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 들국화

고등학교 1학년 때.
강압적인 자율학습때문에 모두가 밤 10시까지 꼼짝없이 학교에 있어야 했다.
들국화의 공연은 가고 싶고... 잠실체육관에서의 공연을 보고 싶었지만 평일인데다 저녁 7시부터의 시간...
도저히 갈 수가 없었던 상황.
부모님께 도움을 요청하고 부모님의 도움으로 전 오전부터 학교 등교하자마자 아픈 척을 했고,
오후에 아버님이 학교로 '상현이가 아프니 병원에 가야 한다'는 거짓 전화를 걸어주셔서 난 쇼를 하며
아픈 척하며 교문을 나섰다. 그 날의 내 연기는 지금 생각해도 완벽했다. 음...ㅎㅎ
공연은 나 혼자 간 건 아니었고, 다른 반 친구도 함께.(그 친구는 막무가내 도망...)

그 날의 공연은 내 머리 속에 아직도 아주 또렷히, 너무나 생생하게 기억되고 있다.
들어갈 때부터 난리였던 공연장은 안전요원이 지나칠 정도로 강압적으로 학생들에게 반말과 쌍욕을 해대며
통제를 했는데, 내 자리 앞쪽에 층간 지지대를 양 팔로 두르고 거만하게 서있던 그 안전요원의...거시기에
누군가 날린 종이비행기가 아주 멋진 활공을 펼치다가 정확히 명중하여 모두가 난리가 났었던 기억도 아주
생생하다.(ㅋㅋㅋㅋ)
무려 22년 전인데도 아주 생생히... 정말 또렷하게 그 날 공연의 한 장면 한 장면이 기억난다.
그 때 난 공연도 엄청 다니고, 공개방송도 잘 다녔는데, 유독 그날의 공연이 강하게 기억남는다.
아마도 그 이유는... 그 날 마지막 곡으로 불렀던 바로 이 곡 때문일 것이다.

그 날 앵콜송으로 '행진'등을 불렀는데 한껏 달아오른 공연의 마지막 곡이 바로 이 곡이었다. '제발'.

이 곡은 내가 추억들국화 시절을 제외한, 들국화 곡 중 가장 좋아하는 곡이다.
실제로 아주 많이 불렀고, 학창시절 가졌던 공연에서도 불렀을 만큼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곡 중 하나다.

너무 오랜만에 이 곡을 오늘 퇴근 후 집에서 틀었는데, aipharos님이 너무 잘 듣길래 혹시나해서 처음 들어보냐고
물었더니 처음 듣는데 너무 좋다고 하는거다.

그래서 한 번 올려본다.
이 곡을 모르는 분들도 아주 많으실 것 같다는 생각에서.

그리고...
정말 제발 부탁하는 마음에서.
우리들이 까라면 까고, 수그리라면 수그리고, 눈 깔으라면 깔고, 자기들 멋대로 해대도 꼼짝않고 다 감내해야
하는 인형이 아니라는 걸 제발 알아달라고.(알 리가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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