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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수를 뒤늦게 봤다.
역시나... 예상한대로 단발적인 라이브라는 특성상 참가자들의 편곡은 점점 더 뻔하게 드라마틱해지고,
관객들에게 자신의 가창력을 어필하기 위해서 무의미한 기교가 잔뜩 들어가는 경우가 빈번해진다.
그리고 이런 시도가 관객인 청중평가단들에게 어필이 되는 것 같고.-_-;;;
이런 말 하면 돌맞겠지만 우리나라에서 가창력이라면 내로라하는 가수들이 나온다고 하고, 물론 무대를 보면서
그들의 진심을 진하게 느끼는 것도 사실이지만 한 편으론 '우리나라 탑 클라스 가수들의 무대치곤
조금 아쉬운 느낌이 있구나'하는 의구심도 조금 드는게 사실이긴 하다. 욕하지 마시라.
이 무대에 감동하는 분들도 다수 있겠지만 조금 아쉬운 느낌인 나같은 분들도 계실 것이니.
앞으로 편곡의 스케일은 점점 커질 것이고, 더 드라마틱한 구성으로 일관될 것이고,
가수들은 노래에 양념을 치느라 점점 기교를 더할 것 같다.
애시당초... 어느 정도는 분명히 공간과 환경에 따라 청자에게 어필하는 방식이 다를 수 밖에 없는 가수들을 한자리에 모아놓고
같은 무대에서, 같은 조건 하에 경쟁을 하고 순위를 매겨야한다는 발상이 무리가 있다.
물론 시청률이나 방송이 가진 이슈 메이킹 능력등은 MBC로서는 성공적이겠지만 말이다.
한가지 더...

나가수 프로그램의 구성은 아쉬움이 있다.

어째서... 가수들이 무대에 서기 전까지 보여주는 것이라곤 매니저나 가수나 모조리
'극도의 초조함', '불안감', '긴장감'같은 걸 강조하는 장면들 뿐이지?
굳이 이 정도까지 강조하지 않아도 무대에 서기 전의 가수들의 결연하면서도 긴장한 모습을 보면
그들의 마음가짐은 충분히 전달되건만, 왜 굳이 '최고의 가수들이 나오는 이 프로그램의 무게감은 이 정도야'라고
과시하는 듯한 지나친 구성은 은근... 신경쓰인다.

어차피 순위를 메기고 경쟁시킨 이상 가수들이 편안하게 노래부르기는 이미 물건너간 상태지만
이번 회에선 그냥... 마냥 '긴장', 불안'... 이런 것만 나온 것 같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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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무대에서 열창하는 임재범씨의 모습을 직접 봤었던 사람 중 한사람으로서.
지금 시간이 흘러 예전의 아우라가 많이 사라져버린 그의 모습은 그의 목소리와 창법을 사랑했던 사람 중 한 명으로서
무척 안타까움이 있다.
나이가 들어 원숙함이 들어간다기보다는 이가 먹은 장검같은 기분이 들어 마음이 안타깝다.
하지만 아무쪼록... 다시 한번 이번 기회로 예전의 모습을 조금씩 되찾길 바란다.

아... 그러고보니 중고딩때는 정말 국내 밴드들의 공연을 엄청나게 보러 다닌 것 같다.-_-;;;

그 당시 자율학습도 다 빼먹고 심지어 정규수업도 도중에 빠져서 미리 공연장으로 갈 수 있도록
선생님들께 거짓말을 해주신 부모님께는 진심으로 지금도 감사하고 있다. 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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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나가수...에서 '아... 저 무대는 정말 좀 오버다'싶었던 가수들의 무대가 상위 1~2위를 했다.
역시 사람마다 감상의 포인트는 다른 법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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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vement의 [Slated & Enchanted]라는 명반 중의 명반 중에 'In the Mouth a Desert'란 곡이 있다.
1990년대를 통털어 가장 사랑하는 곡이 있다면 무엇이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난 주저없이 이 곡을 꼽는다.

 

 

Stephan Malkmus의 이 무덤덤한 보이스는 그 어떤 기교있는 창법보다 이 곡에 잘 어울린다.
밴드 음악의 강점은 다양한 사운드를 축조하면서 일반적인 잣대에서 뛰어난 가창력보다는
그 곡에 더 잘 어울리는 보이스를 인정하는 유연성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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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내게 가장 사랑하는 한국 음반 몇 장 뽑아봐라...라고 말한다면 다른 음반은 몰라도 아래 음반은 반드시 꼽는다.

 

추억들국화 (들국화...가 아니라 전인권씨와 고인이 되신 허성욱씨로 이뤄진 듀오 유닛)

 

산울림의 1집, 2집, 3집

어떤날의 1집, 2집

시인과 촌장 [숲]

전자양 1집

이상은 [공무도하가] 딱... 이 음반만.

한대수 [멀고 먼 길]

MOT [Non-Linear]

마그마 [1집]

H2O [오늘 나는]

 

 

어흑... 하뇽달문님 덕분에 깜박한 음반 한 장이 생각났습니다.

 

 

故 유재하씨의 음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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