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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정을 듣는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어떻게든 직원을 쫓아내려고 온갖 궁리를 다하는 사장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들에게 해줄 수 있는 말같은게 없다.
맘에 안들면 그저 어떻게든 내보내려고 온갖 궁리를 하는 사장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난데없이 나가라고 하고는 두달 정도의 위로금도 줄 생각은 안한다.
잘 알고 있다. 이런 회사들. 작은 회사들 중엔 이런 회사들 넘치고 넘친다.
이런 회사들의 사장들은 늘 사람구하기 힘들다고 침이 마르도록 얘기하지만 결코 사람 귀한 줄 모른다.
말로는 안다고 떠들지만, 진심으로 그들이 사람 귀한 줄을 느낀다고 생각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중소업체에서 일하면서 늘 사장 옆에 있는 자리였지만 그... 12년의 시간동안 정말 사람의 가치를 인정해준 사장은 단 한 명 뿐이었다.
그나마 그 사장님을 만난 것도 일생의 기적같은 일이었지.
끝까지 남기로 한 직원들을 추스려 돈까지 빌려 급여를 다 챙겨주고 당신께선 몰락하신 그 사장님은 지금 무얼 하고 계실까.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게 제대로 뒤통수맞고 무너져 그 큰 사무실을 정리하고 일산의 원룸으로 사무실을 옮긴 후
걸핏하면 창 밖을 바라보며 멍...하니 앉아 계시던 모습이 지금도 가끔 기억난다.

끝까지 직원들 급여챙겨줘서가 아니라 조금이라도 여력이 생기면 직원들 격려해주고 자상하면서도 카리스마있었던 그 사장님.
그리고 주말에 사장님 댁에 들렀을 때 느꼈던 가정에서의 평화로움.
지금 어떻게 지내고 계실지 가끔...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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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희 PD가 교체된단다.
김건모에게 재도전 기회를 줄 때 기가막혀서 어이가 없었지만,
뭔... 나라가 이렇게 예능 프로 하나에 화들짝 다같이 흥분하고 관련 컨텐츠를 미친 듯 양산하는지 모르겠다.
아... 나라가 너무 쥐꼬리만 한 탓일까?
아님... 자신들은 쥐뿔도 돌아볼 줄 모르면서 집단을 이룰 때는 일반적인 도덕률을 미친 듯 강요하는 이 강박적인 세상 탓있까?
누구든 실수할 수 있다.
게다가 그 실수란 것도 경중이 있는 법.
4대강 사업한답시고 멀쩡한 강을 절단내버려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천벌을 받을 실수가 있는가하면,
다시 반성하고 되돌릴 수 있는 실수들도 있다.
게다가 우리 인생의 실생활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극히 미약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원칙을 저버린 실수였다.
비판하면 된다. 그리고 비판을 수용하고 대안을 마련하면 된다.
그런데 우리 사회의 그 잘난 높은 도덕율과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멍청한 방송국은 PD 교체로 무마하려 한다.
기가막히다.
PD 교체가 정말 답일까?


***
친구 아버님의 병세가 위중하다.
암세포가 무릎 뼈를 부러뜨리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원래 낙천적인 친구지만, 한숨이 늘어간다.

또다른 친구는 천안에서의 사업을 정리하고 강남으로 올라왔다.
아무 것도 부러울게 없었던 친구.
정말... 자기 방 크기가 어지간한 아파트 한채 크기만 했던 그 친구가 최소한 경제적으로 이토록 힘들어질 줄은 아무도 몰랐을거다.
내가 정말 힘든 시기를 지낼 때, 그 와중에도 날 이해하고 지켜준 녀석이 이 친구다.
예전에 몇 번 말했지만, 난 정말 어리석은 20대 중후반을 보냈는데 그 어리석은 시간의 괴로움을 다 지켜본 녀석도 이 녀석이다.
그런데 지금 모든 걸 걸고 자신을 위해 세상과 맞닥뜨리는 이 친구를 위해 내가 정작 해줄 수 있는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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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뜻대로 세상이 돌아가는 경우가 드문 것이 현실.
하지만 점점 더 우리같은 사람들이 살기엔 이 나라가 너무 궁핍해진다.
주머니가 궁핍해지고, 덩달아 마음도 궁핍해진다.
하지만 그건 언제나 '우리들만의 리그'일 뿐.
신자유주의의 가장 썩은 물만 마셔댄 한국의 기득권들에게 이 상황을 이해하고 대책을 마련하길 기대하는 것 자체가 넌센스다.
간혹... 허름하고 낡은 오래된 동네에서 예쁜 여자모델 세우고 폼잡게 하고는 사진을 찍고 거기에다
'추억, 낭만'어쩌구 하면서 작품사진인양 올리는 게시물을 보면 뭐라 형언하기 힘든 씁쓸한 기분이 든다.
뷰파인더로 세상을 바라보면 다른 시각을 갖게되기도 하지만 공간과 동시대성을 인지하는 것은 전적으로 개인의 지향성에 달린 것 같기도 하다.

다만, 우리가 주변에서 무수히 볼 수 있는 명확한 모습조차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면 우린 뭘 보고 배우고, 뭘 듣고 배워야 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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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다닐 때.
12월 31일 종로에서 종소리듣고 새해 새벽에 종로부터 부천 집까지 정말 걸어온 적이 있다.
8시간 30분인가... 걸렸는데 정말 추웠고, 무엇보다 정말 힘들었다. 그 당시만 해도 체력에 자신이 있었지만
나중엔 공중전화 부스에 들어가 쪼그려 앉아 잠들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힘들었다.
멍청하게도 일부러 돈을 다 쓰고 친구 몇몇이 함께 걸어간 건데 나중엔 서로 '그러게 왜 돈을 다 썼어? 쓰란다고 다 쓰냐,
좀 남겨야지'라고 짜증을 내기도 했다.ㅎㅎㅎ
그렇게 새벽 내내 걷다가 그 피곤이 한 번 잠시 확 물러갔던 적이 있는데,
힘든 다리로 터벅터벅 걷는 우리들 머리로 아침 햇살이 빌딩을 헤치고 감싸줬을 때였다.
그때 친구들 모두 아무 소리 안하고 해를 향해 고개를 돌리곤 걸었다.
우습게도 그 어떤 관광지에 가서 봤던 동해 일출등등보다 난 그때 제대로 본 일출도 아니었던 그 햇살이 가장 인상에 남는 일출이었다.
내 인생의 앞으로 남은 시간에도 정말 그렇게 가슴 벅찬 햇살이 한 번쯤 더 들어올 수도 있을까?
미래의 모습을 보려면 현재의 자신을 보면 된다라는 말이 있다.
그렇게 따지면 난 가능성없다. 배짱이마냥 건강 핑계로 최선을 다하지 않고 살고 있으니까.
그런데 다시 생각해본다.
그 가슴 벅찬 햇살이 들어오는 순간은 내 인생의 어떤 순간을 의미하는거지?
돈을 많이 벌었을때?
아니면 내가 그토록 하고 싶었던 꿈을 결국 이뤘을 때?
솔직히 말하면 이렇게 글을 쓰는 순간 나도 모르게 전자를 떠올렸던 것 같다.
부인할 수가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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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인터넷 익스플로러 9 업데이트해서 쓰고 있는데 생각보다 괜찮다.
그나마 여지껏 나온 익스 중엔 가장 괜찮은 업댓이었던 듯.
파이어폭스가 선전하고 크롬 유저가 많아지면서 확실히... 경쟁이 되어야 제품도 개선되나 하는 뻔한 생각도 든다.
익스플로러 9 베타버전 설치한 뒤 오류가 너무 많아 삭제했었는데 이번엔 그냥 쭉... 갖고 갈 듯.
뭣보다 브라우저의 탭 드래깅이 가능해졌다. 나처럼 탭 무지하게 깔아놓는 유저들은 이거 무지하게 아쉬웠는데 말이지.

브라우징 속도는 확실히 차이가 날 정도로 빨라진 것 같고.
웹상에서 다운로드를 하면 열댓개 다운로드 실행시 팝업도 그만큼의 수만큼 떠서 대략 난감이었는데
익스플로러 9의 다운로드 팝업은 하나의 창으로 모두 관리가 된다. 목록이 기록에 남기도 하고 삭제도 아주 자유롭고.
웹상에서 다운로드를 엄청나게 사용하는 나같은 유저에겐 아주 괜찮은 기능.
또 한 페이지에서 링크를 눌러 열리는 페이지의 경우 별도창으로 열리지 않고 탭이 추가되는데
링크 원본 페이지와 링크를 눌러서 열린 페이지는 탭색깔이 같은 색으로 표시되어서 페이지 탭과 탭 사이의 연관성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예를 들어... A탭에서 링크를 눌러 새로운 B탭이 뜨면 A와 B탭이 분홍색으로 표시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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