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이브...??????
난 크리스마스 이브라는 걸 이렇게까지 느끼기 힘들었던 겨울은 없었던 것 같다.
도대체 어디가 성탄전날이라는 건지 알 수가 없는 이 지극히 평범한 분위기.(눈이 없어서 더 그런 듯)
게다가 올 겨울 최고의 한파.
추위 잘 안타는 나도 싸늘한 느낌이 강하더군.
암튼...
이렇게 추운 날 어딜 다니기도 뭐하고 전부터 가고 싶었던 국립현대미술관(과천)의
'Made in PopLand (메이드인 팝랜드)'전시를 보기 위해 아침 일~찍 서둘렀다.
어머님까지 우리 네 식구 모두 다 같이.
아침은 가는 길에 돈까스 김밥사서 차에서 까 먹는 걸로 떼우고 10시 조금 넘어 바로 도착.
길도 안 막히고... 집에서 49km 거리를 30분 정도에 도착.

 

 

 

도착.
이렇게 추운 성탄전날에 아침 일찍부터 국립현대미술관에 올 사람이 얼마나 되겠어?
오늘은 정말 널널하게 전시 볼 수 있을거야...라는 믿음으로 왔다.
어느 정도는 맞았다. 하지만... 젠장 학생들 단체 관람이 있더군.ㅎㅎㅎ

 

 

 

 

부탁인데... 야들아.
장난이라도 때리면서 놀지 말아라. 맞은 녀석 기분나빠서 삐치고 그걸 또 따라가서 때리고... 그게 놀이니?
(사진에 등장하는 인물은 위 문구와 관련없음)

 

 

 

 

이 전시는 시작할 때부터 정보를 보고 와보고 싶었다.
한/중/일 대표적인 현대미술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팝아트에 대한 접근을 모색하는 전시.

 

 

 

 

 

국립현대미술관의 전시는 '다다익선'을 빼면 언제나 사진촬영금지.
쾌적한 감상을 위해서는 좋은데 그럼 작품들을 추린 인쇄물을 좀... 준비해주시면 좋겠다.
아님 판매를 하시던지.(물론 살 사람이 그닥 많지 않으니 빠듯한 예산에 힘들다는 건 알지만)

 

 

 

 

 

정말... 인상적이었던 우쥔용의 Wait Us Rich.
힙합 비트에 눈을 뗄 수 없는 놀라운 영상이 펼쳐진다.
이번 전시에서 나라 요시토모의 2008년작 House와 더불어 가장 인상적이었던 작품.
급속도로 수용되는 자본주의가 단순히 물질적인 영향력뿐이 아니라 섹스와 가치관의 종속적 질서,
대중의 기호를 모두 변화시킴을 보여주는 영상 작품.
약... 1분만 맛보기로 보시고, 전시가셔서 풀타임 보시길.

 

 

 

 

 

'Wait Us Rich' - 우쥔용
인터넷용으로 대폭 다운그레이드.

 

 

 

 

전시는 제1,2 전시실과 중앙홀에서 진행 중.
생각보다 전시 규모가 아주 크고, 작품의 면면이 보통이 아니다.
어지간한 유명 중국 작가는 거의 대부분 만날 수가 있다. 위에민준이나 쩡판쯔는 물론 왕샤오빈등의 작품까지 모두 만날 수 있다는.

 

 

 

 

아주... 황당한 건 잘 아시는 우리나라 유명작가인 정연두 작가의 '타임캡슐'이다.
뭔가 있음직한, 애플에서 만든 것 같은 그야말로 새끈한 우주선같은 설치물에 3,000원을 넣을 수 있는데,
실제로 3,000원을 넣으면 우주선 처럼 문이 열리고 들어갈 수 있다.
들어가면 다시 문이 닫히고 프로그램이 시작되는데, 폐소공포증이 있는 분은 절대 타지 마시길.
고작 있어봐야 1~2분이니 넘 걱정은 마시길.
하지만... 타기 전엔 그런 정보를 조금도 알 길이 없어서 혹시 몰라 내부에서 비상정지시키고 문을 열 수 있는지 담당 스탭에게
물어봤으나 끝까지... '그러실 필요없구요. 저희가 알아서 합니다'란 황당한 말만 하시더라.
이게 고작 2~3분 만에 끝날 거라는 건 알지도 못했고 완전 밀폐된 공간이라 아빠 입장에서 만약의 사태에 대해 물어보는 걸...
반복되는 질문에도 '저희가 알아서 다 합니다'라니. -_-;;;

암튼 내부의 비상버튼을 확인하고 시작 전에 잽싸게 한 컷.
이 이상은 언급하지 않겠음. 직접 확인하시길.

 

 

 

 

 

타임캡슐 내부에서 한 컷.

 

 

 

 

펑멩보의 'Long-March Restart'.
중국 작가들의 작품은 호불호가 좀 갈리고, 개인적으론 무척 즐기지 않는 편이지만 종종 놀라운 작품들을 보게 되곤 한다.
위에서 언급한 영상 작품과 이 작품 둘 모두 인상적.
슈퍼 마리오가 다중 프로젝터에서 나온 영상을 통해 뛰어다니고 중국인민노동자의 표상이 동등한 슈퍼 마리오의 목적물인양 등장한다.
획일화된 사회주의에서의 노동에 대한 억압과 유희로서의 노동에 대한 메시지를 담은 작품...이라고 난 생각한다.
물론 개인적인 생각이니 패스.

 

 

 

 

19금 관이 있는데... 정말 19금 부스 답다.
아이다 마코토의 소녀식당은 정말 충격적일 것이고...

 

 

 

 

 

백남준 아트센터등에서 봤던 박윤영 작가의 하드코어 영상 작품은 아주... 강렬한 하드 코어를 보여주니 눈이 휘둥그래질 듯.
타인의 성관계를 데칼코마니 이펙트로 분산시키고 마치 70년대 하드코어물을 연상시키는 네가티브 효과가 살짝 섞이는 등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포르노와 영상 작품의 경계를 불분명하게 만든다.
동시에 그 혼란에서 오는 관람객의 소외효과를 교묘하게 유도하는 작품.


사진을 찍을 수 없으니 올릴 수 있는 것은 이 정도.
여기 사진은 안찍었지만 나라 요시토모의 2008년작 집은 아주 사랑스럽다.
리움에 전시된 house보다 훠얼씬... 느낌이 좋다.
집 안에는 [린다 린다 린다]의 사진이 놓여져 있고, 한쪽에는 Yo La Tengo의 콘서트 티켓이 있기도 하다.
작은 집을 통해 나라 요시토모가 어떤 사람인지를 확실하게 알려주는 작품.

전체적으로 당연한 제재겠지만... 어딜가나 스탭분들이 따라 다니는 등 신경이 쓰이는 걸 제외하면, 전시 자체의 만족도는 대단히 높은 편.
관심있는 분들은 꼭 다녀오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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