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이중섭, 백년의 신화'를 본 뒤 점심먹으러 온 곳은 팔판동의 경양식집 '그릴 데미그라스 (Grill Demiglace)'
정말... 오랜만에 왔다.
처음 왔을 때 햄벅스테이크는 맛있게 먹었으나 바베큐 폭립이 영... 아니었던 터라 그 뒤로 다시 오진 않았는데 요즘 종종 이곳 햄벅 스테이크가 생각이 나서 다시 들르게 되었다.
결론부터 말하지만, 이 집, 올해 먹어본 음식 중 베스트. (몽로 제외)
요즘엔 이렇게 몇년 넘게 한자리를 지키고 있는 집들을 보면 반가운 마음, 그리고 심지어 고마운 마음도 든다.
김재우 셰프는 원래 음식을 하던 분이 아니고 잔뼈 굵은, 꽤나 유명한 증권맨이었던 걸로 알고 있다.
첫 방문때 음식을 다 먹고 담배 한대 같이 피우며 '이 정도로 많은 관심을 받을 줄은 몰랐는데 제가 아직 준비가 안된 것 같습니다'라고 말씀하시던 모습이 기억난다.
공간은 거의 변한게 없다.
조금은 리모델링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ㅎ
이런 얘기를 하는 건 그만큼 음식이 기가막혔기 때문.
우리가 첫손님인 줄 알았는데 이미 손님이 와 계셨고,
우리가 먹는 동안에도 한 테이블 더,
그리고 계산하고 나갈 즈음엔 할아버지, 할머니를 위시한 한 가족이 우르르... 들어왔다.
이건 이미... 메인 음식 두가지를 다 먹고 세번째 메뉴를 기다리고 있을 때 찍은 사진.
내가 전채를 제외하고,
메인 음식을 하나 더 주문해서 먹은 건 몽로를 제외하면 이곳이 사실상 처음이다.
나한테 옮은건지...
와이프도 건강이 안좋다.
우리 둘 다 약으로 버티며 외출을 강행하는 어리석은 짓을... -_-;;;
이른바 '사라다'와 '모닝빵'.
정겹다.
단순히 정겨운게 아니라 저 '사라다' 넉넉하면서도 훌륭한 맛.
우리가 어렸을 적 집에서 해먹었던 감자를 으깨어 만든 그 맛있는 사라다.
그리고 밥.
내... 올해 최고로 맛있는 밥을 경양식 집에서 먹게 될 줄이야.
꼬들꼬들하게 내었는데 정말 맛있다.
스탭분께 이거 솥밥 아니냐고 물었더니 맞다고 하신다.
음식점들이 밥을 이렇게만 낸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왔다. 햄벅스테이크.
가니쉬로 구워내온 당근, 호박은 다시 또 얘기하겠지만 어쩜 이렇게 기가막힌 식감을 맞춰 내왔는지 궁금할 정도다.
아삭한 느낌이 살아있으면서도 전혀 덜 조리되었다는 느낌도 없고.
배어물면 동공이 확장되는 그런 느낌.
과장아니다.
게다가 햄벅 스테이크.
햄벅 스테이크가 뭐 다 비슷하지...라고 생각하는 분들은 반드시 이곳에 와보시라고 말하고 싶네.
단단하게 형질을 유지하면서도 부드럽고, 육향을 가득 머금은 최고의 햄벅 스테이크.
게다가 구운 고기를 넣어 만든 데미그라스 소스는 베스트 오브 베스트.
전에 왔을 때도 맛있게 먹었는데 이건 비교도 안될 정도로 업그레이드가 된 맛.
난 채끝 등심을 먹고 싶었는데 오늘 소고기 쪽은 비프 까스만 된다고 하여 비프 까스 주문.
아쉬운 건 양뿐이다.ㅎㅎㅎ
보기만 해도 막...
아... 입에 넣으면 그 풍성하고 깊은 맛이 확 퍼진다.
이 정도의 집이었구나.
우리가 처음 들른 이후로 도대체 얼마나 더 놀라운 발전을 한거지?
다시 말하지만 아쉬운 건 양뿐이다.ㅎ
(햄벅스테이크는 양도 적당했다)
주메뉴 두개를 먹고 다른 메뉴도 먹고 싶어졌다.
이대로 나오는게 뭔가 대단히 몹쓸 짓 같아졌다.ㅎ
배가 좀 불렀음에도 불구하고 하나를 더 주문했다.
이집, 분명히 카레 잘 할거야.
라는 확신이 들어 주문한 '치킨카레스튜'.
그 확신 이상.
전혀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야채의 단맛, 깊고 그윽한 감칠맛 가득한 카레.
부드러우면서도 잘 조리된 닭고기.
그리고 야채를 정말 완벽하게 조리한다.
싸악~ 비웠다.
나리사와에서 운영하는 토요켄은 어떤 맛일까가 마구 궁금해졌다.
그 집이 이 '그릴 데미그라스'보다 더 맛있을까? 뭐 이런 생각까지...
둘다 건강 상태 메롱이었지만,
진짜 이곳에서 식사하는 순간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식사한 뒤 계산하면서 스탭분께 감사드렸다.
그 정도로 훌륭한 식사.
올해 최고의 식사를 경양식집에서 하게 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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