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든 말은 총이 될 수도 있지.




음식을 얘기하는 이들보다 음식점을 얘기하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사람마다 미식에 대한 기호는 모두 제각각일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침을 튀며 칭찬하던 집의 음식이 내겐 별 감흥없을 때도 있고,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

나 역시 음식을 얘기하기보다는 음식점을 얘기한다.
이집은 나와 그닥 맞지 않았다.
이 음식은 별로였다...라는 둥 글을 적기도 한다.

음식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탓에 아주 기본적인 얘기밖에 하지 못한다.
미식도 예술감상과 비슷한 면이 있어서 자신의 경험과 훈련에 의해 수용능력과 기호가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한다. 처음엔 생소해서 꺼려지던 식자재가 이런저런 음식을 먹다보면 익숙해지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를 두고 '그런 요리를 이해하지도 못하면서 왈가왈부한다'라고 말하는 것엔 동의하지 못한다.
이런 논리라면 뭘 알지 못하는 사람은 어느 것도 판단할 수 없다는 말이 되어버리니 말이지.
어차피 미식도 개인의 기호에 따라 판단이 좌우되는거 아닌가.
맛없게 먹은 음식을 그 요리의 의도를 다 이해하고 과정을 이해하면 함부로 맛없다 말할 수 없다라는 식의 논리야말로 얼마나 우스꽝스러운가.

그렇다하더라도...
비판과 비아냥을 구분할 줄 모르는 사람들의 글을 본다는건 무척 곤혹스러운 경험이다.
만석이 되어 대기하는 분들을 위해 마련된 의자를 두고 '월정리 해변도 아니고...'라고 말하거나, 하드롤을 식전빵으로 내는 집을 두고 식사나오기도 전에 입천장 다 까지라는 소리냐...라는 글들은 자의적인 기호를 밝히는 수준을 넘어, 까칠한 수준을 넘어선 그냥 무지한 비아냥일 뿐이라고 생각된다.
우리가 비아냥거릴 대상들은 따로 있지 않은가? 기본도 지키지 않고 사람의 탈을 쓰고 허구한 날 거짓을 일삼고 우리들 뒤통수를 때리는 맛에 사는 인간들. 이 대상이면 충분하지 않은가?
물론 음식점도 기본을 지키지 않는 곳이라면 비아냥거릴 만하지.
하지만 내 입맛에 안맞는다고 비아냥거리는 건 자신의 싸가지없음과 무지를 드러내는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지 않나?

전에도 슬쩍 얘기했지만,
요즘 우린 모든 것에 지나치게 까칠한 것 같다.
까칠하게 굴지 않으면 무시당한다고 생각하는건지 엄격한 것과 까칠한 것을 전혀 구분하지 못하는 이들을 너무 심각할 정도로 자주 보게 된다.

수요미식회에서 파스타를 다뤘나보다. (보질 못했다)
세곳 모두 요즘 가장 많이 회자되는 음식점들이던데 인터넷을 보면 온갖 호불호가 충돌한다.
당연하다. 그게 난 당연하다고 생각해.
그런데, 비아냥대는 뉘앙스의 글들이 너무 많이 보인다.
음식점에서 손님에게 결례를 범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기본을 지키지 않은 것도 아닌데 그저 내 입맛이 아니라는 이유로 비아냥거린다.
그렇게 비아냥거리면 뭔가 자신이 도도시크...해보인다고 생각하는건가?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요즘 팟캐스트에서 하는 광고들도 난 정말이지 듣기싫은 경우가 많다.
화환 광고를 하는데 왜 부장이 대리에게 그렇게 화를 내?
홍어회 광고를 하는데 왜 그리 성질내면서 말을 해?
건강 보조식품을 광고하는데 왜 그리 싸움질이야?
숙취해소음료를 선전하는데 왜 또 그리 소리를 지르냐고.

까칠한 것과 싸가지없는 걸 구분못하는 신경쇠약 일보직전의 나라같다.

요즘엔 내가 사랑하는 집들이 더이상 수요미식회같은 프로그램에 나오지 않았음하는 마음까지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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