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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한 미식가]

며칠전 aipharos님과 몇 화를 봤다.
'심야식당'의 경우 만화만 보고 드라마는 못봤고, '고독한 미식가'도 만화가 원작이지만 만화는 전혀 못보고 드라마로 접한 경우다.

보아하니 심야식당이 음식을 중심으로 등장하는 인물들의 소소하지만 결코 소소하지 않은 에피소드를 담담하게 잘 엮어내는 드라마라면, 

[고독한 미식가]는 철저하게 음식으로 승부한다. 실제로 존재하는 가게들의 음식을 등장시켜 보여주는 이 드라마는...
역시 야밤에 봤다간 다이어트고 뭐고 다 골로 보내버릴 드라마.
드라마의 재미는 잘 모르겠다만 저 등장하는 음식들의 자태는...
사람을 미치게 만들기에 충분하다는.

지인의 말대로, '오늘은 뭐 먹지?'라는 대부분 사람들의 고민에 가장 명쾌한 답을 내려주는 드라마라는 사실에는 상당부분 공감하지만 

내 주위를 둘러보면 정말 우리나라의 경우 '오늘은 뭐 먹지?'라는 고민을 안고 룰루랄라 즐비한 대중 음식점을 찾아가 먹고 

그 음식점만의 독특한 레시피를 통해 대단한 만족을 얻을 수 있는 경우가 얼마나 될까...하는 생각을 해보면 갑자기 시무룩해진다.

항상 하던 말들과 일맥상통하는, 비슷한 이야기의 반복이 되겠지만 우리는 걸핏하면 매스컴에서 선진국이 되었다고 자화자찬해대는 꼴을 목도하면서도 

정작 '잘 사는 것'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성찰은 턱없이 부족하다.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없고, 거의 대부분의 사회구성원이 동일한 가치를 목표로 하다보니 당연히 경쟁이 치열해지고, 

기득권은 다시 이를 이용해 대부분 사람들이 벌어들인 돈을 자신들의 시스템 속으로 돌려버리는데 이용한다.
음식 이야기를 하더라도 역시 이와 비슷한 이야기가 반복되게 되어있다.
하루 세끼조차 제대로 보장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던 과거엔 대중들에게 '식사'란 얻을 수 있는 쾌락의 하나라기보다는 '생존'을 위한 목적이었다지만 

그래도 기본적인 끼니해결은 많은 경우 해결이 되었다고 보는 지금의 한국 식문화는 과거의 굶주리던 시대와 상황만 많이 달라졌지 

여전히 간편하고, 시간을 아낄 수 있다는 장점으로 발달한 배달음식 문화가 이어지고 있고, 길거리엔 그냥 오다가다 먹을 수 있는 분식집과 다양한 음식 종류를 보여주지만, 

결국은 프렌차이즈 중심의 식문화가 바뀔 생각을 하지 않는다. 
분식집, 설렁탕집, 냉면집, 고깃집... 
극히 일부의 전통적인 음식점을 제외하면 대부분 프렌차이즈 중심으로 대중 음식군이 포진되어 있고, 

그 이상이면 식단가가 갑작스레 뻥 뛰어버리는 캐주얼 다이닝이나 파인 다이닝 음식점들로 구성되어 있다.
배달음식, 프렌차이즈 음식이 득세하면서, 경쟁도 심해질 수 밖에 없으니 업체들은 고객의 입맛을 끈다며 자극적인 맛을 지향하기까지 해서 

간혹... 이게 도대체 소스맛인지 음식맛인지 알다가도 모를 음식들을 자주 접하게 되곤 한다.

일본만 가도...
음식 가격대가 그야말로 발가락에서 머리끝까지의 차이가 있을 정도로 그 폭이 크지만, 결정적으로 가격이 싼 집, 

혹은 싼 메뉴를 중심으로 운영하는 음식점이라도 최소한 기본은 해준다는게 우리와 가장 큰 차이라고 생각한다.
280엔짜리 우동을 먹어도 충분히 만족할 수 있고, 800엔짜리 비싼 라멘을 먹어도 충분히 만족할 수 있는, 음식을 찾는 이들이 그때 그때의 형편에 따라 선택을 해도 

어느 정도의 맛을 보장해주는(간혹 완전 환장하게 맛있기도 한) 음식점들이 상당히 많이 있다는 점은 무척 인상깊었던 모습 중 하나였다.
혹자가 말하는대로, 편의점의 도시락조차... 어지간한 우리나라 수제 도시락집 맛과 맞먹지 않나.
싸고 맛있는 건 없다...라는 불문율이 지배하는 한국의 요식업 현실을 알게 되면 맛집 찾아 돌아다닌다는 의미가 으례 파인다이닝이나 서양식 위주인 것으로 오해받기도 하고, 

철저히 부르조아로 매도당하기도 한다. 
자신들의 취미나 기호처럼, 식사도 기호가 될 수 있음에는 아직도 많은 이들이 빡빡한 마음을 갖고 있는게 사실인 듯 하니까.

모두가 비슷한 가치를 목표로 아둥바둥 사는 것처럼,
모두가 비슷한 음식을 먹고, 적당히 편하게 먹는 것을 당연하게 아는 것.
독특한 음식이라면 무조건 한끼에 거나하게 돈을 줘야만 만족스럽게 먹을 수 있는 환경...
음식 한끼값 5,000원 밑으로 떨어지기만 하면 도통 어디 안심하고 먹기도 힘든 음식을 숱하게 만나게 되는 환경...
이런 나라에서 고독한 미식가란 그저 난감한 식탐가로 머물 뿐이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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