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uck] directed by Stuart Gordon
2007 / 약 94분 / 캐나다, 미국, 영국
스튜어트 고든 감독에 대해서는 많은 분들이 잘 알고 계시리라 믿고, 인터넷에도 정보가 널렸으니 Pass.
다만 과거의 [Re-Animator](1985), [Dolls](1987) 의 포스는 분명 많이 쇠잔했다고 생각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개인적으로는 그의 2005년작 [Edmond]를 무척 보고 싶었는데 아직 보지못해 아쉽다.
([Edmond]에는 William H. Macy, Joe Mantegna, Denise Richards등이 출연한다)
2010년 개봉 예정으로 작업 중인 [House of Re-Animator]에서 과거의 영화를 완전히 회복할 지 관건이지만,
이미 그 이전에 내겐 2007년작 [Stuck/스턱]으로 과거의 재기를 충분히 만회했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는 실제로 2001년에 있었던 사고를 근거로 영화를 재구성했다.
말라드라는 흑인 간호 보조사가 나이트클럽에서 마약과 술을 한 상태에서 백인 노숙자를 들이받았는데,
당황한 결과 사후처리를 제대로 하지 않고 그냥 남자의 몸이 차창에 쳐박힌 채로 집으로 돌아와 그대로 방치하여
죽음에 이르게 되었다고 한다. 참조-->> http://en.wikipedia.org/wiki/Stuck_(2007_film)
이러한 정황을 보면, 이 영화 [Stuck]은 실제 사건을 제법 충실하게 재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영화에서 말라드라는 흑인 간호보조사는 백인으로 바뀌었고 그레고리 빅스라는 백인 노숙자를 어엿한
지적 수준을 갖추었던 백인 화이트 컬러 출신의 실직자이자 홈리스로 바꾼 것 정도가 다르다고 할 수 있겠다.
(이렇게 설정을 약간 뒤튼 것이 이 영화에선 매우 매력적인 플롯으로 작용하게 된다)
[Amercian Beauty/어메리칸 뷰티]에서의 임팩트 이후 뭔가 그닥 기억에 남지 않았던 미나 수바리가
말라드를 모델로 한 브랜디라는 간호 보조사를 열연했으며 스테판 리(Stephan Rea)가 정말... 인생 엄청나게
안풀리는 화이트 컬러 출신에서 막 방세를 못내 쫒겨난 바르도 역을 맡아 열연했다.
아래에도 얘기하겠지만 이 둘의 연기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을 만큼 완벽하다.
스튜어트 고든의 호러블한 성향은 이 영화에서 스릴러적인 구조로 아주 잘 환치되어 있다.
보기 힘든 장면이 있긴 하지만, 이 영화는 일반적인 스릴러의 잔인함 이상은 아니다.
따라서 스릴러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반드시 보길 권하는 바다.
** 이 아래부터 결말 이외의 약간의 스포일러가 있으므로 Pass하실 분은 과감히 넘겨주세요 **
미나 수바리가 연기한 브랜디는 이른바 약장사인 흑인 남자 친구가 있고, 머리도 레게머리를 하고 있다.
이래저래 보면 미나 수바리는 실제 사건에서의 흑인 간호보조사인 말라드를 그대로 연기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말라드는 범행이 발각되어 50년형 복역 중이다)
브랜디는 간호보조사로 자신의 일에 충실하며, 대변을 가리지못하는 노인에게도 친절함을 잃지 않고
웃음으로 대할 줄 아는 여성이다.
그런 그녀에게 간호 보조장으로 승진을 해주겠다는 상사의 말이 있었고, 그에 반색하던 브랜디는 그날 저녁 친구 타냐와 함께
나이트클럽을 찾아 남자친구이자 약장사인 라쉬드를 만나 마약을 하고 술을 마신 채 함께 나와 집으로 향한다.
라쉬드가 일을 보고 브랜디의 집으로 가겠다고 하여 브랜디는 약도 하고, 술도 마신 상태에서 운전을 하고
집으로 가던 중, 잘 나가던 직장에서 실직하고, 집세도 못내어 구직센터를 찾아 또다시 허탕을 치고 잘 곳이 없어 카트를 끌고
구호소로 새벽에 향하던 바르도를 들이 받아 버리게 되고 바르도는 브랜디 차량의 앞 창문에 그대로 박혀버린다.
브랜디는 당황한 나머지 집으로 와서 차고에 차를 넣어버리는데, 문제는 죽은 줄 알았던 바르도가 살아있다는 것이다.
이제부터 이 영화는 브랜디의 심리적 선택을 좇아 드라마를 만들게 된다.
그녀에겐 곧 승진과 보다 나은 임금이 보장되어 있다.
바르도를 살리려 911에 연락하는 순간, 그녀는 마약/음주운전/뺑소니등의 죄를 뒤집어 쓰고 그녀가 토요일까지
직장에 나와 일을 했던 그 모든 시간들에 대한 보상이 깡그리 날아가버릴 것이다.
이 상황에서 '세상에 모든 거친 일'을 해봤다고 허풍을 떠는 흑인 약장수 남자친구 라쉬드에게 그녀가 SOS를 요청한다.
라쉬드는 노숙자를 치었을 뿐, 그 노숙자가 차고에 있으리라곤 상상도 못하고 걱정하지 말라고 안심하며 약을 먹이고 섹스를 한다.
그리고 브랜디는 다음날 '여전히 살아있는 채로 차창에 박혀있는' 바르도를 두고 택시로 병원에 출근한다.
브랜디가 자신을 살릴 마음이 전혀 없다는 것을 알게 된 바르도는 클락슨을 누르는 등의 행위로 근처에 사는 꼬마아이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리게 되고 그 아이는 즉시 집으로 가 어머니를 데리고 와서 확인한 후 911에 연락하려고 하나
불법체류자인 그들이 쫓겨나게 될 걸 두려워한 소년의 아버지로 인해 그들은 입을 닫는다.
이쯤되면 이 영화가 어떤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만들어졌는지 누구나 쉽게 눈치챌 법 하다.
사실 공포영화들은 대단히 그 의도가 정치적인 경우가 강한데, Don Siegel의 [Invasion of the Body Snatcher]
(1956, 이 영화는 이후로 세번이나 리메이크된다)나 George Romero의 [Night of the Living Dead](1968),
Tobe Hooper의 [the Texas Chain Saw Massacre](1974)같은 경우가 그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을것 같다.
스튜어트 고든의 [Stuck] 역시 근본적으로 심각한 구조적 문제를 지닌 미국 사회,
나아가서는 자본주의의 병폐를 비꼰 스릴러라고 볼 수 있는데, 지적인 화이트 칼라임에도 순식간에 해고당하고 구직하지 못한 채
결국 방값도 못내고 쫓겨나는 바르도, 자신의 직무에 충실하지만 더 많은 희생을 '승진'을 담보로 강요받는 또다른 피해자 브랜디,
현실에서 도피한 이들에게 약을 팔며 이를 빌미로만 관계를 가지려는 남자친구 라쉬드, 시스템을 빌미로 융통성과 독해력이 턱없이 부족한 구호기관들.
정해진 메뉴얼만 고집하는 경찰들, 강제 추방을 당하지 않으려고 위중한 상태의 생명을 외면해야하는 히스패닉 가족등.
우리가 봐왔던 모든 미국의 사회적 시스템적 병폐들을 깡그리 이 영화 속에서 목도할 수 있다.
그리고 스튜어트 고든은 그 잘못이 갈등을 일으키는 개개인의 대립 관계가 아니라, 이러한 기본적인 생계에의
욕구를 담보로 양심의 종말을 종용하는 미국이라는 자본주의의 근본적인 시스템의 문제라고 분명히 못박는다.
*
미나 수바리는 여전히 자신의 섹시한 이미지를 소비하는 것 같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그녀의 연기는 나무랄데 없이 훌륭하다.
주연으로는 어색하게 느껴지던 스테판 리의 연기 역시 대단히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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