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음식문헌연구가이신 고영 쌤께서 쇼룸에 방문하시어 이번에 막 출간된 자신의 책 「카스테라와 카스텔라 사이」를 건네주시고,

사인도 해주시고 얘기나누다가 가셨다.

 

 

 

 

 

 

사실 고영쌤의 페이스북에 게시된 글들은 종종 쉽게 이해하기 힘든 경우가 있다.

전후 맥락이 거세된 채 날 것의 감정이 기록된 경우가 많아 온전한 이해가 힘들 때가 있지.

 

 

 

 

 

 

그런데 책에서 만나는 고영쌤의 글은 완전히 다른 느낌이다.

비유가 상당히 많이 등장하는데 무리함없이 유려해서 화사한 느낌까지 든다.

무언가 대단히 집중력있는 운전을 하는 느낌마저 드는데,

브레이크를 밟을 때도 이미 받을 대로 받은 관성의 도움을 최대한 뿌리치지 않으며 밟는, 그런 느낌이다.

 

 

 

 

 

 

이 책은

말 그대로 '카스테라와 카스텔라'의 그 '사이'에 관한 이야기다.

이른바 먹방과 음식 방송들이 정점을 누리던 시기에 방영을 시작했던 '냉장고를 부탁해'와 '수요미식회'가 모두 종영되었다.

시즌제로 진행되었기 때문에 휴지기를 갖고 다시 시작될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경연의 형식과 음식에 대한 대중의 관음적 시선을 결부시킨 '냉장고를 부탁해'를 보며 대중들은 더이상 감탄하지 않고,

sns, 유투브 채널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정보만 해도 이미 취합 가능한 수준을 아득히 넘어선 지금,

일주일에 두 세개의 업장을 추천해주는 수요미식회의 포맷은 어찌보면 시대착오적이기까지 했다.

물론, 수요미식회에 소개된 업장들이 단기적으로 인기를 얻는 경우는 여전하지만 얘기 들어보면 예전보다 소위 말하는 그 방송 약발이 빨리 사그라든다고 하지.

사실 따지고 보면 제대로 정색하고 우리가 먹는 것에 대해 얘기한 프로그램이 거의 없다.

옛 문헌이나 식민지 시대 때의 잡지등에 등장했던 옛 사람들의 음식과 먹거리 문화,

그리고 이젠 스피커로는 더이상 얘기하지도 않는 음식의 원형에 대한 이야기.

이런 얘기는 꺼내려고 입술에 침을 살짝 묻히고 준비해도 '설명충' 또는 '꼰대' 소리 듣기 십상이다.

그런데 이 책은 그런 이야기를 한다.

그것도 아주... 유려하고 '재밌게'

재밌지 않으면 아무도 거들떠 보지 않는 시대에 이 '재밌게'라는 포인트는 정말 중요하지.

옛 문헌을 통해 음식의 원형을, 섭식의 형식을 추적하면서 현재의 음식과 섭식 행위를 연결하는데 그 시선이 꼰대스럽지 않아 술술 읽힌다.

식민지 시대의 잡지 역할이었던 '별건곤'을 비롯하여 우리가 제대로 알지 못했던 오랜 문헌 속 옛사람들의 음식과 식생활을 이야기하면서 매우 자연스럽게 현재의 우리네 먹거리 문화와의 맥락을 짚어 내고 있지.

이 정도로 유려한 글들이라면,

이 정도의 재미라면 집중하여 탐독하고 그 지식을 자기 것인양 으스대어도 욕할 일이 아닐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어.

이처럼 음식을 이야기하되 그 음식을 수용하고 누리는 자들의 역사적 맥락을 함께 이야기해주는 책들이 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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