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y Story 3]
directed by Lee Unkrich
2010 / US
Tom Hanks, Tim Allen, Joan Cusack, Ned Beatty
처음 Pixar(픽사)가 [Toy Story/토이 스토리]를 들고 나왔을 때, 전 그닥 흥미없었습니다.
그 놀라운 기술적 혁신을 눈 앞에 두고도, 솔직히 전 보지도 않았고 관심도 없었어요.
오직 애니메이션은 '지브리 스튜디오'의 애니가 최고라고 생각했었고, 유럽의 그 놀라운 작화가 빛나는 애니메이션들을
현학적으로 읊고 아는 체하곤 했었죠.
하지만 그 이후 빛나는 픽사의 작품들을 연달아 접하고선 지금의 '픽사'는 제게 절대적인 신뢰 그 자체입니다.
한동안 제가 '지브리 스튜디오'에 느꼈던 바로 그런 신뢰와 마찬가지로 말이죠.
픽사의 신작이 나오면 그 소재가 어떻든간에 무조건 봐야하는 거고, 본 이후에 한 번도 실망한 적이 없으니
이런 집단이 당췌 또 어디 있을까하는 생각마저 갖게 됩니다.
그런 그들이 [Toy Story 3/토이 스토리 3]를 들고 나왔습니다.
간사하게도 이전 [토이 스토리] 두 편엔 관심조차 없었으면서(물론 보긴 했습니다) 픽사가 신작을 들고 나왔다는
사실만으로도 전 흥분하며 기대했었죠.
극장에서 보려고 두어번 시도했지만, 자막을 꼭 보고 싶은데 자막을 상영하는 영화관도 정말... 거의 없었고,
그나마 금새 교차상영으로 볼 수 없는 시간대에만 줄창 해대더니 결국 없어져버렸습니다.
더빙하시는 국내 성우분들께 죄송하지만 전 그냥 원어로 듣고 자막판을 보는 걸 선호하거든요.
그렇게 아쉬움 속에서 놓치고 언제쯤 볼 수 있을까... 아쉬워하다가 며칠 전 이 영화를 aipharos님, 민성군과 함께 봤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aipharos님은 이 영화의 후반부에 눈물을 펑펑 쏟았고, 저도 눈시울이 붉어져 혼났습니다.
슬픈 결말이냐구요??? 차라리 슬픈 결말이라면 이토록 이 영화에 박수를 보내지는 않았을 겁니다.
슬플 때 확실히 슬퍼서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는 영화는 은근히 자주 접할 수 있지만, 우리가 살아 오면서 맺고 헤어지는
모든 인연에 대한 정중한 따스함이 담긴 영화를 찾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런 인연을 다룬 영화는 말미에 입가에 흐뭇한 웃음을 짓게 하지만, 이 '디지털' 애니메이션은
입가에 흐뭇한 웃음의 차원을 가볍게 넘어 형언하기 힘든 따스한 벅찬 감동을 전해 줍니다.
이 라스트 10분은... 정말이지 놀라운 장면이에요.
우리가 쉽게 잊고 가볍게 치부할 작은 인연들에 대해 이 영화는 '쉽게 잊지말라'고 당부합니다.
손쉽게 클릭 한 번으로 모든 걸 얻고, 지나치게 빠르게 변해가기 때문에 그만큼 가볍게 여길 수 밖에 없는
모든 존재와의 관계를 뒤돌아보게 하는 메시지를 전해 줍니다.
놀랍지 않나요? 아날로그보다 더 빛나는 따스한 감성으로 캐릭터와 세상을 구축하고,
그 속에서 어떤 영화도 주기 힘든 감동을 줄 수 있다는 건 정말이지 놀라운 일 아닌가요?
*
픽사 애니메이션의 DVD나 블루레이를 갖고 계신 분은 서플먼트를 통해 픽사 스튜디오의 스탭들이
지브리 스튜디오의 미야자키 하야오와 조우하는 장면을 본 기억들 있으실 겁니다.
그들은 만사를 제쳐두고 픽사 스튜디오를 방문한 미야자키 하야오를 만나러 뛰어 내려가죠.
그 존경의 마음이 이 영화 [토이 스토리 3]에 소소하게 담겨 있습니다.
한마디도 하지 않는(의도적인 오마쥬) 토토로 인형이 등장하는거죠.
**
단순하게 감동만 주는게 아니라 이 영화는 각양각색의 인종과 문화를 포용하려는 메시지도 충분히 담겨 있습니다.
의외로 이 영화가 비유하는 보육원 내에서의 폭압적 표현은 상당히 강한 편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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