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한 20여년 만에 일요일에 일을 나왔던 5월 26일.

쇼룸 업무가 끝나기 한 시간 쯤 전,

본사 대표님께서 전화를 주셨다.

오늘 문닫고 절대로(이 말을 강조) 그냥 들어가지 말고 회사 카드로 꼭! 정말 맛있는 저녁을 먹고 들어가라고.

웃으며 감사하다고, 그리 하겠다고 말하고 끊었는데 다시 10여분 뒤 이번엔 사모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실장님, 절대로 그냥 들어가지마시고! 얼마가 되었든 상관없으니 정말 맛있는 음식 드시고 들어가세요.라고.

내가 회사 돈 쓰는 거 부담스러워하는거 잘 아셔서 그런지 이어 카톡으로도 메시지가 왔다.

정말 꼭 식사라도 하고 가세요라고.

안그래도 랑빠스81에 오려고 했는데,

덕분에 회사 카드를 들고 이 집에 왔다.

 

 

 

 

 

 

 

 

예약도 안하고 온 탓에...

자리가 없었다.

만석이었다.

정말 완전히 다 만석!

만석이어서 먹을 수 없으면 맥이 빠졌어야하는데 우린 기분이 정말 좋았다.

우리가 그토록 좋아하는 집이 만석이라니!

그냥 못먹고 나가도 괜찮다고 했는데 지오셰프님께서 바깥 자리로 안내해주셨다.

 

 

 

 

 

 

 

 

랑빠스81은 지하에 드디어... 정말 드디어! 샤퀴테리 스토어를 오픈하셨다.

얼마나 기다렸던 샤퀴테리 스토어던가.

 

 

 

 

 

 

 

 

사실 오랜만에 들렀다.

그렇게 좋아하는 집에.

 

 

 

 

 

 

 

 

내가 연남동 '랑빠스81 L'Impasse 81'에 올 때마다 와이프에게 하는 말이 있다.

난 이 집을 정말 좋아해...라고.

와이프도 '나도 정말 좋아해!'라고 말하는데, 그럼 난 정색을 하고 말하곤 했다.

응, 그런데 난 정말 당신이 가늠한 것보다 훨씬 더 많이 좋아해...라고.

그렇게 말하는 이유를 이제 와이프는 잘 알고 있다.

비록 그렇게 좋아하면서 자주 오지는 못하지만, 와이프는 내가 이 집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잘 안다.

 

 

 

 

 

 

 

 

우리가 항상 앉는 자리에 드디어 자리가 났다며 일부러 안내해주셨다.

아... 너무 죄송했다. 바깥 테이블에 갖다주셨던 레몬을 담은 탄산수 등등을 들고 랑빠스81 안으로.

들어가면서 맞닥뜨리는 이 모습은 언제봐도 아우라가 느껴진다.

게다가 엄청 분주했어.

너무 좋았어!!! 그 분주함이!

(이 사진은 나올 때 찍은 건데 일부러 다 비켜주셔서... 죄송했다. 정말...)

 

 

 

 

 

 

 

 

머리... 이제 어케 해야겠어.

조금만 더 기르면 되는건가?

그럼 드뎌 펌을 할 수 있는건가?

 

 

 

 

 

 

 

 

모리츠 맥주 한 잔.

 

 

 

 

 

 

 

 

얼마전 앰프가 고장났다고 하셨는데,

그래서 싹... 다 제네바 오디오 GENEVA AUDIO로 바꾸셨다.

난 사실 제네바 오디오의 사운드를 그리 좋아하지 않았는데 어라...? 공간에 따라 확실히 다르긴한가보다.

여기서 들으니까 또 귀에 쏙쏙 부드럽게 들어오네.

 

 

 

 

 

 

 

첫번째 메뉴는 Porc Aux Pruneaux 포르 오 프뤼누.

 

 

 

 

 

 

 

 

건자두를 넣어 구운 돼지삼겹살과 주키니호박 그라탕.

 

 

 

 

 

 

 

돼지삼겹살과 달콤한 구운 채소가 잘 어울리는 건 알고 있었고 당연히 맛있었는데 그보다 더 놀라운 건 이 주키니 그라탕이다.

포실포실한 주키니 식감과 치즈가 기가막히게 절묘한 만큼만 들어가 고소함이 살아 올라오면서 지나치지 않다.

놀랍다. 언제나 느끼는거지만 랑빠스81은 주연과 조연의 역할 분담이 완벽한 것 같아.

주메뉴가 주는 무게감은 한결같고, 가니쉬는 완벽한 조화를 이루며 한 접시의 완성도를 끝까지 밀어올린다.

 

 

 

 

 

 

 

 

아아... 정말 맛있게 먹었다.

 

 

 

 

 

 

 

두번째 메뉴는 Carbonade Flamande 꺄르보내드 플레멍드

 

 

 

 

 

 

 

맥주로 맛을 낸 소고기 스튜, 카르보나드 플라망드와 감자튀김.

랑빠스81의 스튜는 무조건 추천하는 메뉴들.

 

 

 

 

 

 

 

그런데, 이번 스튜의 소고기는 뭔가 이전에 먹어본 스튜와 뒷맛이 달랐다.

뭐라고 해야할까, 마지막에 뭔가 상큼하게 탁 튀어 올라오는 맛이 있었다.

분명히 계속 느꼈다.

그래서 지오 셰프께 여쭤봤다.

지오셰프님 말씀이, 이 메뉴가 프랑스 북부 그러니까 벨기에와 국경에 가까운 지역에서 주로 먹는 스튜 메뉴인데(그래서 감자튀김이 곁들여진다고), 이 레시피엔 진저 브레드가 들어간다고 하시더라.

난 '진저 브레드? 내가 아는 그 진저브레드가?'하는 생각에 쉽게 이해가 안갔는데 진저브레드를 갈아 넣어 향신료의 향을 올리고 꼬숩게도 하는 것 같았다.

그 전 스튜는 역시 이런 레시피를 사용하지 않으셨다고.

감튀 찍어먹으라고 케첩을 주셨지만 우린 딱 한 번씩 찍어먹은 뒤 케첩에 감튀를 더이상 찍어먹지 않았다.

그 이유는 이 스튜에 적셔진 감튀 맛이 정말... 좋아서.

랑빠스81의 스튜는 강추다. 정말 무조건 먹어봐야한다고 생각.

 

 

 

 

 

 

 

 

무우우울론 싹 비웠다.

사실 메뉴 하나 더 먹고 싶었는데 배가... 배가 너무 부르더라.

 

 

 

 

 

 

 

 

다 먹고 난 뒤,

송구스럽게도 아이스크림을 올린 타르트를 내주셨다.

정말 좋다. 어느 시골 가정집에서 든든하게 내어주실 법한 이 두껍고 무게감있는 타르트.

정말...정말 행복한 저녁.

이렇게 다 먹고 지오셰프께서 지난 주 토요일 오픈한 지하1층의 샤퀴테리 스토어를 안내해주셨다.

그 글은 다음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