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ynodontas/송곳니]
directed by Giorgos Lanthimos
2009 / Greece
Christos Stergioglou, Michele Valley, Aggeliki Papoulia, Mary Tsoni, Hristos Passalis, Anna Kalaitzidou
이 영화의 장르는 '드라마'입니다.
하지만 막상 보고나면 이 영화의 장르를 당장 '호러(horror)'에 넣어버리고 싶어집니다.
그 정도로 이 영화가 시종일관 보여주는 메마른 감정의 단상들과 비주얼은 대단히 충격적입니다.
동시에 별다른 텐션이 없어보이면서도 보는 내내 긴장하게 되고 말입니다.
이와 비슷한 강압적 통제를 얘기하게되면 조지 오웰의 '1984'를 빼놓지 않고 언급하게 됩니다.
그리고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A Clockwork Orange/시계태엽 오렌지]도 빼놓을 수 없는데, [시계태엽 오렌지]에서
세뇌와 통제가 결코 인간을 속박할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도 이 영화 [Kynodontas/송곳니]의 메시지와 어느 정도 상통하는 면이 있다고 생각되네요.
[송곳니]는 외부와 단절된 곳에서 높은 담장을 치고(사실 그 정도의 담장도 필요없더군요) 장성한 아들과 두 딸,
그리고 부인과 남편이 사는 가족에 대한 부조리극입니다.
이 가정에서 외부와 관계를 맺는 이는 '아빠'밖엔 없죠. 그는 버젓히 회사를 다니고 있지만,
그의 부인과 아들, 두 딸은 철저하게 집 안에서만 생활합니다.
외부의 천박한 자극으로부터 아이들을 보호한다는 미명 하에 일반적인 단어의 뜻마저 왜곡하고,
아이들은 충분히 자랐음에도 불구하고 초등학교 저학년의 아이들의 사고 수준과 행위를 보여 주죠.
이 아이들에겐 여성의 성기를 의미하는 단어는 '키보드'입니다.-_-;;;
집 밖에선 엄청나게 무서운 일들이 일어나고 있음을 끊임없이 상기시키면서 집 밖으로 나갈 엄두조차 내질 못하게 분위기를 조성합니다.
정원의 고양이가 그들에겐 생명을 위협하는 무시무시한 존재이고, 하늘을 날아가는 비행기는 맘만 먹으면
정원에 떨어질 수도 있는 법입니다. 네, 그런 세상에서 아들과 두 딸이 장성하고 있죠.
그와 부인이 이러한 속박과 강제를 아이들에게 하는 이유는 명확하지 않습니다만, 영화 속 아이들의 아빠가 회사에서 상사와 나누는 대화 중
'부인이 그렇게 끔찍한 일을 당하고'라는 말로 미루어보아 자녀 중 한 명이 외부에서 끔찍한 사고를 당했고,
그로 인해 이들이 아이들을 세상과 단절시키기로 작정한게 아닌가 생각이 들긴 합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건 그런게 아니죠.
이 영화가 보여주는 가정은 단순히 작은 울타리일 뿐인데 이걸 '1984'버전으로 확장하면 상당히 더... 섬뜩해집니다.
그리고 온갖 가증스러운 작태로 언론을 통제하고 그릇된 정보를 양산하는 지금의 한국을 생각하면 더더욱 섬뜩해지구요.
생각해보면 우리가 당연히 알아야할 사안에 대해 정확히 알 수가 없고, 정확한 정보를 얻기 위해 개개인의 노력이 필요하거나,
혹은 그릇된 정보를 의도적으로 남발하여 사안에 대해 정확한 접근이 원천적으로 봉쇄된다면,
그 시점이야말로 모두가 바보가 되는 섬뜩한 세상 그 자체가 아닐까 싶어요.
사안에 대한 정확한 원인과 결과를 도출할 생각은 안하고,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을 따져가며 결과를 왜곡하는
황당한 상황을 우린 요즘 거의 매일 목도하고 있지 않습니까...
이 영화 [송곳니]는 섬뜩하게 다가오지만 눈을 돌려서 우리가 발을 딛고 사는 한국으로 오면
더 거대한 빅브라더'스'의 존재에 치가 떨리게 됩니다.
그리고 대중의 관심을 돌리는 방식에 대해서도 이 영화 [송곳니]에선 얘기하고 있죠.
[송곳니]에서의 부모는 아이들의 유일한 관심을 가족에서의 화목과 부모로부터 칭찬받는 것으로 대체시킵니다.
덕분에 아이들은 화목한 가정, 칭찬받는 자식들이란 다루기 좋은 타이틀로 길들여져 있습니다.
그러니 이들이 무료할 리도 없어요. 시간이 그렇게 흘러가고, 누구나 그렇게 지내야하는 것으로 알 수 밖에 없으니까 말입니다.
화목한 중산층 가족 이데올로기가 어떻게 힘을 가진 자에 의해 이용되는지를 여실히 보여주기도 하는거죠.
이게 비단 이 영화 속 기이한 가정만의 이야기일는지는 저도 모르겠습니다.-_-;;;
[송곳니]의 결말은 어떻게 보는 이에게 열려있습니다만, 결말과 관계없이 영원히 통제하고 종속시킬 수 없는
인간의 본성을 얘기합니다. 이미 통제와 세뇌가 인간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수 없다는 메시지를 우린 수많은 영화에서 확인해오지 않았습니까.
*
이 영화는 두 번의 섹스 장면이 나옵니다.
그 장면은 전혀... 선정적인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너무나 무미건조하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시종일관 매우... 선정적인 느낌이 들어요.
제가 불순해서 그런거라면 할 말은 없는데.
이 영화에선 의도적으로 카메라가 니레벨에 가깝게 양각으로 프레임을 잡습니다.
덕분에 자꾸만 두 딸의 상반신은 잘려 나간채 숏팬츠의 미끈한 다리만 자꾸 잡히죠.
침대에 누워있어도 의도적으로 측면에서 앵글을 잡고 지속적으로 다리를 화면 안으로 집어 넣습니다.
저는 이러한 프레임의 의미가 끊임없이 '근친상간'을 의미하는 느낌이 자꾸 들더군요.
유일하게 외부로부터 이들 가정 속으로 들어온 크리스티나는 보신 분들은 아시다시피 후에 철저히 배격당하죠.
**
이 영화에서는 위에 말했듯 두 번의 섹스 장면이 나옵니다.
섹스가 쾌락이든 뭐든 정서적 교감이 있을 수 밖에 없는데 이들의 행위엔 정서적 교감이 철저히 배제됩니다.
전 이게 가능한 건지는 모르겠어요. 아무리 섹스를 스포츠라고 생각해도 행위 자체에서 정서적인 교감은 순간적이나마 이뤄지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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