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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레길에 나섰다가 거미줄이 너무 많아 혼비백산했고, 그로인한 불쾌감에 제대로된 산책로도 마련하지 않고,
조명도 없는 올레길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글을 우연찮게 읽었다.
그리고 많은 분들이 그 글에 대한 댓글로 제주도에 정식으로 건의해야한다고 얘기를 하고 계셨고.
결코 악의적인 글이 아니었음을 잘 알지만 반문하고 싶은 생각이 들더라.
자연이 단순한 우리의 유희의 대상일 뿐이냐고.
청정한 숲길에 거미줄이 있는 건 당연한 일 아니냐고.
조명을 설치하기 시작하면 그만큼 자연도 잠을 잘 수 있는 시간이 없어진다는 건 이제 많은 분들이 아는 얘기.
내가 자연을 '즐기기 편하도록' 개발을 해야한다는 이런 논리는 결국 자연을 인간의 입맛대로 볶아 놔야 한다는
개발토건주의자들의 합리화의 근거가 다분히 될 수 있어서 더욱더 위험하다.
얼마전 제주도 여행에서 민성이에게 강조했지만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끼려면 그만큼 인간도 땀을 흘려야하는 법이다.
너무나도 뻔한 이야기지만 더이상 자연은 인간의 낭만을 위해 존재하는 유희의 대상이 아니라 공존의 대상이다.
섭지코지의 어이없는 개발을 보면서 '이야~~ 깨끗하고 시원하니 괜찮네'라고 생각한다면 난 할 말 없지만,
그런 시선이 인간의 편의를 명목으로(이건 정말 그야말로 재벌의 개발 동기를 합리화할 뿐)
자연 경관을 모조리 유원지화하는 근본적인 빌미를 제공하는 법이다.
사실 그런 명목도 모두 자연을 팔아 돈을 버려는 수작에 놀아나는 것과 다름이 없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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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에 대한 여러번의 글을 올린 바 있지만.
오늘도 산책나가면서 바라본 저 즐비한 아파트들을 보면 답답한 마음 지울 수가 없다.
욕망의 대상, 동질성을 잃고 낙오되는 것에 대한 불안 심리가 극대화된 복잡한 철학이 뒤엉킨 대한민국의 아파트들.
사람들은 '아파트가 편해서'라고 얘기하지만, 정작 아파트는 그런 편의성만을 따지고 주거를 결정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봐야할거다.
나역시 아파트에서 30년 가까이 살았으니 이런 사실을 모를리 없다. 게다가 가장 유명한 브랜드에 가장 큰 평수의 아파트 아니었나.
아파트에 심어놓은 나무들이 아파트의 품위를 해친다고 싹 갈아 엎은 반상회 모임, 한 단계 아래 평수의 건너편 아파트를 보고
건너편 아파트라고 말안하고 'OO평 아파트 사는 분'이라고 얘기하던 우리 아파트 라인분들.-_-;;; 다 잊지 못할 기억이다.
아파트엔 거주민들만 즐길 수 있는 헬스클럽이나 수영장등이 마련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학교도 단지 내에 형성이 되곤 한다. 마트? 물론이다. 아파트 단지가 조성될 때 이미 대형마트도 다 정해져있다.
교육에 대한 정보가 공유될 수 밖에 없고, '같은 부류'라는 계급적인 동질성이 이웃과의 친분따위와는 무관하게 형성된다.
똑같은 성냥갑에 살게 되니 삶의 패턴도 다 거기서 거기다.
아파트에서 DIY 가구를 만들거나, 음악을 꿈꾼다는 일은 간단한 일이 아니다.
천편일률적인 삶의 공간은 거주하는 대부분의 삶을 동일하게 구속하고 평준화한다.
이런 가치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머릿 속에 들어차게 되고, 자신의 자녀에게 무언 중에 자신의 가치관을 세습시킨다.
그러니까...
아파트에 사는 아이들이 아파트에 살지 않는 아이들을 왕따시키는 현상이 벌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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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지금 이 동네에서 8년을 넘게 살고 있다.
우리가 이사올 때만 해도 이 동네, 특히 우리 골목은 그래도 맘에 들었다.
연립이나 빌라라고 말하는 건물은 없고 모두 단독주택들이었고 골목도 좁지 않았고 거주하는 분들은 거의 다
이 동네 터줏대감들이어서 세를 놓은 분들보다 자기 집인 분들이 더 많았다.
당연히 골목은 깨끗했고 건너집 할머니를 빼면 조용한 곳이었다.
그런데 전에도 적은 바 있지만 요 몇년 사이 이 동네는 급격하게 슬럼화되기 시작했다.
환경미화가 용역화되면서 동네는 스스로 자신들 집 앞을 쓸고 담는 것을 요구하게 되었는데 동네 터줏대감들이 집을 세놓고
아파트로 이사가면서 세든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집을 가꾸는데 소흘한 편일 수 밖에 없어서 더더욱 동네가 급격히 지저분해지기시작했다.
과거에 거리를 청소하는 일이 우선이었던 환경미화원들은 박봉의 용역으로 대체되면서
쓰레기 봉투를 주워담는 일도 힘들 정도로 한 사람이 맡아야할 권역이 터무니없이 넓어졌다.
당연히 쓰레기가 동네 곳곳에 서서히 쌓이기 시작한다.
동네에 한 번도 없던 도둑이 두세번씩 들기도 하고, 재개발 때문에 동네가 술렁거리기도 한다.
한 번도 그런 일없던 민성이는 수차례 나가서 놀다가 큰 중고생 애들에게 돈을 뺏기곤 하는 일이 발생했다.
당연히... 우리도 머리가 아파진다.
한국에서 브랜드 아파트 외의 대안이라곤 고급 주택들 밖에 없는 암담한 현실 속에 아파트로는 가고 싶지도 않고,
갈 돈도 없고, 그럴 돈을 대출할 마음은 눈꼽만큼도 없는 우리는 수많은 고민을 안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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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모습들을 정상이라고 생각한다면 그 사회는 이미 정상이 아니다.
대학을 졸업하기 위해 빚을 져야하고, 빚을 갚기 위해 직장을 구해야하는,
그마저도 불가능해서 사회 생활도 하기 전에 신용불량자가 되거나, 이를 비관해서 자살하는 젊은이들.
오로지 생계를 위해 고민하고 휘둘리는 젊은이들로 가득한 이 사회에 어떤 미래가 있다는건지 난 잘 모르겠다.
내 16년 차이나 나는 막내 동생도 내년 졸업반이라 지금부터 온통 모든 생각이 직장에 몰려있다.
누구나 선망한다는 S회사를 생각하고 가능성도 있지만 그런 동생을 말릴 근거가 내겐 없다.
누군가 그러더라. 젊은애들 살기 팍팍하다면서 클럽가서 팡팡 놀고 쇼핑도 팡팡 잘 해댄다고.
그런 얘기하는 분들의 얘기를 들을 때마다 혀를 끌끌... 찰 수 밖에 없다.
눈앞에 보여지는 단면만으로 모든 걸 일반화하고 규정짓는 대단한 안목을 가진 분들.
놀라울 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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