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을 2주 정도 앞두고 있다.

회사 그만두는 건 아쉬움이 없는데 지금 함께 일하고 있는 직원들과 헤어지는 건 좀 많이 아쉽다.

아이러니하게도 떠나는 내가 세팅한 직원들인데 정이 참... 많이 가는 직원들.

그래봐야 이곳 파주출판단지엔 대표이사 빼고 딱 셋 뿐이지만 난 이 친구들이 참 좋다.

이 회사를 떠나기 전 이 직원들과 오붓하게 식사 한번 해야지 생각하고 있었는데 마침 좋은 기회가 되어 금요일 점심 식사를 함께 했다.


이때 대표이사는 중국 출장 중이었다.

그래서 평일 점심에 이렇게 좀 나와서 먹을 생각을 한거지.

사실... 대표이사가 중국 출장 중이라지만 온갖 지시를 네이트온, 카톡, 전화로 나와 직원들에게 쏟아냈고,

그로인해 직원들의 정신이 너덜너덜해질 정도로 패닉 상태에 빠져있었다.

물론... '지금 이미 짜여있는 업무 소화하기도 벅차다. 지금도 너무 바쁘다. 그만하시라'는 말로 진화시키긴 했지만...


걱정이 된다.

이 직원들, 나 나간 뒤에 잘 버틸 수 있을까?

벌써부터 나 나간 뒤를 엄청나게 걱정하고 있는데 정말 버틸 수 있을까?

이들의 업무 능력은 의심할 구석이 없지만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을 지워버릴 듯 쏟아내는 갑작스러운 업무들을 과연 적당히 거절하고 설득해나갈 수 있을까...

나야... 대표이사의 개인적 트라우마에서 비롯된 이 온갖 참견과 지시를 거절하거나 적당한 선으로 타협하는게 가능했지만 남은 직원들은 그게 정말 힘들거다.

내가 가능했다고 말하는 것과 내가 견딜 수 있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

결국 난 그런 스트레스까지 감내할 마음이 없어 떠나는 것이고,

남게 되는 이들도 이 부분을 두고 떠날지 남을지를 결정하겠지.

참... 안타깝다.

이런 생각을 하며 회사를 다녀야한다는 사실이.




아무튼...

오전부터 사무실에 태풍이 한 번 몰아쳤고,

정신이 너덜너덜해진 우리는 점심 식사를 위해 일산의 프렌치레스토랑 '보트닉 (BOTNIQ)'으로 왔다.

 

 

 

 

 

 

이주임이 공간이 예쁘다며 무척 좋아했다.

 

 

 

 

 

 

 

 

글치... 이 공간 참 섬세한 안목과 취향이 엿보이는 공간이지.

 

 

 

 

 

 

 

 

도마가 보여서 관심이 갔는데,

 

 

 

 

 

 

 

 

띵굴마켓에서 구입하신 거라고.

은곡도마.

나무 재질을 보니 단풍나무도 있는 것 같고, 참죽나무도 있는 듯 하다.

 

 

 

 

 

 

 

 

 

 

 

 

 

 

 

고소하고 살짝 짭조름하면서도 식감이 좋은 그리시니.

사루비아 과자 얘기를 꺼냈는데 둘 다 모르더군...흑...

괜히 연식만 더 티냈어.ㅎ

 

 

 

 

 

 

 

 

웰컴드링크.

부용 지난번과 재료가 다른데 맛은 여전했다.

쌀쌀한 바람이 불던 날, 온기를 넣어주는 따뜻한 국물.

 

 

 

 

 

 

 

 

식전빵.

지난 번 먹었던 빵과 다른 사워도우 빵.

이 역시...

직접 빵을 구워내시는데 어쩜 이렇게 빵도 맛있는거야.


 

 

 

 

 

 

 

앙트레.

오픈 라비올리.

며칠 전 먹어본 메뉴지만 역시 훌륭하다.

보기엔 간단해 보일 지 모르겠는데 이 메뉴 정말... 공이 많이 들어간 메뉴란 생각을 했다.

비스크소스를 내야하고, 레몬드레싱, 라비올리를 빚어야하고, 새우를 손질해 잘 구워내고, 호박도 구워내야지...

한식이 손이 많이 간다는 얘기를 하면서 양식은 상대적으로 손이 덜 간다는 얘기를 하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은데 난 사실 동의하지 않는다.

 

 

 

 

 

 

 

 

메인.

난 염장대구.

지난 번 왔을 때 이베리코 프레사를 먹었으니까.

 

 

 

 

 

 

 

 

이베리코 프레사도 좋지만 난 이 염장대구가 정말 좋았다.

조화도 정말 만족했고,

적당히 간이 된 대구를 이렇게 촉촉하면서도 적당한 식감을 느낄 수 있도록 조리한 능력에 감탄했다.

사실 난 코스 메뉴에 생선이 있으면 가급적 생선 메뉴를 먹어보는 편이다.

우리가 흔히 집에서 굽고 오븐을 이용해 내는 생선 요리와는 그 차원이 다른 경우를 더 자주 접할 수 있는 메뉴가 생선메뉴니까.


보트닉의 염장대구는 정말... 아쉬움 하나 없이 훌륭했다.

지난번 아쉬움이 있었던 적양파 피클 더이상 지나치게 튀는 느낌이 나지 않았다.(어떻게 하신걸까...)

 

 

 

 

 

 

 

나를 제외한 두 직원은 모두 이베리코 프레사를.ㅎ

둘 다 맛있게 먹었지만 특히... 이주임이 정말 만족하며 먹은 것 같다.

 

 

 

 

 

 

 

 

디저트와 음료.

난 이번엔 루이보스 티.

 

 

 

 

 

 

 

 

마무리까지 훌륭합니다.

이 코스를 35,000원에 먹습니다.

 

 

 

 

 

 

 

 

마시다 말고 찍음.ㅎㅎㅎ

루이보스 티야 그냥 좋지만...

카모마일이 역시 최고인듯.



나오면서 계산하는데 스탭분들은 똑같은 메뉴라 죄송하다 말씀하셨다.

음... 난 정말 상관없었는데.

맛있는 음식 한번 먹으면 아쉽지 않나?ㅎ

일부러 신경써주셔서 정말 감사한 마음.



+

직원들과 잘 먹고 얘기를 나누다가 부랴부랴 다시 회사로 돌아왔다.

회사로 돌아오는 즉시 다시 펼쳐진 현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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