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La Land / 라 라 랜드>는 어제 못봤지만 이날 예약한 <I, Daniel Blake / 나, 다니엘 블레이크>까지 놓칠 순 없어서 나왔다.
인천 주안에 위치한 '영화공간 주안'에서 봤는데 처음 가본 공간이라 사진을 찍었다.
개인적으로 주안역 인근을 좋아하지 않는다.
이번에도 차를 두고 주안역에 내려서 걸어가다 와이프는 껌을 밟았고, 심한 찌린내까지 맡으며 내 오래된 주안역 인근에 대한 인상을 확인만 시켜줬다.
하지만 빌딩 7층에 위치한 영화공간 주안에 도착하니 완전히 다른 느낌.
4개의 상영관을 보유하고 있었고 상영관도 생각보다 상당히 쾌적해서 앞으로 자주 오게 될 것 같다.
그리고...
잘 아시겠지만 이런 독립영화관은 쓸데없는, 정말... 지긋지긋하기 짝이 없는 기업 광고가 없다는 엄청난 장점이 있지.
하지만... 여기서 코코아는 먹지 마세요.ㅎ
어제 오후에 몸상태가 상당히 안좋았던 와이프.
좀 일찍 누워서 푹... 자고 나니 한결 나아진 듯.
덕분에 나올 수 있었다.
생각보다 상당히 많은 분들이 찾으시더라.
우리도 앞으로 종종 이용할 생각.
집앞에서 버스를 타면 극장 바로 앞까지 한번에 온다는.
굳이 차를 끌고 올 필요도 없다.
일부러... 이대, 건대, 홍대, 종로로 독립영화관 찾아가지 않아도 부담없이 다녀올 수 있는 곳.
실내도 무척 잘 정돈되어있다.
그리고...
마주한 켄 로치 (Ken Loach) 감독님의 <나, 다니엘 블레이크 / I, Daniel Blake>
<I, Daniel Blake / 나, 다니엘 블레이크> 포스터 (클릭하면 원본 크기로 볼 수 있어요)
켄 로치 감독님의 영화를 대부분 다 보았지만 이 영화는 이제 노장이 된 감독의 조금도 변하지 않고 오히려 뒷걸음질치는 민중의 삶에 대한 한없는 울분과 연민이 담긴 엄중한 경고가 가장... 직선적으로 표현된 영화다.
우리가 자본의 광폭함에 억눌려 스스로 내팽겨쳐버릴 수 밖에 없었던 인간의 존엄에 대한 이야기.
인간의 존엄마저 시스템과 업무 효율, 메뉴얼이 판단하고 좌지우지하는 허울좋은 복지 프로그램.
그 속에서 자존감을 헌신짝처럼 스스로 내던져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민중들.
영화를 보는 내내 속이 터질 것 같았다.
물론 다니엘 블레이크의 그 따스한 마음에 웃음이 지어지기도 했고,
그가 아파하는 그 현실에 대해선 눈물이 나올 정도로 공감이 가기도 했고...
누군가 이 영화야말로 올해의 영화다...라고 말하는 것을 본 적이 있는데 절대적으로 공감한다.
어떠한 영화적 기교도 다 걷어낸, 가시돋힌 모습으로 앙상한 골격만을 보여주는 처절한 현실을 이렇게 진중하고 묵직하게 보여줄 수 있는 힘.
이 힘이야말로 영화가 지닌 가장 강력한 미덕 중 한가지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말 필요없고 이 영화를 볼 수 있을 때 봐두시길.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까지 자리에서 아무도 일어나지 않는 이유를 분명 알 수 있을거라 생각된다.
+
선진국이라는 영국의 이야기지만,
이 이야기를 한국으로 그대로 가져와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우리는 더 하지 않는가.
대학등록금 할인 혜택을 받으려면 자신이 얼마나 못사는지를 증명해야하지 않는가?
안그래도 미흡한, 얄팍한 사회 안전망의 도움을 그나마 받으려면 자신이 얼마나 사회에서 낙오된 사람인지를 증명해내야하지 않는가.
선별적 복지라는 것이 근본적으로 인간의 존엄을 바닥에 내팽개치는 방식으로 그들이 말하는 '공정함'을 지탱하고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아픈 현실인지 생각하게 된다.
++
다니엘 블레이크 역을 맡은 Dave Johns (데이브 존스)는 그냥 그 자체로 '다니엘 블레이크'라고 느껴졌다.
연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자신이 그 사람이라는 생각.
주로 TV에 나오던 배우던데... 대단히 놀라운 연기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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