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이사갈 집 계약을 했다.
난 회사에 묶여있으니 와이프가 정말 애썼다.
운이 좋아서인지 이 나이먹도록 집 한채 없으면서 16년간 이사를 한 번 했다.
지금 사는 집도 동갑인 집주인과 워낙 잘 지내서 집주인이 파산신청만 하지 않았다면 마냥 더 살았을거다.
앞으로도 이런 운이 있을 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집을 보면서 느낀다.
삶의 가장 기본이 되는 집에 우린 온갖 상충되는 욕망이 덕지덕지 들어붙어 헤어나올 수 없는 덫이 되어버렸다는 것을.
전에도 말했듯, 공적인 이해와 사적인 욕망이 결코 타협할 수 없이 상충하는 부동산.
그래서 난 절대로 빚내지 않을거야라고 맘먹지만 이렇게 이사를 해야할 상황이 오면 머리가 복잡해진다.
평생의 대부분을 아파트에서 살았으면서 아파트를 격렬하게 싫어하는 와이프와 나는 예쁜 주택을 꿈꾸지만 현실적으로 빚내지 않고는 절대 불가능하다는 걸 안다.
그리되면 선택지가 없다. 결국 아파트.
비슷한 구조의 집에,
비슷한 생활 패턴을 강요받고,
각자의 꿈도 비슷해진다.
그나마 이번 집은 7층인 이사할 집 발코니를 열고 내려가면 텃밭을 가꿀 수 있으니 조금은 위안이 될까.
(나야... 텃밭을 가꾸는 근면한 부류의 사람은 아니지만)
우리 젊은이들은 절대로 이런 고통을 끌어안게하고 싶지 않다고말하면서,
내 집값은 절대로 떨어지면 안된다는 이 모순.
전향적인 부동산 정책이 시행되면 굳건하던 진보적 가치가 순식간에 휴지 조각처럼 사라지게 되는 현실.
기득권이 촘촘하게 옭아매어놓은 이 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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