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니가 이상하게 거무스름 해지는것 같아
유치원에서 돌아오자 마자 살펴 보았더니 앞니 아래쪽에
하얗게 영구치로 짐작되는것이 보여 아이쿠나! 싶어 잽싸게 치과로 달려갔다.
아니나 다를까 조금 흔들렸던 이가 사정없이 흔들리고 아래 앞니 두개나 빼야 한단다.
치료실로 들어서기 전부터 민성이는
"누나 주사 맞기 싫어요. 윙하는건 해야해요?" 겁을 냈다.
주사도 안맞고 윙도 없을 꺼라 했는데... 그렇게 말하면서도 아프면 어쩌나 내가 더 긴장했던것 같다.
마취약을 바르고 그 쓴맛에 눈물을 찔끔.
눈을 가리고 뽑을려고 드니 벌써 눈물과 비명을 지른다.
시작도 안했다 달래면서 첫번째 이는 어느새 스리슬적 빠졌다.
벌써 하나 빠졌다 하니 저도 놀랐는지, 어느새 안아프다는걸 알아 차렸는지 안심하는듯 했다.
두번째 이도 금방 빠질줄 알았는데 잘 잡히지 않고 앞뒤로 살짝 흔들어 서너번에 걸쳐 빼느라
민성이는 가만있는데.... 난 심장이 벌렁대서 혼났다.
짜잔 두개의 빠진 이를 보는 순간 감개무량.
오만가지 생각이 짬뽕이 되어 뭐라 말할수 없는 이상 야릇한 느낌이 들었다.
'벌써' 하는 대견함도 들고, 나날이 짜증내고 화내는 일이 많아진 나쁜 엄마에 대한 깊은 반성과 후회도 들고
거즈를 꼭 물고 있는 녀석이 너무나 사랑스럽고 대견해 뿌듯한 느낌도 들어
뭐 별거 아닌거 가지고 호들갑이라 그럴지 몰라도....
나는 한동안 상당히 들뜨고 벅찬 행복함에 빠졌었다.
( 거즈를 25~30분 물고있는 것을 많이 부담스러워 했고 쬐끔 아파서 저렇게 인상을 쓴다.
그리고 찡그리는 얼굴을 가리고 사진기를 외면하면서 피해다녔다.)
버스안에서
언제 빼야 하냐고 집으로 가는 네정거장 동안 아마도 열번은 넘게 물어 봤을거다.
그래도 많이 편안해진 모습.
병원에서 떠먹는 아이스크림 먹으라해 그 순간을 기다리며.......
내 렌즈 케이스에서 렌즈걸이를 빼고 민성이의 작은이 두개를 담아 주었다.
집으로 오기전 서점에서 읽을 책에는 아랫니는 지붕위로 윗니는 서까래 밑으로 던지라 했는데...
던지고 싶다는 민성이를 많이 말렸다. 고이고이 간진해 보자고....
아! 저 작은 이만 봐도 가슴이 뿌듯해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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