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안한 일이다.
노무현 전대통령이 어제 근간의 침묵을 깨고 정치적 언급을 했다.(물론 노사모 모임에서였다)
쇠고기 재협상으로 인한 시민들의 자발적 촛불집회가 그 정도로 막강한 힘을 발휘할 것이라고 생각 못했을테지만,
정권 퇴진과 청와대 행진등의 반정부 운동으로 변질되는 것은 반대한다는 의견이었다.

여기서 한가지 물어보고 싶다.
정말 시민들이 5만 이상 모여 촛불들고 노래부르고 때되면 해산해왔다면, 지금같은 긴박한 시국이 있었을까?
단순히 선긋고 바운더리 지키는 선이 아니라 이 서로의 영역을 무너뜨리려하는 물리적 충돌이 있었기에
시국이 더욱 가쁘게 움직인 면이 없다고는 말 못할 것이다.
지금은 충분히 촛불집회가 축제일 수 있다.
그리고 이렇게 또다른 시위 문화가 자리잡아가는 것은 정말 환영할 일이다.
게다가 아무 생각없이 사는 줄 알았던 우리 10대들이 오히려 20대보다 더 소통하고 토론하며
의견을 직설적으로 피력하는 세대로서 '등극'했다는 사실은 적잖은 희열감마저 준다.

하지만 분명히 말하지만 사회적 토론의 시스템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기득권 세력이 절대적으로 부패하고 사리사욕의 영달을 추구하는 국가에선 절대로 시위가 '축제'에 머물 수 없다.

추부길이라는 꼴통 미친 놈이 '사탄의 무리'라고 촛불집회 참가자를 싸잡아 매도했다.
통상 기독교에서 자주 하는 말이라고 하는데 나도 모태신앙으로 대학2년까지 줄창 교회만 다닌 놈으로서,
그것도 유년부 선생님까지 하고 찬양집회까지 하는 등 열라 열심이었던 놈으로서 말하는데
'사탄의 무리'란 말을 기도에 통상적으로 쓴 일이 없다. 내가 한 적도, 들은 적도 거의 없다.
그리고 지금 2MB가 ㅄ답게 전 정권 탓하는 것도 이게 도대체 한 나라의 수장이 할 소리가 아니지 않은가.
인적 쇄신이 단행된다고 하는데, 기껏 고심한다는 카드가 박근혜 총리카드...(기가막히다), 이방오(얜 또 왜?)
뿐만이 아니다. 이미 공기업 인사들은 죄다 고소영이다. 기가막힐 노릇이다.
결국 변할 수 없는거다.
이전에 올렸듯, 이들은 사태를 안일하게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밖에 생각할 수 없는거다.
이건 아주 큰 차이다. 사태를 안일하게 파악하는 것은 최소한 전체를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은 있다고 가정하고 하는 말이지만,
그렇게 밖에 생각할 수 없다는 건 하드디스크, 램메모리의 용량과도 같은거다. 그 이상은 안된다는 거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국민들은 촛불을 들고 있다.
내일은 6.10항쟁을 기념하여 더 거세질 것이다.
우리 민성이 택견 도장도 택견 도장 관장들 모두가 촛불 집회에 참가해서 쉰다고 한다.
관장님이 민성이 손에 들려 보낸 서신엔 '사회적 정의를 구현하는 것이 무술인의 본의'라고 적혀있었다. 멋지다.
아무리 촛불을 들어도 저들은 바뀌지 않는다.
아니, 바뀌지 않는 것이 아니라 바뀔 수 없다.
재협상할 수 있었다면 벌써 했다. 민영화? 국민이 겁났다면 벌써 포기했다.
대운하? 국민여론이 이상하면 진작에 포기했을 것이다.
그나마 대국민 공감을 어느 정도 얻은 FTA(사실 이게 제일 큰 문제 아닌가?)도
실상이 알려지면 국민들이 반드시 들고 일어날 것이 뻔하지만 안할 수 없을 것이다.
바로 이 전에도 적은 바, 이 모든 것들은 지금의 2MB와 한나라당의 존립근거이기 때문이다.
이걸 부정하면 이들은 자신들의 존립 기반을 모조리 부정하는 꼴이 된다.
할 수 있을까?
할 수 없다.
다시 한번 묻는다.
그럼 우린 어찌해야 하는거냐.

 

*
노무현 대통령이 2MB의 실정으로 상대적으로 부각되고 있다.
일부 냄비들은 다시 노무현 대통령을 청와대로...를 외치는가하면 그분이 우릴 대신 방패처럼 막아줬다는
카툰까지 그려댄다.
이런 말까진 뭐하지만 정말... 생쇼를 하는거다.
어차피 단순한 경제성장지표만 보면 노정권은 역대 최고의 점수를 받을 법도 했지만,
충분히 우리 사회의 성장 벤치마크 모델로 다른 여러 나라의 모델링을 할 수 있는 기반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엔 미국의 등을 업고 깔짝거려보겠다는 FTA 악수를 둔 게 노무현 정부인게 사실이다.
또한 이전 정권보다 더 시장 친화적 정책들로 중산층이 붕괴할 수 있는 여력을 두고,
일부 대기업에 의해 국가가 좌지우지되도록 배신한 것이 노무현 정부이기도 하다.
(여기에 대해선 장하준 교수의 지적이 아주 명확하다)
다만,
지금 정말 겁이 나는건.
2MB가 생각할 줄 아는 능력이 없다는거다.
생각할 줄 없는 놈이 뚝심만 있다면... 이것처럼 무서운게 없는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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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촛불집회에 참여하려 했지만 6.7 저녁부터 6.9 오늘 지금까지(덕분에 결근) 계속된 열감기(기본이 38.5도)로 나가지 못했다.
내일 괜찮아지면 저녁에 나가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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