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프 생일.
어제 늦더위가 한창인 서울 바닥을 걸어다닌 피로가 아직 채 가시질 않았다.
오늘은 그래서 점심 식사만 하고 집으로 돌아오기로.

금요일이 되어서야 와이프가 뚜또보네 (Tutto Benen / 만사쾌조 萬事快調))에 일요일 점심 예약 전화를 넣었다.
당연히... 예약이 될 리가 없지. 만석.ㅎ
그런데 이재훈 셰프께서 어찌어찌 다행이 1시경 좌석이 남을 것 같다고 말씀주셔서 예약할 수 있었다.
진심... 진심 감사드린다.

사실... 맘같아선 뚜또베네(Tutto Bene)에 자주 가고 싶지만, 아마 알고 계신 분들도 계실텐데 우린 강남에 거의 가지 않는다.
강남에 가시는 분들을 폄하하거나 비난하는거 절대...절대절대 아니니 오해마시길. 그저 우리의 취향일 뿐이다.
강남이란 동네의 번잡스러움도 좋아하지 않고 으레 비싼 건물, 비싼 가게들도 사실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니 강남에 갈 일이 거의 없다 .
게다가 요즘엔 제법 괜찮은 가격의 음식점과 카페들이 강북권에도 무척 많이 생겨서 아쉬움을 그닥 느끼지도 않고.
그러다보니... 뚜또베네도 어쩌다... 가게 된다.
만약 뚜또베네가 합정, 상수, 망원권에 있었다면... 난 아마 몽로에 가는 만큼 뚜또베네를 방문했을 지 모른다.
제철 재료를 이용한 이탈리언 음식, 터프하기까지한 진득한 음식을 내는 곳으로 유명한 뚜또베네와 프렌치 레스토랑 팔레드고몽을 총괄책임지고 계신 이재훈 셰프는 박찬일 선생님께서 뚜또베네에 계실 때 주방에서 함께 일하시며 수셰프로 계셨었고 박찬일 선생님께서 뚜또베네를 나오신 뒤로 주방을 책임지기 시작하셔서 지금까지 뚜또베네를 울나라 정상급 이탈리언 레스토랑으로 유지하고 계시다.
또... 박찬일 선생님의 몽로의 홀을 책임지고 계신, 몽로의 구심점이기도 하신 이재호 매니저의 친형이시기도 하다.

 

 

 

집에서 10시 40분에 나왔는데 뚜또베네에 도착한건 12시 즈음.
1시쯤 자리가 난다고 말씀해주셨는데 너무 일찍 도착한 터라 잠시 압구정 나들목에 차를 대고 쉬었다.
그러다가 일단 뚜또베네에 한번 들러서 식사 가능한 시간을 여쭤본 뒤 시간을 보내기로.



 

 

 

 

 

만사쾌조.
이 얼마나 아련한 말인가.
이제 이런 말조차 아련하게 느껴진다.

 

 

 

 

 

 

 

 

뚜또베네 (Tutto Bene)라는 간판이 없어서 찾아 해매는 분들이 계시다던데...

 

 

 

 

 

 

 

 

약 40분 정도 미리 차를 맡기는 것이 허락된다면 차를 맡기고 좀 돌아다닐 생각이었는데 뚜또베네 이준영 매니저께서 바로 식사할 수 있도록 해주신다고 해서 들어갔다.

 

 

 

 

 

 

 

 

이런 고풍스러운, 로맨틱한 공간을 이젠 찾아보기도 쉽지 않다.
세월이 한겹두겹 쌓여가며 만든 아스라한 공간.

 

 

 

 

 

 

 

 

 

 

 

 

 

 

 

뚜또베네의 실내는 어두운 편이다.
사진에서 보다시피 대단히 클래식한 기운을 가득 머금고 있는 곳이라 카메라를 들이댈 곳이 정말 많다.
하지만 손님들이 지금 보이는 이 테이블을 제외하곤 거의 다 채운 탓에... 사진을 맘놓고 찍을 수가 없었다.

 

 

 

 

 

 

 

 

언젠가 손님들이 없는 시간에 가장 먼저 들어오게 된다면, 맘먹고 사진을 찍어봐야지.

 

 

 

 

 

 

 

 

다음엔 진심 팔레 드 고몽을 가봐야겠어.

 

 

 

 

 

 

 

 

이곳이 내 의자 바로 뒷공간이라 사진찍기가 참.... 애매했다.

 

 

 

 

 

 

 

 

 

 

 

 

 

 

 

사실 이제서야 고작 세번째 방문.
그럼에도 신경써주신 이재훈 셰프님, 감사합니다.
게다가 일요일 휴무라 자리에 계시지도 않았음에도...
진심 감사드려요.

 

 

 

 

 

 

 

 

식전빵, 하드롤과 그리시니.
원래 뚜또베네의 하드롤과 그리시니를 좋아하지만 오늘은 좀 남겼다. 맛없어서가 아니라... 그 이유는...

 

 

 

 

 

 

 

 

이게 나왔기 때문. 그래서 음식을 맛있게 다 먹기 위해 빵으로 채울 배를 좀 양보했다.ㅎ
우린 깔리마리, 명란 파스타, 라구 라자냐를 주문했는데 갑자기... 전어 에스까베체가 나왔다.
양이 적게 나온 걸로 사진엔 보이지만 절대... 전어가 저 루꼴라 아래에 잔뜩 깔려있다.
새콤한 소스.
집에서 만들어 먹으면 그냥 시게 느껴지는 소스를 어쩜 이렇게 상큼하게 만들까.
거기에 생선풍미 가득한(비린내말고... 비린내는 아예 없다) 전어.
수비드를 한 것처럼 부드러운 전어는 조리가 되었음에도 부드럽고 생생한 식감과 맛을 느낄 수 있었다.

 

 

 

 

 

 

 

 

전어를 찍어 올린다는걸 먹는데 정신팔려서 깜빡하다가 거의 다 먹어서야...
전어를 부드럽게 올리고 채소는 사각사각 씹히는 식감도 훌륭하다.
아... 이 메뉴는 점심메뉴에 없던데 저녁에 오면 따로 주문할 수 있는 걸까?(여쭤보질 못했다)
정말 정말 맛있게 먹었다. (진심... 감사합니다.)

 

 

 

 

 

 

 

이건 우리가 주문한,
강원도 찰옥수수찜을 곁들인 베네치아식 깔라마리 참숯구이.

 

 

 

 

 

 

 

 

부드러우면서도 질감이 분명한 깔라마리.
그리고 은근 잘 어울리는 찰옥수수찜.
그리고... 양도 만만치않다.

 

 

 

 

 

 

 

 

그리고... 대박.
링귀네면을 이용한 명란 파스타.
원래는 한치와 제주 딱새우로 맛낸 크림소스의 오징어 먹물 스파게티를 주문했었는데 우리가 주문한 깔라마리와 식감과 느낌이 겹친다고 다른 메뉴를 주문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이준영 매니저께서 친절히 말씀주셔서 명란 파스타로 변경했다.
그런데 이 선택도 결코 후회없다.
이 명란 파스타, 진심 맛있다.

 

 

 

 

 

 

몽로의 명란 파스타도 정말 맛있게 먹는데 뚜또베네의 링귀네 면을 이용한 명란 파스타는 진심 훌륭하다.
보다시피 명란을 정말 엄청나게 올렸는데 적당히 짭쪼름하면서도 링귀네면을 찰랑거릴 정도로 심지있게 삶아낸 정도도 정말 마음에 든다.
부드럽고 풍성한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극강의 파스타.

 

 

 

 

 

 

 

 

자태가...
이건 로제 소스를 곁들인 소고기 라구의 가정식 라자냐.

 

 

 

 

 

 

 

 

산전수전공중전 다 겪고 경지에 다다른 이태리 할머니가 내공을 드러내 건내주는 라구 라자냐가 있다면 이런 느낌일까 싶네.

 

 

 

 

 

 

 

 

어쩜 이런 맛이.
라구는 정말 잘하는 집들이라면 대충 그림이 그려지는데 이 라자냐는 완벽한 로제소스까지 곁들여져 어디 흠잡을 곳이 없다.
끝까지 조금도 질리지 않는 풍성함.
끝내주는 맛.

 

 

 

 

 

 

 

이번에도 우린 알콜을 패스했다.
와인 한잔 할까...하다가 그냥 산 펠레그리노 탄산수 한병 시켜 마셨는데 다 먹고 일어나서 계산하려는데 이준영 매니저께서 디저트와 커피가 준비되어있다고...
감사합니다... 죄송하기도 하고...

이 티라미수는 서교동 몽로에서 먹었던 그 티라미수 맛과 완전 흡사하다.
광화문 몽로의 티라미수가 아직은 약간, 아주 약간 이 맛이 나질 않던데 가오픈일 때였고 지금은 완벽하게 나오리라 믿는다.
우린 배가 터질 듯 불렀음에도 티라미수를 싹싹 남기지 않고 먹었고 산미 가득한, 디저트와 잘 어울리는 커피도 맛있게 먹었다.

 

 

 

 

 

 

 

와이프가 이 사진... 머리 넘 크게 나왔다고-_-;;;ㅎ 내가 봐도 이상하게 크게 나옴.

와이프가 정말 맛있게 먹어서 행복했다.^^
뭣보다 따뜻하게 맞이해주신 이준영 매니저님께 정말 감사드리고,
쉬는 날이어서 자리를 비우셨음에도 일부러 신경써주신 이재훈 셰프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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