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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때 방탕한 생활(대단히 복합적인 문제였다. 여자, 금전, 행세등...)로 친구들을 짧은 순간 거의 모두를 잃었던 경험이 있다.
사실상 내겐 그 경험이 일종의 트라우마처럼 되어버렸다.
친구들을 만나 시간을 보내고, 모임을 주도하면서 주목을 받고... 
이런 생활에 익숙해있다가 친구들을 잃어가니 내가 그들에게 그런 얄팍한 인간으로 비춰진다는 사실이 대단히 힘들었다. 
단 한가지, 그래도 내가 그나마 잘 처신했던 것은 어떤 문제든 일단 변명은 하지 않았다는거.
물론 그 덕분에 분노에 가득찬, 배신받은 그당시 여자친구의 사실이 아닌 말까지 사실인양 내 귀로 돌아오곤 했지만, 
그런 말들이 사실인양 알고 있을 사람들을 생각하면 농담이 아니라 16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정도로 깊은 상흔이 되어있긴 하지만, 
그 모두가 내가 상처준 댓가라 생각하고 변명하지 않았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서,
하나둘 예전의 일부 절친했던 친구들은 다시 지금의 친구가 된다. 
물론 대부분의 인연은 다 끝장나버렸고.
지금 맺고 있는 대부분의 인연들은 극히 일부 과거의 친구들이고 다... 그 이후에 사회에서 만나게 된 이들이다.
아무튼 다시 소중해진 친구들에게 말은 안했지만, 난 진심으로 그 친구들이 고맙다.

하지만, 
그 시간 이후로 난 모임에 거의 나가지 않을 뿐더러, 친구, 후배, 선배등의 한번 만나서 식사나 하자는 전화나 메시지에 거의 대부분 응하지 않는다.
카톡으로 자주 연락오는 친구나 후배들의 '시간 한번 내라'는 말에도 난 늘 '응, 그래야지'하면서 먼저 메시지를 보낸 적이 한번도 없다. 
회사에서도 마냥 퇴근안하다가 힘들게 내 자리로 와서 '김실장, 저녁이나 같이 먹지'라고 입을 뗀 사장님 제안도 받아들인 적이 없다. 어제 저녁에도 그랬으니까.
겉으론 웃으며 사람좋은 양 얘기하며 살지만 난 결코 사회적인 인간이 되지 못한다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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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유 트위터가 난리다.
슈퍼주니어의 은혁과 나란히 찍은 듯한 사진이 문제인데,
은혁은 상의를 탈의한 것으로 추정되고, 아이유는 잠옷을 입고 민낯이어서 누구나 상상 가능한 성적인 상황을 연상케하기 때문에 
평소 소녀 이미지가 강했던 아이유에겐 보통 큰 타격이 아닐 수 없다.
팬심이란 것은 그저 이기적이고 표피적인 성향을 지향하는 특징이 있는데 이는 감정의 소통이 일방적인 이유로 감정의 대상을 자기들만의 이상형으로 고착화시키기 때문이다.
내가 만들어 놓은 대상의 이미지는 현실에서 찾아보기 힘든, 대부분 자신의 로망을 담궈놓는 법인데 
아이유의 경우는 일반적인 남성들이 은연 중에 희구하는 '순수함', '청순함', '밝음'등의 이미지(쓰는 내가 다 오글거린다)를 갖고 있었기 때문에 
자신의 감정과 대상의 이미지 사이의 공통분모가 많아 더욱 큰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이라고 본다.
그 위에 개인의 욕망이 하나하나 덧붙여졌으니... 이 얼마나 근엄한 도덕률을 은연 중에 들이대고 있었겠냐는거지.

그런 그녀가 명백히 성적인 상황이 연상되는 이미지를 자신의 트위터에 떡~하니 올려놨으니(이게 해킹인지, 
트위터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한 아이유의 실수던지) 난리도 아닌게 당연한 거란 사실은 이해가 간다.
그들의 행동에 결코 공감할 수 없고, 오히려 난 힐난하는 입장이지만 그 행동들을 이해못하는 바는 아니라는거지.
단지 그뿐이다.

그런데,
이 폭풍이 지나간 뒤의 대중의 태도 역시 아이유에겐 결코 관대하지 않을 거라는 사실에 난 벌써부터 낙담한다.
항상 얘기했듯이 대중들은 일반적으로 비열하고 무심한 편이어서 자신들의 생활을 옭죄는 정치인들의 매머드급 비리에는 곧잘 관심을 끄거나 입을 닥치고 있지만 
현실과 무관한 대상, 그러니까 판타지로서의 대상이 그 판타지를 깨는 순간에는 엄청난 도덕률을 갖다 들이대는 법이다. 아니, 말은 바로 해야지. 
그건 판타지로서의 대상에만 해당하는게 아니라, 그저 연예인에 모두 해당되는 소리다.

한번의 기회를 더 주지 않는 분위기.
상대에 대한 관용과 배려따위가 없는 나라.
이런 나라에선 한번 실수해서 삐끗하면 그걸로 재기불능한 타격을 입는게 대부분의 경우라는거.
아이유는 범법을 저지른 것이 아니니 '한번의 기회를 더 주는'이란 말 자체가 타당하지 않지만, 
개인의 로망으로 작동하는 판타지를 깨부순 사진 한장은 아마 그 '팬이라고 자처하는' 사람들에겐 범법보다 훨씬 강력한 대미지로 작용했겠지.

저 사진이 모두가 예측할 수 있는 정황의 사진이든, 아니면 단순한 오해라고 하더라도 
그건 이미 자신의 판타지가 깨져버렸다고 생각하는 이들에겐 아무 상관이 없는 일이 되어버렸다.
그들에겐 그런 사실관계는 이제 아무런 상관도 없을테니. 위에서 말했듯 그들 대부분은 스스로 판타지를 구현하고, 스스로 그 판타지를 부수기 때문이지. 
그런데... 설령 공개되어버린 사진이 모두가 예측할 수 있는 정황의 사진이라고해도 말이지...
미성년이라곤 하지만 요즘 청소년들을 생각하면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고,
사랑하는 이와 잠자리를 하는 거...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한 번만 생각해보면,
그리고 언제까지나 그 소녀의 프레임에 자신의 로망을 가둬놓을 수도 없는 걸 생각해보면,
이 문제를 이렇게까지 개드립치면서 까야하나 싶은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몇몇 대형 커뮤니티에서 '순수한 이미지의 아이유'가 망가졌다고 하는데, 
이 사람들은 설령 지들의 추측대로 이 사진이 베드씬을 연상케했다고 하더라도 그게 도대체 '순수'와 무슨 관계가 있다는건지 모르겠다. 
동정녀 마리아를 원하는 것도 아니고. 섹스를 하든말든 상관없으니 들키지만 말라...소리인데 이 소리는 '연예인인 너는 내 판타지를 충족시켜줘야하니 
사생활따위는 접고 잠행하라'는 말과 뭐가 다르냔 말이지.
특히... 대형 커뮤니티의 자게판은 정말... 눈뜨고 보기 힘든 남자들의 저열함을 그대로 다... 까발리고 있으니까.
같은 남자인 내가 다 쪽팔릴 지경이다.  

안타깝다.
저런 개찌질이들한테 너무 좋은 떡밥을 안겨준 꼴이니...
이미 자신들 멋대로 판타지를 깨버린 이들에겐 그 어떤 말도 절대로 먹히지 않을거다.
아마 앞으로 주구장창 아이유는 이 문제로 위선자라느니 아이유가 아니라 헛둘유...라는 비아냥을 받겠지.
찌질한 드리퍼들의 개드립이 벌써부터 홍수처럼 봇물터지니 씁쓸할 뿐이다.
아울러,
이제 본격적으로 어른이라고 하는 시스템으로부터 온갖 압박을 받을텐데, 난 그녀를 잘 모르지만 힘내길 바란다.
진심으로.
모두가 적으로 돌아서는 그 심정.
난 아이유처럼 대단한 사람이었던 적이 없어 완벽하게 이해할 순 없지만, 주변의 모든 친구를 다 떠나보낸 기억이 있어 아주 조금은, 
아주아주아주 조금은 그 심정을 이해한다.
힘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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