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 딸랑 한 장의 음반 만을 발표하고 사라진 영국의 하이틴 3인조 그룹
'Clear Blue Sky'의 유일작 중 가장 좋아하는 곡은 <My Heaven>이다.

이들이 연주하고 무미건조하고, 도무지 하이틴이라고 믿겨지지 않을 음악적 감성과 모호한 가사는 그렇다치고...
자꾸만 이 곡에서 되뇌이는 'in my my heaven'이란 후렴구가 대뇌를 자꾸 자극한다.

나의 천국이라...
요즘처럼 정신없이 바쁜 생활 중에선 내가 뭘 위해 살고 있는 것인지 분명한 목적을 갖고 있음에도 심란하다.
영화 한 편의 여유, 와이프와의 정담, 민성이와의 나들이...
모든 것은 '내 가정의 보다 큰 행복과 안녕을 위해(?)'라는 명제 아래 그냥 깡그리 무시되어 버린다.
누군가는 사치스러운 푸념이라고 하더만, 이 시간이 지나면 이제 자꾸 커가는
민성이는 아침 일찍 나가서 일요일도 없이 얼굴 보기 힘든 아빠에 대해 어떤 생각을 키워 나갈까...
나와 함께 있는 시간을 바라는 와이프는 얼마나 답답해질까...하는 생각이 든다.

지난 주엔 회사에 '오늘은 쉬겠다'라고 말하고는 토요일 하루를 쉬었지만,
그날 정작 영화는 한 편 봤지만, 민성이와 함께 하는 시간은 내가 피곤하다는 이유로
뒷전으로 밀어 버렸다. 아빠가 집에 있다고 그리도 좋아하는 아이를 두고 말이다.

짧지만 그래도 꾸준한 대화는 세월이 만들어 내는 단절의 벽을 조금은 더 낮추어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자식에게 함께 하는 시간이 적어질 수록 커지는 미안함을 장난감으로 보상하면서,
자식과 아빠의 단절은 점점 커지기만 할 것이고, 교육을 전적으로 와이프에게 맡기면서,
자신이 한번도 상의한 적도 없는 일을 가지고 와이프에게 짜증을 내는 일도 생길 것이다.
아니...
아마 대부분의 가정들이 이런 일들을 겪을 것 같다.

내가 어느 날 갑자기 경제적으로 풍요로와지고, 그제서야 자식과의 대화를 원할 때 이미 보상받는 공식에 익숙해져버린
아이들이 제대로 대화를 나눌 수도 없을 뿐더러 세월이 만들어 버린 거대한 단절의 벽은 도무지 맞출 수 없는
거대한 퍼즐의 한 조각 처럼 산산히 파편화되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
나도 그저 변명에 급급한 어른이 되어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 뿐이다.

예전엔 '더 좋은 음악을 어떻게 만들까?', '어떤 음악이 새로운 사조를 만들 수 있을까?'
'영화는 이렇게 봐야 한다', '영화는 이렇게 만들어야 하겠다'라는 고민들을 하더니만,
요즘은 정장 한 벌을 더 사야하나... 말아야 하나... 이런 고민들을 하고 있으니...

어쨌든....
문제점을 알았으니 스스로에게 자극하고 하나씩 고쳐나가야지.

다른 건 몰라도...
와이프와 민성이 없는 내 스스로의 삶 따윈 상상할 수도 없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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