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준의 경제학 강의>를 읽었다.
그의 베스트셀러 <나쁜 사마리아인들>은 신자유주의가 어떻게 불공평한 세계 교역 환경을 조장하고

어떤 방식으로 노동자들의 잉여 자본을 수탈하는지를 매우 친절하면서도 명쾌하게 설명해줬다.
개인적으로도 무척 좋아하는 경제서적이며 많은 이들에게 장하준이라는 이름의 무게감을 제대로 각인시켜준 책이었을거다.
이후에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를 읽었다.
<나쁜 사마리아인들>때문에 기대치가 높았는지, 조금도 심도있게 사안을 파해쳐주길 바랬던 내게 이 책은 조금은 실망스러운 책이었다.

지나칠 정도로 평이하다고 할까...?
물론 대중적인 면에선 충분히 이 책의 공능을 다했을 거란 생각도 든다.

그리고...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
영제가 <Economics the User's Guide>다.
애당초 이 책은 경제학 입문서로 명시하고 쓴 책이라는거지.
그래서인지 이 책은 어느 정도의 경제학 서적을 읽은 이들에겐 다소 지루할 수 있다.
자신이 알던 지식들을 다시한번 곱씹는 기회가 될 수도 있고, 우리가 너무나 잘 알고 있다고 자부하던 경제학 용어들에 대한 색다른 설명과 해석도 만날 수 있어

'지루하다'라는 표현은 적절치 못할 수 있으나 어떠한 경제학적인 사안을 깊이 분석하는 경우는 거의 없으니 이점 분명히 염두에 두고 구입해야할 것 같다.

책의 앞부분에 경제학의 역사에 대해 약 100 페이지를 할애하는데 이 부분은 무척... 유익하다.
애덤 스미스부터 자본주의가 어떻게 발전되고 이를 뒷받침하는 경제학의 변화를 쉽고 경쾌하게 설명했다.
까맣게 잊고 있었던 기억들을 다 속속 내 머릿 속에서 끄집어내는 그런 즐거움이 느껴지더라.


기본적으로...
장하준은 자본주의를 가장 이상적인 사회 시스템으로 전제하고 현상을 이야기한다.
<나쁜 사마리아인들>에서도 느껴지듯이 자본주의의 병폐에 대해서 신랄하게 문제를 지적하지만 근본적인 대안을 이야기하지 못하는 것은

그가 기본적으로 자본주의 제도를 대전제로 명제화하고 그 안에서 자본주의의 구조적 모순을 수정해나가는 방식을 이야기한다.
아마도 9월 11일이면 국내에 출간될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 역시 근본적으로는 자본주의를 인정하고 그 속에서 부의 편중을 해결해야한다고 이야기할 것이다.
이책을 읽지 않아도 어느 정도 이 부분만큼은 예상할 수 있는 것이, <21세기 자본>에서 주로 다루는 문제가 자본주의 하에서 자본이 어떻게 편중되게 되었는가의

역사와 앞으로 이러한 쏠림이 공고히 될 것으로 보고 어떻게 소득의 분배를 할 수 있는지...라는 것을 이미 여러 기사를 통해 접했기 때문이다.

(물론, 읽어볼 것이고, 읽어보면 또 다른 생각을 할 수도 있지만)
자본주의가 마땅한 다른 사회적 대안 없이 인정받게 되면 글은 자연스럽게 노동에 집중하기보다는 생산과 자본에 집중하게 된다.
사회적 구조의 문제를 '노동'에 집중하여 보느냐 '생산'과 '자본'에 집중하여 보느냐는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방식에 도출하는 과정도, 해답도 다르게 된다.

이런 점에서...
장하준의 책은 현재 자본주의가 직면한 파렴치한 탐욕과 부의 편중에 대한 현실을 직시하는 내용으로는 더할 나위없이 훌륭하고,

이를 보다 더 많은 대중들에게 설파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자본주의 경제학자로서의 분명한 한계 또한 느껴진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물론... 주류경제학의 나팔수가 되어 학자로서의 양심도 팔아먹는 파렴치한 범법 경제학자들 따위와는 비교할 수가 없지만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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