한 축대의 모양을 연상시키면서도 동시에 무의미한 수학적 배열에 따라 즉흥적으로 구축된 추상의 이미지가 있다.
재밌는 작품.
그리고... 정말 인상적이었던,
신관으로 향하는 문을 둘러싼 월 페인팅.
와이프도 이 작품을 정말 인상깊게 본 듯 하다.
기욤 피나르 (Guillaume Pinard)가 손수 그린 월 페인팅.
신관으로 넘어왔다.
신관은 구관과 달리 내부 인테리어 공사 중이며 아직 공사가 다 끝나지 않았다.
디디에 마르셀 (Didier Marcel).
신관 2층 전시실에서 인상깊었던 작품은 뮤리엘 투르몽드 (Muriel Toulemonde)의 영상작품이었다.
신관 전시실 1층.
모드 마리 (Maude Maris)의 인상적인 작품.
신관 지하 1층 전시실.
이곳은 한번에 봐도 군집을 이루는 건축물과 그로 이루어진 도시를 조망하는 듯한 작품들로 이루어져 있다.
앞에 보이는 회화는 장 드낭 (Jean Denant)의 작품.
가장 인상적이었던 회화이기도 한 장 드낭의 이 작품은 건축 중인 건물을 의미하는 걸까... 아니면 버려진 건물을 의미하는 걸까.
아니면 건축과 동시에 버려지는 의미를 담은 작품일까.
필립 코네 (Philippe Cognee)의 작품.
너무 낮익은 느낌이 들어 제목을 확인했더니... '부산'이었다.-_-;;;
부산 해운대에 늘어선 그 볼썽 사나운, 서글프기까지한 스카이라인, 자연을 독점하려는 천박한 자본의 극단을 보여주는 아파트들을 보여준 작품.
저걸 보면 사람마다 드는 생각은 다르겠지만 난 이 모습이 '거대한 감옥'과도 같이 느껴진다.
똑같은 모습의 똑같은 공간을 통해 계급적 폐쇄성을 유도하고, 동일한 꿈을 목표로 하는 획일적 사고를 강요하는 한국의 아파트.
그리고 부동산 정책을 통해 끊임없이 물질과 성취 욕망을 챗바퀴돌게 만드는 이 나라의 한결같은 기득권.
오래전... 성곡미술관에서 개인전을 하기도 했던 필립 라메트. (Philippe Ramette)
지하 2층 전시실로 내려왔다.
지하 2층에서 가장 인상적인 작품이었던,
기욤 브레송 (Guillaume Bresson)의 작품.
무척... 긴 여운을 주는 작품.
세피아톤으로 펼쳐진 화목한 가족의 소풍과도 같이 보이지만 이 그림을 자세히 보면 전혀... 그렇지않음을 알 수 있다.
아이와 노는 것처럼 보였던 여성은 실은 아이의 팔을 움켜쥐고 통제하려는 듯 보이며 아이는 이를 격렬히 뿌리치려는 것처럼 보인다.
가까이 가서 보기 전 기둥에 기대어 앉은 두 사람은 아빠와 아들 정도인 줄 알았는데 가까이 가서 보니... 중년 남녀였다.
그러니까 어쩌면 이들은 아무 관계도 없는, 그냥 그 자리에 모인 사람들일 가능성이 크다.
비현실적인 공간과도 같은 고대 또는 중세에 지어진 듯한 건축물 앞에 심드렁하게 무표정으로 어딘가를 응시하는 두 남녀와 아이를 강제하려는 여성.
가지런히 주차된 비슷한 해치백 스타일의 차량 뒤로 더 먼 곳을 응시하는 누군가가 서있다.
이곳은 해안가인지 어디인지 알 수 없는 모호한 공간이며 이 나긋나긋해보이면서도 시니컬한 분위기는 상대적으로 대단히 불안하면서도 폭력적인 느낌을 전해온다.
다미안 드루베 (Damien Deroubaix)의 작품.
오로르 팔레 (Aurore Pallet)의 작품.
로난 바로 (Ronan Barrot)의 작품.
전시를 상당히 인상깊게 본 후,
출구를 찾아... 다시 구관으로 넘어간다.
엘리베이터도 아직 운행하지 않기 때문에 지하2층부터 2층까지 걸어 올라가야한다.
층간 높이가 꽤... 되므로 제법 운동이 된다는거.ㅎㅎㅎ
신관 2층까지 걸어올라간 뒤 구관으로 이동하여 구관1층으로 내려와야 나갈 수 있다.ㅎ
들르길 참 잘했다라는 생각이 든다.
다시 한번 작품을 둘러보곤,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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