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프가 보고 싶어하던 모리 준이치 감독의 <리틀 포레스트/Little Forest> 여름/가을 편과 겨울/봄 편을 모두 봤다.
일용할 양식으로서의 음식,
추억을 재현하는 매개로서의 음식,
그리고 음식을 통한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과의 교감이 잘 담긴 영화다.
메시지가 약간 꼰대스러운 느낌도 없진 않지만...ㅎ
어제도 말했듯이 자연스러우면서도 대단히 세련된 영상과 음악도 인상적인 영화.
도시로 나갔던 이치코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다시 고향인 코모리로 돌아온다.
그녀는 5년 전 불현듯 자신을 두고 떠나버린 엄마와 함께 살던 집에서 스스로 자급자족 농사를 짓는다.
이 과정이 영화에 대단히 섬세하고 세밀하게 투영되어있다. (실제로 이치코역을 맡은 여배우가 촬영기간 내내 이 마을에 살았다고 하네)
대충 허투루 농촌 생활을 흉내내는 것이 아닌, 정말 그 집에 살면서 귀농생활을 하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생생하다.
계절별로 아마도 일곱가지의 음식이 등장하는 듯 한데, 이 음식들은 음식예능처럼 뭔가 뜬금없이, 전후 맥락없이 드러나는 것도 아니다.
이 일곱가지의 음식이 소개되는 것에는 모두 저마다의 이유가 있다.
길고긴 장마와 무더위에 피어나는 곰팡이와 싸우느라 한여름에도 장작을 넣어 스토브를 떼우고 이렇게 습기를 없애는데 사용된 스토브 속의 여열을 이용해 빵을 만드는 식이지.
이 영화 그 어디에도 그냥 허투루 소모되는 낭비따윈 없다.
땀을 흘리며 노동하는 이에게 필요한 그만한 댓가의 음식만이 존재할 뿐이지.
정말 인상깊은 영화다.
또다시 열패감쩌는 소리를 할 수 밖에 없는데,
이 정도로 성실하며, 자연스러우면서도 동시에 감각적인 영상을 담아낼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울 뿐이다. (그리고... 시골의 모습 자체가 성장중심의 어설픈 토건주의가 휩쓴 우리네 시골과 달라도 많이 다르다)
음악도 마찬가지다. 이런 영상에 어쿠스틱이나 담아내는 뻔한 실수따위를 이 영화는 하지 않는다.
우리나라 대중의 다수, 일부의 일본 영화인들조차 일본 영화의 낙후성을 이야기하지만 난 이런 영화들 때문에 도저히 일본 영화들을 얕잡아 볼 수가 없다.
그리고...
난 이 코모리라는 작은 시골에 사는 주인공처럼 살 수도 없고, 살 마음도 없지만.
그녀가 흘리는 땀과 그 결실을 따라가다보니 단순히 시골 생활에 대한 감상적 향수때문이 아니라, 뭔가 내가 정말 구리게 살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한번 생각하게 된다.
정말 요즘은 내가 완전 구리게 살고 있다는 생각을 자주 하고 있었는데... 이 영화는 그 생각에 방점을 찍게 해주네.
*
이 영화는 의도적으로 스마트폰, TV등을 단 한번도 보여주지 않는다.
시골 사람들이라고 어디 스마트폰, TV가 없을까. 그저 굳이 보여주고 싶지 않았을 뿐이겠지.
**
여름/가을편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장면은 가을편 시작 인트로 부분에서 시골길을 자전거로 달리던 이치코를 담아내던 카메라가 우회전하여 달리는 이치코를 쫓아가지 않고 그냥 직진하면서 멀어져가는 이치코를 담아내는 장면이었다.(스샷을 올렸다)
이 영화의 모든 메시지가 담긴 듯한 기가막힌 장면이다.
***
이제부터 엄청난 양의 스샷...투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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