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토요일.
사무실에 일하러 나왔다가 점심 시간 맞춰 천천히... 걸어서 서교동 로칸다몽로 (Locanda 夢路)에 왔다.
점심 시간에 몽로라니.
서교동 로칸다몽로는 점심 영업을 하지 않지만 이날은 특별히 생면(pasta fresca) 파스타 서든 팝업 (sudden pop-up)이 열리는 날.
12시 ~ 1시 30분, 1시 30분 ~ 3시
딱 2차례 각 30테이블씩만 받는 팝업.
찬일쌤 페이스북에 고지되자마자 대부분의 자리가 다 차버렸지.
가장 빨리 예약했고 가장 빨리 도착했네...ㅎ
좀 일찍 도착했는데 마침 1층에서 이재호 매니저를 뵈었고,
들어와도 된다고해서 따라 내려갔다.
그리고,
오랜만에 박찬일 쌤을 뵈었다.
무척 오랜만에 뵈었는데... 늘 페이스북으로 -어쩌다가 카톡이나 문자로- 얘기를 주고받아서인지...
그리고 찬일쌤이 출연하시는 노중훈 작가의 '여행의 맛'을 매주 들어서인지...
오랜만에 뵈었다는 생각이 들지 않더라.ㅎ
이재호 매니저, 문현숙 스탭.
두 분도 모두 뵈었다.
그냥 마냥 반갑다.
어느 업장을 몇 년에 걸쳐 왕래하면서 계속 그 자리에 계시는 스탭들을 볼 수 있다는건 반갑다는 말로는 표현이 다 안되는,
대단히 묘한 느낌을 주는 것 같아.
『노포의 장사법』책에 찬일샘의 사인을 받았다.
전에 노중훈 작가의 사인도 받았으니 이제 사인은 다 받았어.
우리가 워낙 일찍 온 덕분에 조용한 매장을 볼 수 있어서,
이곳저곳 오랜만에 사진을 찍었다.
물론... 시작 시간인 12시 이전부터 예약한 손님들이 우르르 몰려 들어 많이 찍진 못했지만...
우리는 테이블 두 개가 있는 이 방으로 안내 받았다.
우리가 가장 좋아하는 곳이기도 하고.
먼저 도착해서 함께 하기로 한 리치몬드 제과 권형준 대표를 기다렸다.
근데 기다리고 뭐 할 것도 없이 바로... 도착하심.ㅎ
응? 졸린 눈...? 셔터찬스가 나빴어요. 미안.
찬앨쌤께서 합석하셔서 파할 때까지 이야기를 나눴다.
권대표님과 찬일쌤은 정말 막역한 사이고.
ㅋㅋㅋㅋㅋㅋㅋ
이날 제공된 메뉴 안티파스토 2가지, 파스타 3가지 모두... 주문했다.
먼저 나온 건 '아귀간 파우더를 얹은 매실생강 드레싱의 광어 카르파치오'
맥주. 어메이징 PA.
광어 카르파치오, 좋은데 난 예전 몽로에서 내던 광어 카르파치오가 더 임팩트 있는 것 같았다.
두번째 안티파스토 '엔초비 절임과 패션프루츠 에멀전의 펜넬 샐러드'
식사 전에 딱... 알맞은 샐러드.
페타 치즈가 들어간 듯.
자... 근데 안티파스토는 맛보기고,
진짜는 생면 파스타들이다.
세가지 모두 대단히 훌륭했다.
빠심 이런거 아니라, 진심 훌륭했다.
양고기 라자냐
보기에도 벌써...
양고기의 그 기분좋은 향, 그러니까 누린내 이런거 말고...
좋은 살시차나 양고기 스테이크를 먹을 때 코를 감싸는 그 기가막힌 고소한 향이 입안을 가득 채운다.
생면은 아주 얇게 낸 후 가장자리만 바싹 구웠다.
올해 유난히 기가막힌 라자냐를 자주 먹게 되는데 이 역시.. 베스트.
소 곱창 라구 딸리아뗄레
몽로의 특징이 아주 잘 살아있는 파스타.
처음엔 전혀 매콤하다는 느낌이 없었는데 뒤로 갈수록 매콤함이 올라온다.
너무 맵다...이런게 아니라 매콤함.
곱창을 이용한 이유가 분명히 드러나는 파스타.
훌륭하다.
그리고...
민트향 끼따리네 봉골레.
생면의 식감같은건 언급하지 않아도 될 듯.
로칸다몽로의 꽈란타만으로도 충분히 이 집의 생면이 어느 수준인지 대변되니까.
엄청나다.
세가지 파스타 모두 훌륭한데 와이프와 권대표님은 이 메뉴를 베스트로.
봉골레 파스타에서 나는 조개의 향이라는건 당연하겠지만 이 그윽한 향은 정말 다르다.
게다가 조개향과 살짝 깔리는 민트향의 조화도 무척 인상적이고..
한 번 더... 나왔다.ㅎ
그리고!
^^
그렇지... 티라미수가 이래야지.
마가린먹고나면 입천장에 남는 그 미끌미끌한 기름 느낌같은게 남는 티라미수들...
그럼에도 인생 티라미수 운운하며 스스로 홍보하는 업장들은 제발 로몽의 티라미수, 뚜또베네의 티라미수 정도는 맛을 봤으면 좋겠다.
+
행복한 시간.
파스타 세가지 모두 정말... 조금도 불만없이 훌륭했고,
오랜만에 찬일쌤을 뵙고 한참 얘기할 수 있어서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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