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인동 카페 '그문화 다방'
10월 3일 토요일 하루에만 무려 세번을 방문한.
그만큼 좋았던 카페.
오다가다 보기만 했지 이곳에서 커피를 마신 건 처음.
아점을 먹고 들러서 테이크아웃을 했고,
와우북페스티벌을 본 뒤 집에 가기 전 아메리카노와 캬라멜 마끼아토를 테이크아웃하느라 또 들렀고,
밤에 몽로에서 식사한 후 또 들러서... 난 까페라떼를 먹느라 또 들렀다.
사장님께서 하루에 세번을 들르니 재밌다고 생각하셨나보다.ㅎㅎㅎ
이곳, 좋다.
뭔가 흉내내려고, 어설프게 세련된 척하는 카페들을 너무 많이 본다.
이곳은 그런게 없다.
손수 인테리어를 하나하나 가꿔온 곳이 눈에 보인다.
하나하나의 소품과 인테리어가 조화를 이뤄 아주 맘에 드는 공간이 되는거지.
이곳은 부부가 운영하는 곳인데,
남자분이 바로... 그 유명한 책 '골목사장 생존법'을 저술한 김남균씨다.
참조하시라.
세입자들이 애써서 건물의 가치를 올려 놓으면 건물주는 주저함없이 월세를 올리거나
기존의 세입자를 쫓아낸다.
그렇게 건물의 가치를 올려놓고 쫓겨난 그 자리에는 대체로 대자본의 프렌차이즈 업체들이 들어서곤 하지.
이젠 우리에게도 낯익은 괴물같은 현상 '젠트리피케이션'.
지금 한남동의 '테이크아웃 드로잉'과 싸이측의 공방을 보면 이 문제가 얼마나 심각하며 왜곡되어 가진 자의 편에
유리하게 진행되는지 쉽게 알 수 있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테이크아웃 드로밍측이 말도 안되는 떼를 써서 싸이가 곤혹스러워하는 것으로 상황을 인지하고 있기도 하다.
내... 이런 걸 보면 기가막혀 말이 안나와.
내가 YG에 가진 약간의 호감마저 싹 다 날려버리게 된 계기이기도 하고.
야마티타 트윅스터가 노래하지 않았나.
YG는 달라.
아무튼 이곳.
커피맛이 정말 우리 입맛에 딱이다.
산미가 없으면 커피가 아니다라는 무슨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가 대세인 요즘,
이곳 커피는 진짜 우리 입맛에 딱이다.
심지어! 아이스 아메리카노조차 적당히 헤비하게.
얼음이 녹아도 맛있는 아메리카노가 많이 있던가?
캬라멜 마끼아또 역시 피곤을 한방에 날려주게 하는 달콤함이 일품이었고,
밤에 마신 까페라떼 역시 깊고 그윽하다.
난 카페 들어가면 그냥 음악부터 들리는 편이라 그 카페에 대한 호감이 들려오는 음악으로 좌우되기도 하는데,
내가 낮에 들어갔을 때 흘러나왔던 곡은 톰 요크의 'Skin Divided'였고,
밤에 들렀을 때는 세상에나...세상에나...
the Time의 'Jungle Love'였다.
내가 카페에서 the Time의 'Jungle Love'를 들어본 적이 있던가?
게다가 이 곡은 내 나이 또래 중에서도 덕후 아니면 아는 사람이 드물텐데 말이지.
그리고 이곳 여자 사장님.
너무너무너무 편안하신 분이다.
사장님의 나이를 듣고 엄청 놀랐다.
무척 동안이시라는거.
그런데 몽로에서 식사하고 밤늦게 식구들 다 들렀을 때,
이렇게 큰 아들이 있냐며 놀라시곤 우리 나이를 물어보시고 또 놀라시더라.
사장님과 정말 한참 얘기를 나눴는데,
이렇게 편안하게 금새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나눌 수 있다는게 결코 흔한 경험은 아니지.
커피맛, 공간, 선곡... 사장님까지.
소중한 곳을 발견한 기분이다.
한밤의 이곳은 또 다른 분위기.
커피만 내는 것이 아니라 식사도 된다.
앞으로 맛있는 커피 생각이 나면 종종 들르게 될 것 같다.
게다가 새벽 1시까지라니...
사장님께선 고되시겠지만 우린 늦게다로 들를 수 있다는 장점이...
오랜만에 분주한 토요일이었다.
*
그리고...
밤에 들른 '그문화다방'에서 흘러나와 날 놀래킨 곡은 the Time의 'Jungle Love'다.
케빈 스미스 (Kevin Smith) 감독의
2001년 영화로 지금부터 14년 전 영화지만 'Jungle Love'라는 곡은 내가 중학교 때 들었던 1984년 곡이다.
그러니까 지금부터 31년 전 곡이지.ㅎㅎㅎ
Morris Day and the Time - 'Jungle Love'
스튜디오 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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