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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이 퇴근 시간 다되어서 회사로 놀러와서 같이 뜨끈한 짬뽕을 시키고, 거기에 내가 젤 싫어하는 던킨 도너츠를 곁들여 먹었다. 와... 조합 아주 끝내주더만.-_-;;;
수다를 떨고 헤어진 후 일을 마무리하고는 퇴근.
차에 주렁주렁 매달린 고드름을 발로 툭툭 떨어뜨리고 출발.
기름을 미리 좀 넣어둘까해서 회사 근처의 주유소에 들렀는데, 도통 사람이 나오질 않는다. 셀프도 아닌데.
사무실 문을 열었더니 연세가 무척 많이 되신 듯한 분이 후드까지 뒤집어쓰시고, 정말 완전히 새우같은 포즈로 웅크리고 고개를 숙이곤 앉아계셨다.
...주무시는 것 같아서 도무지 못깨우겠기에 살짝 문닫고 그냥 내일 기름넣어야지...하고 나왔는데 소리를 듣고 깨셨는지 '죄송합니다'를 연발하시면서 기름을 넣어주셨다.
뻘쭘하고 괜히 죄송하기도 해서...
집에 가져가려고 챙겨온 던킨 도너츠 두개를 빼서 드렸더니 막 웃으시면서 받으신다.
두개를 드렸는데 하나는 날 먹으라고 다시 건네주시네.ㅋ 응? 마치 내가 얻어먹는 기분.
내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그걸 또 덥석 받아서 6만원어치 기름을 부으며 그 추운 바람을 다 받으면서 차가운 도너츠를 먹었다.ㅋㅋㅋ
아 정말... 지금 생각하니까 좀 많이 웃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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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CGV 정말 정떨어지는게 사실인데 막상 개봉작들 보려면 선택의 여지가 없긴하다.
페북 지인분들은 CGV 연간 VIP분들이 많을 거라 생각하는데, 우리도 역시나...
근데 이게 올해부터 도입된건지 이번엔 RVIP란다. 2년 연속 VIP라나.
우린 3년 연속 VIP 기준인데 2년 기준인걸 보니 이번에 생긴 서비스정책인건 맞나보다.
혜택이라면... 기존 VIP 혜택에다가 
'평일 무료 관람권 1매' + 'CGV 콤보 교환권 1매'... 이것 뿐.
별다른거 전혀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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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다리나덕을 작년에 이랜드에서 인수했다는건 다들 아실 듯.
인수했다고 만다리나덕이 난데없이 중저가 아울렛 상품이 되는게 아니라는 것쯤은 다들 알면서도 모회사가 얼마나 대중의 브랜드 이미지를 좌지우지하는지를 새삼... 느끼게 해준다.
그닥 적절한 비유가 아니지만, '안전'을 포지셔닝 컨셉으로 잡았던 볼보가 '안전'의 이미지와 정반대의 이미지를 갖고 있는 
중국기업에 인수된 뒤 단지 인수되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수많은 사람들이 탄식했던 사실을 기억해보면 뭐... 

그런데 참... 이제 대기업들은 산재된 수많은 문제점을 극복하면서 자기들의 브랜드를 론칭하는 리스크는 다 갖다 버리고, 
이미 검증된 유수 브랜드들을 들여와 판매하는데에만 열중하는구나. 
... 이제 얼마 지나지 않아 마트의 식자재들도 죄다 농심 수입... 뭐 이런식의 수입식품들로 완전히 가득할 듯. 
세계화라는거 참 좋네. 
식사 시간마다 만나는 젓가락은 중국에서 들여오고, 나물도 중국산에, 이젠 케첩과 마요네즈도 뭐 거의 미국산에 다국적기업거... 모두가 국제적으로 노는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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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지진 관련 기사에, 또는 대형 커뮤니티 사이트의 글에,
'기대된다', '축하할 일이다', '침몰시켜버려라'란 덧글이 생각한 것보다 너무너무너무 많다는 사실에 절망을 느낀다.
아무리 얼굴을 마주하지 않고 꼴리는 대로 뱉는 거라지만,
근거없이 모두를 싸잡아 연좌제를 적용하고, 꼴보기 싫으니 다 죽어버리라는 말은, 묘하게도 일말의 틈만 보이면 비집고 들어가 그가 어떻게 살아왔고, 
앞으로도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거라는 최소한의 존엄도 없이 두들겨 패고 상대가 백기를 들고 항복하면 그제서야 그만두는 우리 모습들이 그대로 반영된 말.
자신에겐 한없이 너그럽고, 모든 이유를 갖다붙여 자신의 행동은 합리화하면서 타인에게는 지들 멋대로 올려버린 도덕심을 강요하는구나.
인간에 대한 존엄따위없는 저런 버러지 ㅅㄲ들이 자신의 아이들에게도 타인에 대한 존엄따위 가르칠 리가 없으니 이 더러운 가치는 대대로 이어지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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