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이런저런 일들이 많았던 한주일.

몸도 마음도 피곤했지만 더욱 신경이 쓰이는 건 눈에 띄게 고꾸라지는 소비 심리.

눈에 보인다.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경고한 '소비절벽의 시대'지만 요즘엔 정말... 절감하고 있다.

2017년 하반기. 정말... 우린 잘 버텨낼 수 있을까?


이런저런 상념을 접어두고,

토요일. 

오랜만에 상암동 '스시키노이'를 들렀다.

몇달 전 런치, 디너를 경험해보고 정말 만족스러웠던 집이라 진작에 다시 왔어야할 스시야지만 이곳을 무척 좋아하는 아들과 함께 올 생각에 시간을 맞춰보려 애를 쓰다... 결국 와이프와 둘이만 오게 되었네.

토요일도 훈련이 이어지는 아들과 외식 한번 하기가 참... 힘드네.

 

 

 

 

좀 일찍 도착해서 인근을 걸었다.

지난 번에도 걷다가 발견한 '지구당'.

 

 

 

 

 

 

 

 

3인 이상은 한번에 입장이 불가한,

그리고 벨을 눌러야 입장이 가능한 독특한 업장.

맥주도 한잔 이상은 불가하고 시끄럽게 떠드는 것도 허락되지 않는 집.

이집의 소고기 덮밥의 맛은 무척 인상적이라는 것이 세간의 평.

노중훈 작가의 <식당 골라주는 남자>에도 소개된 집.

다음에 한번 들러보고 싶다. 늘... 들러보고 싶다 맘만 먹고 한번도 들러보질 못했네.

 

 

 

 

 

 

 

 

그리고,

오랜만에 들른 '스시키노이'

 

 

 

 

 

 

 

 

점심이 되니 기온이 확실히 올라갔다.

하지만... 날이 흐려서인지 쌀쌀하긴 매한가지.

 

 

 

 

 

 

 

 

들어갔을 땐 손님이 많지 않았는데 먹는 도중에 스시다이는 다... 꽉 차버렸다.

좋아하는 집의 영업이 잘 되는 걸 보는 건 기분좋은 일.

 

 

 

 

 

 

 

 

정갈한 내부.

이집, 저렴한 가격에 정말... 만만찮은 스시를 내어주는 곳으로 이미 정평이 나있다.

음식에 '가성비'라는 걸 입에 달고 말하는 걸 나 역시 그닥 좋아하지 않지만 어지간한 스시야들이 대단히 부담스러운 가격을 지불해야 맛볼 수 있는 것과 달리 '스시키노이'는 어디서도 만나기 힘든 가격에 상당히 훌륭한 스시를 내는 곳이다.

 

 

 

 

 

 

 

 

가격이 저렴하니 쉬이 넘어갈 수 있는 부분도 있을텐데 이집은 결코.... 디테일을 허투루 생각하지 않는다.

김다운 조리장의 고집이 오롯이 음식에 드러나는 집.

 

 

 

 

 

 

 

 

오토시.

훌륭하다.

 

 

 

 

 

 

 

 

이때만 해도 손님은 우리 왼쪽의 부부와 우리뿐이었는데,

먹다보니 스시다이가 꽉... 차더라.

 

 

 

 

 

 

 

 

전복죽.

무난하다.

깜빡...하고 미소시루 사진을 못찍었는데 미소시루가 무척 좋다.

최소 한번은 리필해 먹게 되는 미소시루.

 

 

 

 

 

 

 

 

광어.

전에도 얘기했지만 이 집은 가격의 한계가 분명히 있기 때문에 네타의 종류가 한정되어있다.

단순히 그 이유때문이라고 생각되진 않지만 이러한 한계를 '스시키노이'의 특징이 잘 드러나는 샤리로 훌륭히 보완한다.

밥알은 식감이 느껴지면서도 초가 적절히 들어가 맛을 살려준다.

 

 

 

 

 

 

 

 

참돔.

식감도 훌륭하다.

 

 

 

 

 

 

 

 

이쯤에서 사케 한잔.

돗쿠리로.

죠키겐 혼죠조.

일단 따뜻하게 내달라고 부탁했다.

50도 정도에 맞춰 주셨는데...

가격 대비 정말 훌륭한 만족감을 주는 사케.

따뜻할 때 마시니 입안에서 적당히 단맛과 풍성한 향이 확.... 퍼진다.

우리가 사케를 잘 몰라서 놀란 듯 한데 따스함이 가시고 식으니 풍성한 향은 많이 없어지고 목넘김이 부드러운 술이 되더라?

사케를 즐기지 않았던 우리 입장에선 앞으로 스시야에선 사케를 한잔씩이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ㅎ

아... 촌스러...

 

 

 

 

 

 

 

 

돗쿠리.

참... 예쁘다.

도자에도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을 듯.

 

 

 

 

 

 

 

 

사케를 주문하면 어떤 잔에 마실 것인지 여러 잔을 가져와 맘에 드는 걸 고르라고 하신다.

내가 고른 잔.

 

 

 

 

 

 

 

 

집에 가져가고 싶었다.ㅎ

 

 

 

 

 

 

 

 

와이프가 고른 잔.

 

 

 

 

 

 

 

 

새우.

기가막힌 새우.

어지간한 스시야에도 꿀리지 않을 새우라는 생각이 든다.

 

 

 

 

 

 

 

 

오징어.

유자 제스트를 살짝 발라주시는데 지난번보다 액센트가 더 잘 산다.

밸런스가 확실히 잡힌 듯.

 

 

 

 

 

 

 

 

우니 군칸마끼.

아주... 좋다. 이 가격에 맛볼 수 있는 수준의 우니가 맞나 싶다.

 

 

 

 

 

 

 

 

엔가와.

지난번 먹었던 엔가와보다도 훨씬 액센트있다.

 

 

 

 

 

 

 

 

전갱이.

이날 스시 중 가장... 좋았다.

 

 

 

 

 

 

 

 

삼치구이.

이집 구이도 잘하는건 와보신 분들 이미 다... 아실텐데 확실히 저렴한 가격이라고 어느 것 하나 대충 넘어가질 않는다.

 

 

 

 

 

 

 

 

니츠메를 바른 가리비.

니츠메의 맛이 이전보다 훨씬 좋았고.

확실히 끊임없이 연구하고 있다는 모습이 보인다.

 

 

 

 

 

 

 

 

스시키노이의 시그니처인 아사리(조개).

그야말로 바다의 맛.

지난번보다 역시 그 맛이 업그레이드 된 듯 하다.

 

 

 

 

 

 

 

 

관자는 좀 아쉽긴 했다.

 

 

 

 

 

 

 

 

장어.

가격을 떠나서 그 맛 자체가 훌륭하다.

 

 

 

 

 

 

 

 

부추.

가쓰오부시와 우메보시를 함께 올렸다.

향도 딱 알맞고.

 

 

 

 

 

 

 

 

교꾸.

적당히 달달하면서도 부드러운 속이 입에서 터지는 것이... 훌륭하다.

 

 

 

 

 

 

 

 

서비스 스시.

학꽁치.

 

 

 

 

 

 

 

 

그리고 이건 단품으로 주문한 가리비와 전갱이.

 

 

 

 

 

 

 

 

그리고 녹차 아이스크림으로 마무리.




+

즐거운 시간이었다.

스시키노이의 전체적인 맛은 보다 더 가다듬어진 느낌이 강했다.

식감이 애매했던 관자를 제외하면 이전보다 스시 하나하나의 맛이 더 확실했던 것 같고.

다만 도로등이 추가될 수 없다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으나 이날 고등어와 청어를 단품으로도 먹을 수 없었다는 건 조금 아쉬웠다는 생각이 드네.

개인적으로 고등어를 무척 좋아하는지라...ㅎ


하지만 가격이 저렴하다고 적당히 타협하지 않고, 끊임없이 발전하려는 김다운 주방장의 고집이 그대로 음식에 드러나는 것 같아 좋았다.

손님들이 꽉... 들어차기 전까지 김다운 주방장님과 상당히 재밌는 이야기들을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던 것도 좋았고.

조만간 꼭... 다시 와야겠다.



스시키노이의 점심 스시는 25,000원 (약 13~14피스 + 서비스 1피스)
저녁 스시는 35,000원 (사시미 + 스시 약 15~17점 + 서비스 1피스)
저녁 사시미 50,000원 (스시 포함)
점심스시 25,000원은... 사실 서비스에 가까운 가격이라고 본다.
이만한 가격에 스시를 내는 집들도 많지만 이 정도 가격에 이만한 스시를 내는 집을 만난다는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가격이 저렴하다고 대충 넘어갈 수도 있을 법한데 결코 그런 일이 없다.
초가 적절하게 가미된 샤리등, 스시키노이만의 정체성도 확고한 편이다.




++

김다운 주방장께서 스시키노이와 매우 가까운 곳으로 '트라토리아 몰토'가 이전해왔다고 하신다.

김다운 주방장께서도 자주 들러 식사도 하고 얘기도 나누신다고.

강남에 있을 땐 위치때문에 가볼 생각을 하지 않았는데 상암동으로 이전하셨다니 조만간 들러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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