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쓸 시간도 없으니... 짧게.
이 영화에서 자꾸만 송강호와 유지태의 카리스마로 러닝타임을 떼우기는 힘이 부족했다...
라고 말하는 분들은 이해가 안가네요.
유지태는 사실 대단히 어려운 설정이었음은 이해하지만 기대 이하였던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송강호는 이... 정말 도영이란 전형적인 스테레오타입의 도색지에 물든 캐릭터에
생기를 불어넣은 연기를 보여줬다고 생각되네요.
송강호의 연기엔 이의가 없습니다.

이 영화가 얼마나 혹평을 받았는 지는 뭐... 모르는 분들 없을 거에요.
전 이런 혹평들의 내용은 몰랐지만(영화 보기 전에는 절대로 사전 정보를 읽지 않기 때문에)
일단 전혀 지루하지 않고, 오히려 재밌게 감상을 하긴 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엔 문제가 있더군요.
예전에 한 번 얘기한 적이 있지만, 우리나라 영화의 가장 큰 문제점은 공간과 캐릭터의 관계를 철저히 무시하고 있다는 겁니다.
영화 속 주인공의 직업은 처음엔 제법 두드러지게 강조되지만, 갈등 구조가 드러나면서 주인공의 직업은

저 스크린 밖으로 날아가 버리고 남는 것은 인간과 인간과의 관계 뿐이죠.
아... 물론 모든 갈등 구조는 인간과 인간의 관계에서 나옵니다만, 사실 이러한 갈등만으로
모든 영화를 땜질한다면 참... 짜증날 것 같네요.

[샤이닝](스탠리 큐브릭)이 종종 이 영화와 함께 거론되는 듯 한데요.
[샤이닝]이 빛나는 이유는 잭 니콜슨이 점차 광기에 빠져 드는 이유가 단순히 지극히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다'라는 점입니다.

그는 공간에 매몰되고, 공간 속에서 자아를 상실하고, 오히려 공간을 초탈해나가기 시작합니다.

그는 결국 공간에 함몰되어 이유없는, 하지만 상당히 그럴 듯한 이유로 미쳐 나대기 시작하죠.
거기엔 그 거대하고 안락한 호텔의 정경이 대단히 설득력있게 다가옵니다.

[남극일기]는 바로 그 대척점에 있습니다.
애당초 임필성 감독은 [남극일기]를 남극을 '소재'로 한 스릴러로 만들 작정이었나 봅니다.
남극, 그리고 도달불가능점...그리고 사라진 영국탐험대 만으로도 충분히 '남극'이라는 공간을 공포스럽고 동시에

매혹적으로 그릴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임필성 감독은 이 공간을 캐릭터의 개인사를 구체화하는 '배경 그림'으로 전락시킵니다.
송강호는 자신의 죄책감으로 인해 스스로 함몰되어 가는 것이지, 결코 남극이라는 미지의 공간에 의해 함몰되는 것이 아닙니다.
특히 마지막 뜬금없는 별장씬은 참으로... 어이가 없지요.

정말 큰 답답함은...
이런 개인사를 통한 내러티브의 개연성 획득은... TV 드라마에서도 지긋지긋하게 봐왔다는 점입니다. 정말 짜증날 정도로 많이 봐온 것을...
엄청난 제작비를 쏟아 붓고 80%로케이션을 단행한 이 블럭버스터 영화에서,
휘몰아치는 눈발을 배경그림으로 보고 있자니...
참...
씁쓸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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