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아트센터에서 샤우뷔네 & 토마스 오스터마이어의 <민중의 적> 공연이 있는 날. 석달 전에 예매한 공연...
점심식사는 상암동에서 하기로 했다.
토요일 낮시간의 상암동->역삼동이라니... 도저히 차를 갖고 나가면 낭패보기 십상인지라 차를 두고 나왔다.
스시 키노이는 '디지털미디어단지'역에서 내려서 400m 정도만 걸어가면 된다. 이상하게... 길이 애매하다는 분들이 많은데 정말... 애매하지 않다.
그리고 요즘 스마트폰 대부분 갖고 계실텐데 걍 다음맵...같은거 켜놓고 걸어가면 전혀 헤맬 일이 없다.-_-;;;
물론... 스시 키노이는 정말 뜬금없어보이는 곳에 위치해있긴하지.
바로 이... 빌라 골목 안에 있으니 말이다.
주차는 음... 인근의 공영주차장을 이용해야한다.
주말엔 이 빌라건물 주차장에 잠깐 주차해놔도 되긴 하지만 움... 아무래도 공영주차장에 하는 것이 나을 듯 싶네.
깔끔하다.
아주 정갈한 모습.
사실 이렇게 앉아서 계속 기다린건 아니고...
동네를 좀 돌아다니다가 왔다.
스시 키노이...는 가성비를 빼고 말하기 힘든 곳이다.
자꾸 음식점 얘기하면서 가성비 운운하는게 참... 꺼려질 때가 많은데 한정된 돈으로 최상의 결과를 원하는건 대체적인 경우라 어째 얘기 안할 수가 없네...
그나마 가격이 4월에 비해 좀 올랐다.
4월엔 런치 스시 코스가 22,000원, 디너 스시코스가 33,000원이었다. 지금은 이때보다 2~3,000원씩 올랐다는거지.
그런데 처음엔... 동네분들이 들어오셨다가 뭐가 이렇게 비싸냐며 그냥 나가버린 분들도 부지기수였다고...
좀 돌아다니다가 돌아와서...
요로코롬 사진이나 찍고, 와이프와 얘기하며 기다렸다.
외관이 워낙 정갈하니 예뻐서 내부도 궁금해졌다.
시간이 거의 다되자 우리가 기다리는 걸 알고 계셨는지 들어오라고 하심.
내부는 아주... 정갈하다.
일본의 골목에 위치한 아담한 스시야 같은 기분.
현재 다찌만 있다.
나중에 테이블 한두개 정도를 추가할 생각이라고 하신다.
당연히 사진은 사전 허락을 받고 찍었다.
이번엔 우리답지않게 명함도 안받아왔네...
김다운 주방장께서 무척 젊으시던데 한국조리고등학교를 졸업한 후(4회) 업계에 몸담고 있다가 좋은 기회에 일본으로 건너가 배울 기회가 생겼고, 한국에 들어와서 몇개월간 준비한 후 차리신 곳이 스시 키노이...라고 하시더라.
조리하시는 두분 모두 차분하게 말씀을 잘 유도하셔서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인테리어 작업하시면서 고생을 좀 하셨을 것 같다고 하니 정말... 할 말이 많으셨는지 인테리어 작업하면서 겪은 고충을 주욱... 얘기해주시더라.
내... 잘 알지. 그 고충.
게다가 디테일 팍팍 떨어지는 마무리도 잘 알고 있지.
그리고 몽로를 꼭 들러보고 싶다고 하시더라. 업장 시간이 아슬아슬하게 걸쳐서 아직 못가고 있다고 하시면서.
스시 코스가 나옵니다.
오토시.
오이, 미역에 잔멸치...그리고 초.
아주 상큼하게 입안을 환기시켜준다.
전복죽.
무난하다.
그리고 맥주는 기린.
오랜만에 마시니 이거 또 맛잇네...
사케도 좀 준비되어있는데 처음엔 사케를 도쿠리로만 판매하셨단다.
그런데... 일본과 달라서 한국 손님들은 병을 그냥 달라고 하시거나, 심지어 좀 화를 내시는 경우도 있었던 모양이더라.-_-;;;
미소시루.
난 너무... 밍밍한 미소시루는 걍 그렇다.
간이 어느 정도 이렇게 있는 미소시루가 좋아.
1. 광어.
요즘 트랜드가 간장을 살짝 발라서 내주는 거라 딱히 간장을 찍어 먹을 필요가 없다.
2. 도미.
솔직히 말하자면, 난 스시 키노이의 스시 구성이 가격에 비해 상당히 좋다는 말을 들었지만 가격이 가격인지라 생선의 기본적인 퀄리티는 다소 떨어지지 않을까...생각했었다.
그런데 기우더라. 물론... 올 때마다 이 정도의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적어도 우리가 방문한 이 날 대부분의 스시는 모두 훌륭한 퀄리티였다.
3. 단새우.
입에서 뿅뿅 터진다.
조금 덩어리가 컸으면 하는 바램도 있었으나...
그런 바램은 욕심이지.
4. 갑오징어.
위에 유자가루를 살짝 올렸는데 이 향이 아주 향긋하게 잘 어울린다.
갑오징어의 상태는 약간 아쉬움이 있었다.
5. 전갱이
위에 시소를 얹었는데 이거 적당히 기름지면서도 시소로 밸런스가 잡히더라.
한가지, 스시 키노이의 스시들은 다소 초가 강하게 느껴지긴 한다. 이게... 아무래도 호불호가 좀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긴 하는데, 우린 전혀 거부감없이 먹었다.
아가미 바로 아랫 살.
무와 함께 먹으면 기가막히게 고소하다.
이집 구이도 상당히 잘한다는 생각이 드는데 기름지고 고소한 맛을 아주 잘 끌어냈다.
완전 맘에 든다.
7. 가리비 관자.
역시 괜찮고,
8. 바지락 스시.
독특하다. 바지락 자체가 상당히 튼실한 편인데 고소하면서도 풋풋한 바다향 비스무리한 것이 혀끝에 남는다.
9. 낫또.
낫또 못먹는 분들은 힘들테지만, 우린 좋았다.
먹고 난 뒤 입안을 가득 채우는 콩냄새. 크아...
10. 키조개 관자
살짝 아부리.
11. 장어.
기똥차다. 이건 진짜 대박이다.
스시효의 장어가 너무나 부드러워 오히려 장어 본연의 맛이 허무하게 사라져버리는 느낌마저 드는 것과 달리 이 장어는 기똥차게 부드러우면서 적당한 식감도 있다.
어우... 진짜 맛있었다고.
12. 부추, 가츠오부시, 우메보시.
부추, 구운 가츠오부시를 갉고, 우메보시를...
아주 독특한 느낌이면서도 거부감이 없으니 내가 맛있게 먹었다는 의미지.
13. 계란말이.
적당히 달달한 것이 아주 일품이다.
자... 여기까지 기본 코스는 끝.
그런데 아무래도 좀 아쉽다.
물론 와이프는 여기서 항복. 배가 부르단다.ㅎ
한점 정도는 서비스로 더 내주신단다.
그런데 와이프가 항복해서... 두점이 서비스. 그리고 한점은 추가요금 (3,000원이었음).
특별히 먹고 싶은거 있냐고 하시길래...
본 코스에서 나오지도 않은 '고등어'를 먹고 싶다고 했다. 에혀
처음 나왔던 광어.
그런데 이번엔 안에 시소가 들어가 처음과는 확실히 다른 느낌이더라.
맨 왼쪽이 고등어,
가운데가 청어.
좋구나...
이쯤되면 저녁에도 오고 싶은 마음이 드는거지.
아이스크림. 넘 기대는 하지 마시길.
그래도 감사히 먹었음.
스시 키노이는 굳이 가성비를 따지지 않아도 되는 집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스시 키노이는 전형적인 미들급 스시야로 분류될 수 있겠지만 그거야 어디까지나 대중의 편의를 위해 나뉘어진 잣대일 뿐이지.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에 아주 훌륭한 퀄리티의 스시를 먹을 수 있다는 것은 축복에 가깝다.
다만... 가격이 워낙 낮게 책정되어 네타의 무게감이 아쉽게 느껴질 수 있으며, 참치같은 제법 기름진 구성이 빠져있다는 사실은 감안해야할 것 같다.
스시 키노이 주변에는 서서갈비 분점도 있고,
이 사진 속에 보이는 '지구당'이라는 규동집도 있다.
게다가 맥주도 한잔 또는 한병만 제공(1인).
독특한 집인데 다음에 꼭 한번 들러보련다.
저 앞이... 순 방송국 등등의 신도심이다.
늘 그렇다. 우리나라는.
구도심이 자생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여지를 전혀 주지 않은채 균형적 발전따위 조금도 신경쓰지 않고 그냥 신도심을 바로 옆에 세워버린다.
그 결과 구도심은 재생의 힘을 잃고 그냥 슬럼화되어버리지.
우리나라의 도시 개발 정책은 철저히 구도심을 소외시켜서 슬럼화시킨 뒤 대중의 세속적 욕망을 부추켜 신도심 속으로 편입시키는 것에 촛점을 맞추고 있지.
답답하기 짝이 없다.
우리나라에서 화분을 집앞에 놓고 키울 수 없는 이유 중 하나.
한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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