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폰8플러스 사진입니다 *
토요일이지만 사무실에 나왔다.
석가탄신일 휴일 외에도 하루를 더 빠질 생각이라 토요일도 근무한 것이지만 6월 중순 즈음 사무실 정식 오픈하게되면 토요일에도 사무실에 나올 생각이다.
그대신 아마도 일~월 이틀을 쉬겠지.
와이프는 남편 혼자 사무실에서 일한다고 하니 함께 해줬다.
나는 일하고, 와이프는 옆자리에서 책 읽고, 컴퓨터하고.^
늘 놀러오던 망원동에 일하러 나와서, 그것도 토요일에... 일이 제대로 될까 싶었는데 생각보다 정말 집중해서 일했다.
5시 좀 넘어가니 점심에 먹었던 15cm 서브웨이로 대충 채웠던 포만감이 다 사라져버려 뭐라도 먹자는 생각에 와이프와 사무실을 나왔다.
슬렁슬렁...
토요일의 망원동은 그야말로 북적북적... 골목마다 사람들이 보인다.
어, 이 집에 왜 이렇게 사람들이 줄을 선거야? 아... 사실 납득이 좀 안간다.
우리가 가지 않은 사이에 갑자기 음식이 좋아졌나?
그럴 리가 없을거야...
그럼 우리 입맛이 삐꾸인가?...
뭐 이런저런 잡답을 하며 걷다보니 우린 '망원동 장화 신은 고양이'에 도착해있었다.
어머! 이게 무슨 일이야.ㅎㅎㅎ
문이 닫혀있길래 '아... 이런 운도 없지 우린...'이라며 돌아서려는데 인스타에도 오늘 휴일이란 말은 없어 김재호 대표님께 전화를 했다.
요즘 대단히 중요한 테스트를 앞두고 계신 탓에 집중해서 와인 공부를 하다보니 조금 피로가 몰려 오셨던 모양.
잠시 쉬는 시간을 방해한 것 같아 죄송한 마음이었지만 곧 문을 열어주셨다.
김재호 대표가 지극정성으로 조심조심 친해지던 길고양이는 얼마전 어쩔 수 없었던 상황으로 단단히 삐친 후 지금은 그냥 들어와서 밥만 먹고 나간다고.
저녁 오픈 전이었는데 우리가 먹던 중 손님들이 들어오시더라.
김재호 대표는 요즘... 와인 공부에 여념이 없다.
얼마전 국내에서 가장 권위있는 소믈리에 대회인 '한국 소믈리에 대회'(17회, 프랑스 농식품부 주최, 스펙사코리아 주관) 1차 예선을 통과했다.
1차 예선엔 161명의 지원자가 신청해 참가했고 이중 21명이 2차 예선에 올랐다.
그 21명의 1차 예선 합격자 중 김재호 대표도 있는 것.
그외 콘래드 서울, 정식당(정식당에서만 두 명이 2차 예선에...), 권숙수, 두가헌, 보나세라, 나인스게이트등 울나라 미식계에서 한가닥 한다는 업장의 소믈리에들이 1차 예선 통과자 21명 중에 올라있다.
만만찮은 경쟁자들이지만 김재호 대표의 선전을 기원함.
우리도 덩달아... 와인 한 병을 얻어마셨다.
그라브 지역의 와인
Chateau Langlet.
와알못이니 어떻다 말하긴 힘들지만,
난 이상하게 육류보단 인디언 밥과 더 페어링이 좋았던 것 같다.
산미가 상당히 오래 지속되는 편이고 타닌은 강한 편.
여전히 바뀌지 않은 메뉴 중 우리가 먹고 싶은 메뉴를 골랐다.
아시다시피... 1인 식당임을 감안하면 현재 '장화신은 고양이'의 메뉴는 다소 많은 편이다.
그러다보니 메뉴를 바꾸는 것도 어디 쉬운 일은 아니다.
게다가... 요즘엔 한달에 두세번 코스 데이를 진행하고 계시지 않나.
상시 메뉴에 오르지 못하는 새로운 메뉴가 코스데이에 등장하고 있으니 상시메뉴를 손본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닐게다.
오늘 우리가 주문한 제노베제, 인디언밥, 오리콩피 역시 매우 여러번 먹어봤던 메뉴.
1인 식당의 어려움을 잘 알고 있기에 메뉴를 쉬이 바꿀 수 없는 사정을 잘 알고 있으나 김재호 대표의 실력이라면 다른 새로운 메뉴도 분명... 기가막히게 낼 것이란 기대감이 있어서 조금은 아쉬웠다.
적어도... 이때까지는 말이지.
하지만 언제나처럼 훌륭한 제노베제를 먹고,
인디언밥을 먹으면서 똑같은 메뉴를 다시 먹어야한다는 아쉬움이 싸악... 사라지기 시작했다.
최근 방문에서 쌀이 바뀌는 바람에 다소 아쉬운 느낌이 있었던 인디언밥이 쌀이 바뀌기 전보다도 오히려 강렬한 맛으로 변모한 것이지
쌀이 바뀐 점은 여전히 아쉽지만 최대한 식감을 살리기 위해 쌀은 건조하게 내었고 아주 녹진한 새우 비스큐 소스와 카레와의 조화는 더욱 분명해졌다.
혹시... 쌀이 바뀌어 아쉬운 마음에 인디언밥을 기억에서 지운 분이 계시다면 꼬옥... 다시 한번 드셔보시길.
이후에 나온 라따뚜이를 곁들인 오리 콩피는 이 집에서 먹었던 그 훌륭했던 오리콩피의 기억을 싹 지우고 덮어쓸 정도의 강력한 만족감을 얻을 수 있었다.
똑같은 메뉴라도 이렇게 다른 시도를 통해 이만큼이나 달라질 수 있다는 걸 다시한번 절감했고,
메뉴가 바뀌지 않아 아쉬웠던 내 마음이 참으로 무안해졌었다.
식사를 다 한 뒤 맛보라고 내주신 크렘뷜레...는...
와이프와 나 모두 여지껏 먹어본 크렘뷜레 중 최고라고 말했다.
레스**나 욘**을 비롯 꽤 많이 먹어본 크렘뷜레 중 단연코 최고라고.
이렇게 부드럽고 임팩트있는 크렘브륄레라니.
여느 크렘 브륄레에 비해 속은 더 부드러운데 토치한 표면은 고민한 흔적이 역력한 설탕등을 잘 사용하여 거칠면서도 달콤한 느낌을 잘 살렸다.
기가막힌 메뉴.
간단하게 식사만 하고 나오자...며 걸어갔던 이 곳에서,
와인에 디저트까지 먹은 뒤 나오게 되었네.
하지만... 여전히 이 집의 음식이 훌륭할 뿐 아니라 더욱 단단한 메뉴가 되어가고 있다는 생각에 무척 기뻤다.
김재호 대표의 소믈리에 대회 선전을 기원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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